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K콘텐츠 주요 소비층이 점점 고연령층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미 시장에선 5060 ‘실버 세대’를 주요 타깃 소비층으로 삼고 있습니다. 실버 세대 취향 겨냥 여러 K콘텐츠가 등장해 소비를 자극하고, 소비가 늘자 다시 생산이 증가하며 K콘텐츠 시장 흐름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미 ‘트로트’는 신드롬이 돼 K팝 시장 한 축이 됐고, 드라마와 영화 및 OTT에서도 실버 세대 겨냥 콘텐츠가 주류로 급부상 중입니다. 트렌드 타깃 밖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던 실버 세대가 K콘텐츠 트렌드를 이끄는 주류로 세대 교체가 진행 중입니다.
'미스터트롯' 출신 임영웅과 영탁 등이 주축이 된 트로트 신드롬은 실버세대의 절대적인 지지와 소비를 통해 K콘텐츠의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사진=뉴시스
‘실버’가 만든 ‘트로트 신드롬’
실버 세대가 K콘텐츠 소비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트로트의 급성장’입니다. 국내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에 “이제 트로트는 K팝과 거의 대등한 수준의 존재감이 됐다”면서 “'트로트'를 콘텐츠로 그리고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이 바로 실버 세대”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11월 3주차에 랭키파이 발표 골든디스크 역대 수상자 순위 차트를 보면 ‘미스터트롯 1’ 우승자 임영웅은 압도적 지지로 전체 순위 1위를 차지했습니다. ‘뉴진스’ ‘아이유’ ‘지드래곤’ 등 K팝 아이콘 아티스트를 능가했습니다. 음주운전으로 논란이 있었던 트로트 가수 김호중조차 50대 이상 연령층에서 굳건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다른 기존 K팝 아티스트의 세대별 지지율이 임영웅 김호중 영탁 등 트로트 스타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도 대조적입니다.
한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K팝 아이돌 스타 주요 소비층이 1020세대에 집중된 탓에 부모님 세대의 금전적 지원이 공연 소비로 이어지는 경향이 높다”면서도 “트로트 스타 공연 평균 티켓 가격은 16만 원이며, 2인석은 20만 원을 훌쩍 넘는다. 그러나 구매력을 갖춘 장년층 이상의 뜨거운 호응 덕분에 좌석을 구하는 게 오히려 ‘하늘의 별 따기’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실제 임영웅 김호중 영탁 등 ‘미스터 트롯’ 출신 트로트 스타 공연은 예매 사이트 오픈과 동시에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K콘텐츠 시장 핫이슈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런 흐름은 공연 시장에서 다른 장르로도 확산 중입니다. 1월 말 인터파크 티켓 판매 기준 30여개 콘서트 가운데 10여개가 7080음악 공연입니다. 이 관계자는 “문화 소비에서 논외계층으로 분류되던 실버 세대가 분명 주류가 된 분위기”라면서 “장성한 자녀 세대를 둔 5060세대의 문화 소비는 K콘텐츠 시장에서 반드시 주목해야 할 지점이 됐다”고 전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클래식 공연계 핵심 ‘실버세대’
‘은퇴 세대’로 불리는 실버 세대 문화 소비는 이미 클래식 공연에선 두드러진 소비를 보여 왔습니다. 대중문화에 집중된 1020과 2030에 비해 클래식 공연 소비에선 장년층 이상 실버 세대 소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습니다.
작년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간한 ‘2023 빅데이터 기반 공연 관람 행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예술의전당 클래식 장르 티켓 구매 연령 분포에 따르면 50대 23.8%, 60대 13%, 70대 이상도 3.7%의 티켓 구매율을 보였습니다. 50대 이상이 전체 구매 고객의 40%를 넘게 차지했습니다.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에서 실버 세대 소비 비중은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2023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당시 50대 관객층이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27.4%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60대 19%, 70대 이상도 6.2%였습니다.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에서도 50대가 25.3%, 60대 16%, 70대 이상 4.1%였습니다.
한 홍보 관계자는 “클래식 공연은 고가의 티켓 가격과 높은 문화적 관심도가 필요한 분야로, 경제적 여유와 문화적 취향을 갖춘 실버 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안착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이순재 박근형 김혜자 등 원로급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와 연극 영화들이 K콘텐츠 시장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시스
드라마 영화 OTT도 ‘실버’
오프라인 중심 공연 콘텐츠를 넘어 젊은 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온라인 콘텐츠 역시 실버 세대를 메인 타깃으로 띄우는 중입니다. 작년 말 12부작으로 방송된 KBS2 시트콤 ‘개소리’는 시니어 세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장르 드라마로, 주연 배우 이순재씨가 작년 KBS 연기대상을 수상하며 방송가를 놀라게 했습니다.
1935년생 현역 최고령 이순재씨의 수상에 힘입어 팔순을 넘긴 여러 후배들도 2025년 활동에 박차를 가합니다. ‘전원일기’를 통해 원조 ‘국민엄마’로 등극한 뒤 2022년 ‘우리들의 블루스’로 대한민국을 눈물바다로 만든 김혜자(84)씨가 JTBC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 출연을 확정했습니다. 이순재씨와 함께 ‘꽃할배’ 신드롬을 일으켰던 박근형(85)씨는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며, 최근 건강 이상설로 팬들을 안타깝게 했지만 여전히 무대 활동 의지를 보이는 신구(89)씨도 어엿한 현역입니다.
영화계에선 ‘여성 액션’, ‘노년 스토리’, ‘여성 주연’ 등 각종 악재로 제작 자체가 쉽지 않은 소재임에도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이혜영(63) 주연의 ‘파과’가 개봉합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실버 세대
여유 있는 경제력 기반 실버 세대의 K콘텐츠 소비력은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전망입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1월 9일 발표한 <2025 콘텐츠 소비 전망>에 따르면 60대 이상 장년층은 대부분의 콘텐츠 장르에서 소비가 증가하고 다른 연령층에 비해 온라인 콘텐츠 소비를 더 많이 늘릴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이용관 한류경제연구팀장은 “국내외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영향으로 콘텐츠 소비 지출은 감소되는 가운데, 장년층만이 콘텐츠 소비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단 점은 콘텐츠 업계에서 시니어 세대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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