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미국 리츠 배당 매력 커졌는데 환율이 발목
배당수익률↑ 미국 리츠 탐나도…환율 하락시 주가차익 훼손
해외투자 국내리츠, 환헤지 비용폭탄 골머리
2025-01-31 06:00:00 2025-01-31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안정적인 배당을 원하는 서학개미들이 눈여겨보던 미국의 우량 리츠(REITs)들이 금리 상승으로 지난해 말부터 약세를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 커졌는데요. 환율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고공행진 중인 원달러환율이 하락할 경우 주가가 올라도 환차손이 이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한편에선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국내 리츠들이 환헤지 비용 폭탄을 맞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환율 때문에 리츠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미 리츠는 환율-환헤지 ETF는 비중 ‘불만족’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리얼티인컴(종목기호 O)이 54.06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리얼티인컴은 국내 투자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리츠 중 하나로 미국 전역과 영국, 프랑스, 독일, 그리고 푸에르토리코에 소재한 5000개 가까운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보유 자산은 주로 상업시설이지만 임차인 구성을 보면 이를 채소가게, 편의점, 소매점, 식당, 약국 등 생활 속 다양한 유형의 유통업체들이 빌려 쓰고 있습니다. 
 
리얼티인컴은 이들에게 받는 임대료를 재원으로 매월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특히 연간 기준으로 배당금을 꾸준히 증액해 국내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 때문에 리얼티인컴의 배당수익률은 배당금보다 주가가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트럼프 복귀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 국채금리 등이 올라 모처럼 주가가 하락한 것입니다. 그 결과 4%대 중반을 맴돌던 배당수익률이 한때 6% 수준까지 예상되자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리얼티인컴은 현재 매달 0.26달러씩 배당 중인데요. 연간 3.12달러를 지급할 경우 현재 주가 대비 배당수익률은 5.78%입니다.
 
문제는 환율입니다. 배당수익률이 예전처럼 4%대 중반이 될 때까지 주가가 오른다고 가정해도 원달러환율이 하락할 경우 이익의 상당액을 훼손하기 때문입니다. 주가가 65달러까지 오르고 환율은 1300원이 된다면, 주가 차익은 20%, 환차손은 9%로 이익의 거의 절반이 날아갑니다.
 
다른 인기 있는 리츠들도 사정은 이와 비슷합니다. VNQ 같은 리츠 투자 ETF도 리얼티인컴만큼 인기는 많은데, 환노출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증시의 미국 리츠 투자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는 있습니다. 
 
KODEX 미국부동산리츠(H)는 환헤지를 하고 있으나 리얼티인컴 편입비중은 3%대에 불과합니다. ACE미국부동산리츠(합성H)의 경우 개별 리츠 없이 ‘다우존스 US Real Estate Index’를 추적하는 장외파생상품에 투자합니다. TIGER 미국MSCI리츠(합성H)도 리츠 지수에 투자하는 장외파생상품을 60% 넘는 비중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오직 RISE글로벌리얼티인컴만 리얼티인컴을 약 18.5% 비중으로 유의미하게 투자하고 있는데요. 이 종목은 환헤지를 하지 않아 리얼티인컴을 직접 매수하는 것과 똑같이 환율 하락 위험에 노출됩니다. 
 
(표=뉴스토마토)
 
환헤지 갱신에 배당금 절반 날려 
 
미국에 상장된 리츠 종목이나 미국의 리츠에 투자하는 ETF 대신, 미국 등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국내 리츠를 선택하는 것도 괜찮은 대안처럼 보이는데요. 이쪽은 환율 때문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해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최근 제이알글로벌리츠가 환헤지 비용 문제로 투자자들 사이에 화제가 됐습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벨기에 브뤼셀 소재 오피스와 미국 뉴욕 맨하탄 소재 빌딩에 투자하는 리츠입니다. 각각 벨기에 연방정부 산하 건물관리청과 동부의료보건노조(SEIU) 등이 임차 중인 우량 물건입니다. 투자금액은 벨기에 오피스(8102억원)가 맨하탄 빌딩(1893억원)보다 월등합니다. 
 
전 세계적인 부동산 자산 감정평가액 하락, 고금리 대출 갈아타기 문제 등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지적됐고, 오래 버티면 괜찮아질 거란 기대라도 할 수 있는데요. 고환율 이슈는 당장 비용 청구로 돌아오는 것이어서 타격이 큽니다. 
 
국내 리츠들은 해외 자산 투자 시 대부분 환헤지를 하고 있습니다. 달러 가치 하락에 대비하기 위해서이지만 실질적으론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이 리츠 영업인가 심사 과정에서 권유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환율이 하락한 것이 아니라 폭등해서 문제가 됐습니다. 제이알글로벌리츠의 경우 오는 2월에 뉴욕 오피스 자산에 설정한 환헤지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데 그 규모가 1억2500만달러에 달합니다. 그런데 지난 환헤지 계약 당시 원달러환율이 1200원 미만이었고 지금은 1400원대 중반이다 보니 상승분만큼 환헤지 비용이 늘어나 330억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내년 5월엔 이보다 더 큰 5억6900만유로 브뤼셀 오피스의 환헤지 계약 만료가 돌아옵니다. 예상 갱신 비용도 더 많습니다.
 
이 리츠가 지난 1년간 지급한 배당금 총액은 약 770억원입니다. 배당 재원의 절반을 환헤지 비용으로 날리는 셈입니다. 환헤지를 한 탓에 원달러환율 상승분만큼 환차익을 얻지 못한 일은 둘째치고, 환헤지 계약 갱신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까지 지불해야 하는 것은 리츠 투자자들에게 매우 아픈 일입니다. 
 
또 이같은 일은 환헤지 계약 갱신일이 다가오는 다른 리츠들에도 해당되는 일이어서 해외 리츠 투자자들은 어서 빨리 원달러환율이 하락하기만 바라고 있습니다. 
 
다만, 이들의 불행은 신규 투자자들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금리 상승과 환헤지 비용 악재는 리츠 주가에도 반영돼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주가는 지난해 4000원대를 유지하다 현재 2500원대까지 하락한 상황입니다. 배당 컷을 감수하고 환헤지 갱신 때까지 버티는 방법도 유효합니다. 물론 리츠 운용사가 비용 충당을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할 수 있다는 돌발 변수도 함께 떠안아야 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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