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실적시즌 임박…해외주식 열풍에 '방긋'
설 연휴 후 줄줄이 발표 예정
국내 부진에도 해외 거래대금 늘며 실적 호조 견인
2025-01-31 06:00:00 2025-01-31 06:00:00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지난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활황에 힘입어 다시금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릴 전망입니다. 국내 주식시장의 부진 속에서도 해외 주식 거래와 기업금융(IB) 부문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진 영향입니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부담 완화와 함께 해외 투자자산 성과가 개선된 기저효과도 큰 만큼 2023년도 부진에 따른 실적 회복세가 절대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여부는 지켜봐야한다는 분석입니다. 
 
대형 증권사, 영업익 1조클럽 복귀
 
(그래픽=뉴스토마토)
 
3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컨센서스가 집계되는 상장 증권사 중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키움증권은 지난해 1조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연결)을 거둘 것으로 예상됩니다.
 
회사별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1529억원으로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간 1조1023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는데요. 전년 동기 대비 111.6% 성장한 수치입니다. 미래에셋증권은 4분기에 여의도 사옥 처분이익 약 2200억원을 반영했으나 해외 부동산 평가손실과 충당금을 적립, 이익이 줄었습니다. 다만 리테일 기반으로 해외주식 수수료 호조는 지속될 전망입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 4분기 실적에 대해 "이번 분기에는 부동산 매각이익 약 2000억원이 반영돼 자기자본이익률(ROE) 10.3%의 양호한 수익성을 시현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비시가성자산 평가 반영으로 평가손실 부담 역시 존재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국금융지주의 4분기 영업이익은 233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13.9% 성장이 예상됩니다. 연간으로는 54.3% 증가한 1조2660억원의 영업이익입니다. 한국금융지주의 4분기 성장세는 전년 동기 부동산PF 충당금과 해외부동산 펀드 손상 반영으로 약 4400억원의 비용을 반영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로 분석됩니다.
 
강 연구원은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 약 700억원이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IB, 트레이딩, 상품손익이 예상보다 양호하고 부동산PF 충당금 부담이 예상보다 감소할 것"이라며 "브로커리지 관련 이익은 8.8%, IB와 기타 수수료는 48.5%, 트레이딩, 상품 손익은 32.7%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삼성증권은 4분기 205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할 전망입니다. 연간으론 61.4% 성장한 1조1965억원입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주식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수수료 확대가 예상되며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평가이익도 상당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키움증권 역시 4분기 영업이익 2408억원으로 흑자전환이 예상됩니다. 연간으로는 104.8% 성장한 1조1562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주식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수탁수수료 증가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습니다.
 
해외주식이 국장 부진 상쇄
 
지난해 증권업종(KRX증권)지수는 11.9% 상승하며 코스피(-9.6%)와 다른 행보를 보였습니다. 크게 개선된 실적과 해외주식 수수료 증가세가 국내 주식시장 부진을 상쇄한 덕분입니다.
 
특히 대형사들의 실적을 이끈 건 해외주식입니다. 4분기 국내 증시 부진으로 거래대금은 3분기보다 14% 감소했고, 일평균 거래대금은 15조5000억원으로 2조7000억원 감소한 반면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31% 증가한 1845억달러를 기록, 최고치를 갱신했습니다.
 
그 결과 전체 거래대금도 해외 비중이 19%까지 커졌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들이 거래한 미국 주식 금액은 전년보다 87% 증가한 5099억달러(732조7000억원)로 집계됐습니다. 역대 최고 기록을 쓴 2021년보다 약 200조원 많습니다.
 
2023년 발목을 잡은 부동산 PF 충당금과 해외 자산 손상 부담이 감소했다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 급등 이후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면서 매년 4분기마다 증권사 실적의 발목을 잡던 충당금과 감액손실 부담이 크게 감소했다"며 "한국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하고 관련 영향을 받는 증권사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PF 부담에 따른 업권 내 실적 양극화는 지속될 전망입니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대형사의 경우 실적이 크게 개선됐지만 중소형사는 부동산 PF 잔여 부실 처리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해 업권 내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2023년 4분기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한 후 추가적인 부담은 제한된 모습이지만, 당국의 부동산 PF 정리·재구조화 속도를 고려하면 그 영향은 1년 넘게 이어질 것"이라며 "증시 부진으로 신규상장 규모도 전분기 대비 43% 감소하는 등 발행시장이 부진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해외거래 대금이 늘면서 증권사들의 수수료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지난 9월까지 해외주식 거래가 가능한 증권사들의 평균 거래 수수료율은 10bp 수준이었는데, 4분기까지는 수수료율 하락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박혜진 연구원은 "거래대금이 증가할수록 수수료율 하락은 불가피하다"며 "증권사별로 경쟁력 확보에 대한 고민이 깊은데,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뉴욕법인에 미국주식 거래 라이선스가 있어 브로커 에이전시를 통하는 증권사에 비해 마진이 방어된다. 키움증권은 최근 토스증권에게 점유율을 역전 당해 특히 고민이 깊을 텐데, 현지 증권사 인수도 염두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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