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60여시간의 저체온 치료에 이어 진정치료에 돌입한 가운데, 의료계 일부에서는 조심스레 '뇌 기능'의 손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다만 주치의 소견이 아닌 만큼 섣부른 예단에 무게를 두기 보다 차분히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게 의료계 중론이다.
13일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병원 심장내과 전문의는 "치료진 설명대로라면 예후가 좋다. 다만 이 회장의 폐 상태와 각종 합병증을 앓았던 병력, 고령인 점 등을 감안하면 앞서 언급된 치료로도 회복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극단적인 경우 인지 기능의 손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앞서 이 회장의 심장 상태와 뇌파 등이 매우 안정적이라며 긍정적 소견을 밝힌 바 있다. 체온도 정상 체온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를 곧 회복으로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무엇보다 의식 회복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충북대 응급의학과의 한 교수는 "뇌파나 심장상태가 양호하다는 등의 생체 징후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 상황만을 놓고 낙관적 전망도, 비관적 전망도 내놓기에는 어려운 까닭에 차분히 경과를 살펴봐야 한다는 접근이다.
또 다른 전문의 역시 "뇌파에 대한 진단으로 환자의 인지기능의 변화, 기억 등 전반적 뇌 기능에 대한 상태를 가늠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진정치료 이후 경과를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의들이 꼽는 최대 변수는 지난 10일 심장마비가 발생했을 당시 심정지 상태가 얼마나 지속됐냐는 점이다. 이 회장의 자택과 순천향대학병원의 거리는 총 1.4km로, 자동차로 10여분이 소요된다. 어느 시점에서 호흡곤란 상황이 왔는지가 중요한 포인트.
앞서 삼성은 "병원에 도착해 있을 때 호흡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밝혔지만 그 상황이 얼마나 지속됐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다만 10시20분경 자택에서 쓰러진 이 회장이 10시50분경 순천향대학병원 도착 시점에 자가호흡이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중도는 올라간다.
한편 현재 진행 중인 진정치료에 대한 견해도 엇갈린다. 사실상 회복을 염두에 두고 "스트레스, 통증 등을 줄여 교감신경계를 자극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뇌 기능 손상 최소화를 목적으로 둔 조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진정치료의 목적은 환자에게 수액이나 진정제 등을 투여해 가수면 상태를 만드는 것"이라며 "치료보다는 치료를 위한 환경 조성에 가깝고, 수면 내시경과 비슷한 원리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모두가 지켜보는 만큼 있는 사실만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며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옆에서 직접 치료하는 주치의와 의료진의 설명을 존중하고, 차분히 경과를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입원 중인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사진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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