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K뷰티 1세대…활로 안보인다
유통 환경 급변…1세대 로드숍 브랜드 줄줄이 퇴장
“가성비·자연주의 전략 한계…전면 재편 없인 생존 어려워”
2025-06-27 17:16:00 2025-06-27 19:37:54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한때 ‘K-뷰티’의 대명사로 불렸던 1세대 화장품 브랜드들이 시장에서 점차 잊혀지고 있습니다. 2010년대 초반 전국 로드숍을 기반으로 고속 성장했던 토니모리,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등은 최근 몇 년간 실적 하락과 유통망 축소를 동시에 겪고 있습니다. '자연주의'와 '가성비'를 내세운 이들 브랜드는 더 이상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사업 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27일 찾은 서울 강남의 한 로드숍 거리. 한때 20여 개 화장품 브랜드 매장이 줄지어 있었던 이곳엔 이제 손에 꼽을 정도의 매장만이 남아 있습니다. 그마저도 한산한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이날 방문한 더페이스샵 매장에는 20분 가까이 손님이 들어서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A 점원은 “요즘은 진짜 손님이 거의 없어요. 근처 올리브영이나 드럭스토어 쪽으로 다 빠졌고, 지나가는 사람도 브랜드를 잘 기억 못하시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이어 “예전엔 중국인 단체 관광객도 많이 오고 신제품 나올 때마다 반응도 좋았는데, 지금은 제품이 바뀌어도 그걸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요”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매장 수도 크게 줄었습니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 국내 매장 수는 2019년 121곳에서 2024년 37곳으로 줄었는데요. 매년 10곳 이상이 사라지고 있는 셈입니다. 올해 1분기 뷰티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3.4% 감소한 7081억 원, 영업이익은 11.2% 감소한 589억 원에 머물렀습니다.
 
잠실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매장 전경. (사진=이지유 기자)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도 예외는 아닙니다. 1분기 매출액 520억원을 기록했는데요. 국내 오프라인 로드숍 축소와 면세 매출 감소로 인해 전년 대비 14% 하락한 수치입니다. 2019년 전국에 920개 매장을 운영했던 이니스프리는 현재 300여개 매장만 유지 중인데요.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보다는 소비자와의 접점 자체가 급격히 축소됐다는 데서 더 큰 우려가 나옵니다.
 
스킨푸드의 오프라인 매장도 꾸준히 줄고 있습니다. 2019년 76개였던 매장은 2024년 12월 말 기준 11개로 감소했죠. 토니모리도 상황은 비슷한데요. 한때 해외 시장 공략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국내외에서 실적과 브랜드 인지도가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 브랜드의 공통점은 성장 공식이 동일하다는 데 있습니다. ‘저가형 자연주의 화장품’이라는 포지셔닝과, 로드숍 중심의 단일 브랜드 유통 전략인데요. 2010년대에는 유효했던 이 모델은 이제 구조적인 한계에 직면했습니다. 무엇보다 유통 채널이 크게 변했습니다. 소비자들은 단일 브랜드 매장보다 다양한 제품을 비교·체험할 수 있는 멀티숍을 선호하고 있죠. 올리브영 등 H&B스토어가 주요 구매처로 자리 잡으며 전통 로드숍은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소비자 취향의 변화도 뚜렷합니다. 브랜드 충성도보다는 ‘가심비’와 ‘공감’을 중요시하는 MZ세대는 감성적 브랜딩, SNS에서의 노출 빈도, 제품의 친환경성 등을 중시하는데요. 기존 1세대 브랜드들은 이러한 흐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채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들 브랜드의 생존을 위해선 단순한 리뉴얼이 아닌, 전면적인 리포지셔닝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제품 기획, 메시지 전략, 유통 채널, 고객 접점까지 전 영역의 재구성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올리브영 확산, 온라인 쇼핑 확대로 1세대 화장품 전문점 수요가 급감했다”며 “가성비 전략이 더는 통하지 않기에 제품도 초저가나 프리미엄 중 하나로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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