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유근윤 기자] 검찰청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1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9월 시행됩니다. 남은 과제는 검찰청을 대신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역할·기능 정립, 검찰청 폐지 후 새로운 형사사법 시스템을 마련하는 겁니다.
검찰 개혁이 '2막'에 접어든 건데, 갈 길은 멉니다. 성공적인 검찰 개혁에 이르려면 일각에서 제기하는 검찰청 폐지의 '위헌성' 논란도 넘어서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쟁점으로 부상한 '보완수사권'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 기록만 보고 기소 여부를 판단할 경우,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봅니다. 반면 '수사와 기소 분리'가 검찰 개혁의 대원칙인 만큼 보완수사권을 검찰에 줘선 안 된다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제도개혁 태스크포스(TF)에서는 공소청 검사의 권한을 놓고 줄다리기를 계속할 전망입니다.
지난 9월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설치하는 안을 담은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사진=뉴시스)
국회는 지난 26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개정안의 핵심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겁니다.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말 법이 시행되면 78년 만에 검찰청이 사라지고, 법무부 산하 공소청과 행정안전부 산하 중수청이 검찰의 역할을 대신하게 됩니다. 다만 정부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국무총리실 산하에 범정부 검찰제도개혁 TF를 꾸려 관련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입니다. 해당 TF는 법무부·행안부·법제처 등 관계 부처·기관 구성원과 민간 전문가로 구성될 예정입니다.
검찰 개혁이 성공하려면 먼저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검찰 안팎의 반발을 넘어서야 할 걸로 보입니다.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은 지난달 24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자 입장문을 내고 "헌법에 규정된 검찰을 지우는 것은 성공적인 검찰 개혁에 오점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29일엔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서신에서는 "79년간 국민과 함께해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참담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대검에서는 향후 논의 과정에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검찰 구성원들의 의견과 지혜를 더욱 더 충실히 듣고 개진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떼내는 검찰 개혁을 막기 위해 검찰 구성원의 의견을 피력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공포되면 헌법소원이 제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동우회(회장 한상대 전 검찰총장)는 지난 28일 입장문을 통해 "검찰청을 폐지하는 것은 헌법상의 권력 분립 원칙과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자 훼손"이라며 "반민주적, 반역사적 법률 개정에는 헌법소원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바로잡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헌법 제89조 16호는 검찰총장 임명을 국무회의 심의 대상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헌법상의 기관인 검찰청을 법률 개정으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헌법소원이 제기된다 해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입니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검찰에서 수사권을 떼내는 것인데, 헌법엔 검사의 수사권을 보장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헌법 제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언급하지만 논란이 되는 '수사권'도 헌법적 권한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인 겁니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표결에 따른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소청 검사에 보완수사권을 보장할지 여부는 향후 검찰 개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릅니다. 일각에서는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경찰의 수사력을 보완할 장치이자, 경찰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라고 주장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의 직접 수사가 없어지는 상황에서 보완수사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수사권을 없애는 입장에서 새로운 범죄를 수사하거나 하면 안 되겠지만, 기본적인 범죄 혐의와 동일한 사안을 수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보완수사권도 없으면 억울한 피해자들은 하소연할 데도 없고, 사건 수사 처리가 지연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습니다. 경찰 출신인 한 변호사는 "애초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동시에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데 입법 취지가 있는데, 보안수사권을 부여하게 되면 결국 이를 근거로 수사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문재인정부 시절 수사권 조정으로 형사사건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해당 변호사는 "수사가 늘어지는 문제는 경찰과 검찰이 협의해 전체적인 사건 처리에 시간이 소요되지 않게 조정해야 할 문제이지 경찰만 일방적으로 그 의무를 부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민생 사건을 검찰이 직접 수사해야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도 실증되지 않은 문제다. 원래도 민생 사건 대부분은 검찰이 수사하지 않았다"고 부연했습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나 중수청의 수사가 남용될 때 이것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이것 때문에 검사에게 직접 보완수사를 줄 필요성은 전혀 없다"며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가지고 수사기관의 수사는 얼마든지 통제가 가능하다. 송치 의견으로 넘어왔을 때 기소 단계에서 기소권을 가지고 통제를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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