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등장에 "우리도?"…기대 품는 중견·중소기업
전문가 "공적 자금으로 GPU 공급하면 중기 도입 가능"
저비용에 술렁…신뢰성·실용성 검토 단계
2025-01-31 15:29:03 2025-01-31 15:29:03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딥시크 등장에 중견·중소기업들도 술렁이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개발 비용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용 문제로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을 망설였던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건데요.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적 자금이 투입된다면 중견·중소기업들의 생성형 AI 도입이 어렵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새로운 추론 모델 '딥시크 R1'을 공개하면서 개발 비용도 공개했는데요. 딥시크는 자사 AI 개발에 557만600달러(약 80억원)가 들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기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밝힌 개발 비용의 10%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생성형 AI를 기존 10분의1 수준의 비용으로 개발할 수 있게 된다면 규모가 큰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투자를 고심해볼 수도 있는 상황인 셈입니다.
 
조주현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은 "AI를 사용하는 기업들에게 좋은 기회다. AI를 활용하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데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셈"이라며 "AI를 개발하는 기업들한테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빅테크 기업들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보고 포기하고 있었던 기업들에게도 희망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보안, 데이터 등 생성형 AI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활용하기 전에 리스크를 분석해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 역시 딥시크로 인해 중견·중소기업의 생성형 AI 활용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최 교수는 "추론 AI 모델의 비밀이 딥시크를 통해 공개되면서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비용이 저렴한 것도 일정 수준에서 사실이기 때문에 활용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맞다"면서도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래픽카드(GPU) 자원이 필요한데 민간에서 소화하기엔 어렵다. 정부 차원에서 10만장 정도 지원해주면 한국에 있는 거의 모든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최 교수는 공적자금으로 GPU가 공급되면, 중견·중소기업은 인재와 학습데이터만 마련해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분야로 보면 커머스, 검색, 업무처리, 콘텐츠 생성 영역에서 빠른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딥시크가 기존 생성형 AI에 비해 개발 비용이 적게 들어간 것은 맞지만, 딥시크 주장처럼 90% 이상 적은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최 교수는 "빅테크 업체보다 개발 비용이 저렴한 것은 맞으나 90%는 아니다. 50~60% 정도 개발비용을 줄인 것이라고 본다"고 했습니다. 이번에 딥시크가 공개한 R1의 베이스모델은 '딥시크 V3'인데요. V3의 품질이 우수했기에 R1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우수한 베이스와 최신 기법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GPU가 바탕이 돼야 하기 때문에 R1 개발 비용을 단순하게 R1만 놓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최 교수의 의견입니다. 
이미 딥시크 도입 검토에 들어간 기업들도 있습니다. 한 중견기업 대표는 "딥시크가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신뢰성과 실용성에 대해 전반적으로 지켜보고 있는 상태다. 현재 운용할 수 있는 기술적인 측면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비용은 구조적인 요소이므로 우선 기술 자체가 장기적으로 활용 가능한지에 중점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신뢰성과 실용성이 검증이 되면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사업을 전개해오고 있는 한 AI 스타트업은 딥시크 등장이 새로운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이 스타트업 관계자는 "중견·중소기업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문법에 의해서 만들어진 생성형 AI 시장이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저렴한 비용으로 중국에서 크지 않은 회사가 만들어냈다는 것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적용 업종에 대해서는 "정보 유출에 민감한 금융 등의 업종에서는 기피하겠지만 커머스 업체 등에서 쓰일 수 있을 것"이라며 "중소기업들 중에는 제조기업이 많은데 내부에서 테스트하고 효율화하기에 좋을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AI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는 한 기업 대표는 "기존에는 비용이 많이 드니까 직접 모델을 학습하기보다는 프롬프팅(AI 모델에 제공하는 입력문 설계)하는 것에 집중했는데 딥시크를 계기로 적극적으로 AI에 투자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주변 중소기업 대표들을 보면 새롭게 생성형 AI에 시도하려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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