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경고’에 재계 ‘중복 상장’ 멈칫
SK이노, SK엔무브 상장 계획 철회
재계 성장 공식이었던 ‘중복 상장’
이 대통령 ‘쪼개기 상장’ 비판해와
상법 개정 임박…전략 수정 불가피
2025-06-27 14:28:55 2025-06-27 17:19:05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거듭 자본시장 정상화를 위한 상법 개정 추진을 시사하면서 중복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 SK엔무브 상장을 철회하는 등 이 대통령의 경고에 재계의 행동 변화 기류도 감지됩니다. 여기에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 처리 움직임이 빨라지자 중복 상장을 추진 중인 다른 기업들의 상장 전략 또한 수정이 불가피해진 모습입니다.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사진=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윤활유 사업 자회사인 SK엔무브의 기업공개(IPO) 계획을 철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초 SK이노베이션은 내년까지 SK엔무브의 상장을 추진해 외부 자금을 조달한다는 목표였지만, 새 정부의 자본시장 정상화 방침에 따른 중복 상장 규제 기조가 본격화하면서 이를 중단한 것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자본시장 분위기와 회사 제반 사정 등을 고려해 IPO 프로세스를 잠정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이러한 중복 상장을 성장 공식으로 써왔습니다. 자회사 상장으로 지배주주의 지배력 변화 없이 외부 자본을 조달해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2LG화학에서 배터리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 후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과 지난해 HD현대의 선박 AS 사업부를 분사하고 증시에 입성한 HD현대마린솔루션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이는 모기업 지배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반면, 소액주주의 권익은 크게 해치는 결과를 낳는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돼왔습니다. 자회사가 상장하면 모회사의 지배주주는 상장 자회사에 대해서도 지배적 지분을 가진 만큼 이사 선임 등 권한 행사가 가능하지만, 소액주주의 경우는 불가능합니다. 또한 사업을 분할하는 만큼 모회사의 기업가치 훼손도 불가피하고 모·자회사의 이익이 이중으로 계산되는 결과로도 이어져 투자 가치가 감소하는 요인이 됩니다
 
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쪼개기 상장’ 등의 표현으로 비판하며 중복 상장을 막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혀왔습니다. 전날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투명성·공정성 회복을 통해 자본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상법 개정 추진을 시사했습니다국회의 움직임도 빨라지는 모습입니다. 여당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6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SK이노베이션과 비슷하게 중복 상장을 추진 중인 기업들의 전략 수정도 불가피해졌습니다. SK그룹은 SK엔무브 외에도 SK, SK에코플랜트, SK플라즈마 등의 상장을 추진해왔고, LS그룹은 LS파워솔루션을 비롯한 여러 계열사의 IPO를 계획 중입니다
 
윤선중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계나 기업이 자본 조달 측면에서 중복 상장을 추진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지주사들의 디스카운트가 많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기존 주주들에 대한 권리를 어떻게 보호해주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시행이 임박한) 상법 개정안에 중복 상장이 명확하게 나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디스카운트 발생에 따른 소액주주 보호 등 향후 이사들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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