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김유정·이선재 인턴기자] 설 민심의 화두는 단연 '윤석열씨'와 '민생경제'였습니다. 특히 지난해 12·3 내란 사태 이후 윤씨 탄핵과 구속 기소가 진행된 데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설 밥상머리의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탄핵 정국 속 민생고 역시 주요 이야깃거리였습니다. 특히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등 최악의 경제 상황에서 민생 해결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습니다.
30일 <뉴스토마토>가 연휴 기간 '설 민심'을 취재한 결과, 설 명절 밥상머리에선 윤씨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윤씨의 비상계엄 선포가 합법적인지 여부부터 탄핵과 체포, 구속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이 가족들 간의 주요 토론 메뉴가 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윤석열 거취'에 높은 관심…"2월 내 결론 내야"
특히 세대별로 보면 20·30대보다는 40대 이상에서 탄핵 정국 상황에 대한 관심이 높았습니다. 강원 지역에서 활동하는 40대 남성은 "가족들 건강 다음으로 윤석열 탄핵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습니다. 영남권에 거주하는 60대 남성은 "윤석열 때문에 잠을 못 잔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러면서 윤씨에 대해 "자기 부하는 다 구속돼 있는데 본인은 살려고 아등바등하지 않느냐"고 비판했습니다.
12·3 내란 사태 이후 윤씨를 탄핵하고 체포한 과정에 대해서도 대체로 "적절한 대응이었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60대 남성은 "법 앞에 국민은 평등하다고 보여준 사례"라며 "죄를 저질렀으면 죗값을 치러야 한다.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국민이 봐도 비상계엄은 잘못한 일이라는 게 명백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윤씨를 탄핵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서울에 사는 30대 여성은 "(탄핵 진행 속도가) 너무 느려 터졌다"며 "어느 기관이든 국민 눈치만 볼 게 아니라 하루빨리 윤 대통령을 탄핵 시켰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경기권에 거주하는 60대 여성은 "2월 안에는 빨리 어떻게든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검찰이 지난 26일 윤씨를 구속 기소한 데 대해서도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충청권에 거주하는 30대 남성은 "당연히 구속해야 될 일"이라며 "현행범도 못 잡아가는 나라가 어디 있나. 판결도 오래 끌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호남에서 활동하는 60대 여성은 윤씨의 구속 기소에 대해 "속이 시원하다"고 전했습니다.
반대 여론도 있었습니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기하기 위해 탄핵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경기권에 거주하는 20대 남성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현직 대통령을) 다시 끌어내린다는 건 더 신중해야 된다"며 "(윤씨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서 현 상황은 너무 섣부른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윤씨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진행될 경우,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것이란 예측이 많았습니다. 다만 민주당 후보로 나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법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다수 있었습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사건의 항소심(2심) 결심공판이 다음 달 26일 열려, 이르면 3월 말 선고가 나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대표 항소심이 조기 대선의 중대 변수로 떠오르면서 여야의 셈법도 복잡해졌습니다.
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에 사는 60대 여성은 "이재명 대표가 (조기 대선에서) 유력한 상황이지만, 재판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20·30대에서도 다수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높은 비호감도를 문제 삼았습니다. 충청에 거주하는 30대 남성은 "조기 대선 시 변수라면 사람들이 다 이재명을 싫어하는 게 문제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설 명절 연휴 마지막날인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귀경객들이 열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물가·취업·집값' 걱정에 아우성…20·30대 '민감'
내란 사태 이후 치솟은 물가와 함께 집값, 취업 문제 등도 설 밥상머리에 화두로 올라왔습니다. 대부분의 세대에서 최근 물가 상승세에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20·30대의 경우, 경제 문제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특히 20대는 취업에, 30대는 집값에 고민의 비중이 한쪽으로 몰리는 모양새였습니다.
영남에 거주하는 20대 여성은 "아직도 구직 중인 친구들이 많다"며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할 정책이 많이 생겨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거주할 계획인 30대 여성(현 영남 거주)은 "서울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은 진짜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습니다. 인천에서 활동하는 30대 남성은 "월급은 오르지 않는데 물가가 상승한 것이 가장 큰 불만"이라며 "실질소득 감소는 가정 경제에 커다란 피해를 주고 있다"고 바라봤습니다.
최근 경제가 불안정해진 원인으로 12·3 내란 사태를 꼽은 의견도 있었습니다. 영남에서 활동하는 50대 여성은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물가가 불안정해졌고 소비도 위축되고 있다"며 "그로 인해 경제 불안으로 금리까지 불안정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제 안정화를 위해 현 탄핵 정국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여성은 "하루빨리 대통령이 탄핵돼야 나라 경제가 안정화된다"고 했습니다.
여야 '아전인수' 해석…이재명 놓고도 '극과 극'
설 연휴 기간 여야가 공통적으로 꼽은 민심의 화두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역시나 '윤석열 탄핵'과 '민생경제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해석은 제각각이었습니다. 여야는 '민생경제가 어렵다'는 점에 대해 입을 모으면서도 탄핵에 따른 민심의 방향을 놓고는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놨습니다. 특히 이재명 대표에 대한 민심의 평가가 크게 엇갈렸습니다.
국민의힘은 윤씨 수사와 재판의 불공정과 편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강조하면서 이재명 대표는 안 된다는 것이 민심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우리 당이 조금 더 중심을 잡고 민주당에 의한, 이재명에 의한 입법독주를 견제해야 한다, 막아야 한다는 중론이 더 많았다고 들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과 파면 찬성, 민주당 정권 교체에 대한 지지가 우세하다면서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세는 극우 결집이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개인 지지가 큰 폭의 1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며 "이재명으로 정권교체의 큰 흐름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박주용 기자·김유정·이선재 인턴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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