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재연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비동의 설치와 반복 오류로 논란을 부른 윈도우10 업데이트 'KB5001716'의 기능 일부를 결국 삭제했습니다. 그러나 강제 설치만 막았을 뿐 윈도우11 업그레이드를 유도하는 알림과 배너는 유지하며 운영체제(OS) 전환 독려 기조는 이어갈 전망입니다.
KB5001716은 MS가 지난해 본격적으로 배포하기 시작한 업데이트 패키지입니다. 일반적인 업데이트와 다르게 이 패키지는 윈도우 10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윈도우 11 전환을 독려할 목적으로 배포됐는데요. 여기에는 윈도우11 기능 업데이트, 윈도우 11 설치 알림 등의 기능이 포함됐습니다.
다만 OS 업그레이드 독려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이 패키지에 대한 이용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업데이트 이후 일부 개인용 컴퓨터(PC)에서 같은 내용의 패치가 반복돼 파일 간 충돌을 일으키거나, 다른 업데이트가 진행되지 않는 등의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인데요.
한 윈도우 10 사용자는 "해당 업데이트를 진행했음에도 같은 내용의 패치를 추가로 진행하는 등의 오류가 있었다"라며 "파일 간 충돌이 발생하면 오류가 생성돼 기존 업데이트를 지우고 재설치해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은 사용자의 몫"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오류는 미국의 소셜 뉴스 웹사이트 '레딧'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한 누리꾼은 "업데이트 이후 일일 최대 5회 같은 내용의 패치 문구를 띄우는 상황이 두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윈도우11 기능 업데이트'입니다. 이 업데이트는 대상 PC의 OS 버전이 종료가 임박하면 이에 대응하는 패치를 진행하는데요. MS 측은 이에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고 기기 보안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KB5001716 업데이트가 윈도우 10 사용자들 별도의 동의 없이 자동 설치돼 이같은 기능을 수행하게끔 구현됐다는 점입니다. 한 사용자는 "충돌 오류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윈도우 통합 업데이트 파일은 개인이 수동으로 설치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라며 "이는 사용자들의 선택권을 묵살한 처사"라고 지적했습니다.
단순 충돌 오류에 그치지 않고 시스템 다운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습니다. 한 윈도우 10 이용자는 "KB5001716 때문에 관련 업데이트가 강제로 진행되면서 시스템이 멈추거나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했다"라며 "이 기능을 제거하거나 비활성화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국내 한 산업계 종사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재부팅 이후 업데이트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PC가 멈추는 경우도 있었다"라며 "사내 핵심 소프트웨어가 윈도우10 환경에 맞춰 설계된 상황에서 이같은 오류가 반복되면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업데이트가 강제되는 환경에서 이같은 논란이 지속되자 MS는 결국 문제의 기능을 제거했습니다. MS는 7월 KB5001716의 공식 릴리스 노트를 통해 '기능 업데이트 자동 설치' 관련 항목을 삭제했는데요. 다만 기존 윈도우 11 업그레이드 권유 배너와 알림 메시지는 유지됩니다.
MS가 비판 여론 속에서도 윈도우 11 전환 기조를 굽히지 않은 이유는 오는 10월 윈도우10 기술 지원이 공식적으로 종료되기 때문입니다. 별도의 조치 없이 해당 OS를 유지하면 PC 보안 시스템이 취약해질 우려가 있는데요. MS는 지원 종료를 앞두고 개인·고객사를 대상으로 사용자들이 윈도우 11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우리 정부도 윈도우10 기술 지원 종료 후 발생하는 사이버 위협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최우혁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은 "윈도우10 기술 지원 종료에 따라 보안 취약점을 이용한 '제로데이' 공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개인과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해 나가겠다"며 "개인과 기업도 업데이트 등 보안에 유의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박재연 기자 damgom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