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총성없는 전쟁…엎친 데 덮친 '한국경제'
칩스법 재검토·딥시크 쇼크…반도체·AI 패권 전쟁 가열
2025-01-31 17:18:30 2025-01-31 20:21:26
지난 2019년 6월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2번째)이 일본 오사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2번째)과 양국 대표단과 함께 정상회담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김태은 인턴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칩스법) 재검토', 중국발 '딥시크 쇼크' 등이 발발하면서 미·중 양국의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이 와중에 지난해 12·3 내란 사태로 불확실한 정국 상황에 놓인 한국 경제에도 악재가 겹쳤는데요. 한국 정부가 대통령 탄핵으로 권력 공백기 상태에 있는 만큼 미·중 경쟁의 귀추를 면밀히 지켜보며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칩스법에 의한 보조금 지급 재검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2기의 산업·무역 정책을 이끄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연방의회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전임 조 바이든 정부 때 신설한 반도체 보조금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바이든 정부에서 체결한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 계약을 두고 "내가 읽지 않은 것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잠잠했던 미·중 경쟁…중 '딥시크 돌풍'에 재점화
 
트럼프 정부는 보조금 지급을 통한 반도체 산업 육성에 회의적입니다. 칩스법을 완전 폐기하진 않겠지만 보조금 지급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칩스법은 자국 반도체 제조 기반을 확대하면서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을 규제해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억제했습니다. 칩스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10년 동안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을 5% 이상 확대할 수 없는데요.
 
트럼프 정부는 중국 첨단 반도체 개발 견제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전임 바이든 정부와 큰 틀의 방향성은 같지만, 실현 방안엔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중국과의 반도체 경쟁에서 바이든 정부가 동맹국과 협조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이었다면, 트럼프 정부는 우방국에 의존하지 않고 미국의 독자적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중국을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서 봉쇄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구체적으로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을 유도하기 위해 동맹국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보단 관세를 올려 미국 내 공장을 설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 것이란 분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반도체에 이어 AI 분야에서도 미·중은 치열한 패권 전쟁에 돌입했습니다. 설립한 지 2년도 안 된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는 최근 미국 빅테크의 10분의 1에 불과한 저비용으로 미국 오픈AI의 최신 모델과 비슷한 성과를 내는 생성형 AI 모델 '딥시크 R1'을 출시했습니다.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재라는 위기에도 엔비디아의 고사양 AI 칩 없이 오픈소스 기반의 AI 개발에 성공한 겁니다.
 
딥시크의 등장으로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계감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입니다. 과감한 AI 규제 철폐와 대중 추가 제재 등의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당장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파트너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딥시크가 오픈AI의 기술과 자료를 무단 사용한 것은 아닌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오픈AI는 딥시크가 오픈AI의 독점 모델을 활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성장 늪 빠진 한국경제…최악 땐 성장률 쇼크
 
미·중 간 기술 전쟁이 불붙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정상회담에 나선 일본과 달리 한국은 내란 정국 혼란이 길어지며 통상 압박의 파고에 속수무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큽니다.
 
특히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는 최악의 상황 땐 '0%대 성장 쇼크'로 곤두박질칠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단 한국은행은 물론 국내외 다수의 기관들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대로 점치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경우,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5%로, 영국 경제분석회사 캐피털이코노믹스(CE)는 1.1%로 전망했습니다. 내란 사태 이후 한국의 성장률이 1%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우울한 관측이 줄을 잇고 있는 겁니다.
 
미·중 반도체·AI 전쟁 중…한국은 관련 법안 하세월
 
한국의 대표적 먹거리 산업인 반도체와 AI 시장에서 미·중 양강 구도가 고착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의 위기감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취지로 하는 '반도체 특별법' 등 반도체 지원 관련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AI 관련 법안의 경우, 지난해 12월 이른바 'AI 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다만 AI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국가AI위원회가 대통령 탄핵으로 사실상 정지된 상태입니다.
 
내란 정국의 장기화로 권력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반도체와 AI 등 주요 경제 산업 정책을 추진해야 할 컨트롤타워가 더욱 취약해진 것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민생 정책 추진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마저도 지난해 12월14일 탄핵 이후 한 달이 넘게 가동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탄핵 이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여야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정치 실종이 표면화된 탓입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여전히 핵심적인 경제 관련 미국 의존도는 당분간 불가피하게 유지할 수밖에 없고 트럼프 리스크가 생각보다 커지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새로운 경제 공간들인 중국을 포함해 글로벌 사우스 같은 곳에선 보다 더 우리 나름대로의 새로운 레버리지를 위해서라도 많은 신경을 써야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주용 기자·김태은 인턴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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