[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통 산업의 시계가 어둡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보편관세 정책을 내세운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안팎으로 성장 동력을 저해하는 요소들이 산적한 까닭인데요. 이에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가 최우선적으로 선결돼야 하고 유가 모니터링, 산업 전반의 회생을 이끌 수 있는 마중물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각종 유통 산업 관련 지표 하락 속출…"정국 안정이 우선시돼야"
3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했습니다. 이는 2003년 -3.1%를 기록한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크게 하락한 것 인데요. 특히 비상계엄 사태로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3개월에 걸쳐 9.4포인트 하락한 바 있는데요. 이번 비상계엄 사태 이후에는 단 1개월 만에 박근혜 정부 당시보다도 더 큰 폭인 12.3포인트나 떨어졌습니다.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점포에서 고객들이 과일들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홈플러스)
이처럼 유통 산업의 침체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가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고, 여기에 외교 압력까지 가해지고 있다. 유통 산업을 둘러싼 내외부 환경이 작년보다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시장의 국내 진출 가속화와 미중 패권 전쟁까지 더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제 전망은 작년보다도 암울한 상황"이라며 "결국 정치적 리스크가 해소돼야 산업 전반에 대한 방향을 재설정하고, 투자도 재개할 수 있다. 정국 안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교수는 우리 기업들이 첨단 기술 문제에서 소외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꼬집었는데요. 그는 "전 세계적으로 첨단 기술 패권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한국은 좀 소외되고 있는 것 같다는 지적이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기업들이 경영을 하기에 좋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기업에 혜택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일자리 및 물가와 연계된 안정 방안 절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 산업이 일자리 문제와 연계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들이 대거 성장하면서, 일자리가 (일부) 증가한 측면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유통 산업의 큰 틀에서 살펴보면 디지털화의 진행과 함께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며 "결국 일자리가 없어지면 성장 동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어 당국의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유통 산업과 밀접한 유가 안정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종우 교수는 "물가 상승의 주된 원인은 유가로 보여진다. 특히 유가는 물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온라인 유통으로 시장이 다변화하면서 모든 게 배송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고객한테 가는 비용도 유가와 연관돼 있기 때문에 유가 안정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 우리 경제는 초유의 변곡점에 왔다고 본다.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서 여러 가지 관세 등 대외 압박이 심해지고 있는데, 사실 우리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수출이 예전처럼 잘 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생겼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가 20%에 달하는 등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는 사회가 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전반적인 소비 계층이 고령화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서 교수는 "설상가상 내적으로는 내수가 발달이 안되고, 성장률이 약화되고 있는데 우리 성장 동력이었던 수출이 미국의 압박으로 약화하면, 1% 성장도 겨우 달성할 것으로 보여진다"며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게 아니냐는 두려움도 엄습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우리 소비 주체가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유도 정책이 필요하다. 예컨대 20만원을 소비하는 소비자한테는 상당 금액을 다시 되돌려주는 시스템을 만드는 등의 파격적인 소비 유도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현재 추경 예산을 구상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조속히 추경을 투입해 위축된 심리를 풀어줄 수 있는 마중물 재정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동력 잃은 유통 산업 타개를 위한 3인의 전문가 진단 인포그래픽. (제작=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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