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저축은행들이 고금리 적금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수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최대 연 20%가 넘는 이율이나 생활밀착형 혜택을 앞세운 이색 상품을 줄줄이 내놓는 등 젊은 고객을 유입하고 브랜드 노출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입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저축은행권은 최대 20% 이상의 고금리를 내건 적금 상품이 연이어 내놨습니다. 대부분 만기가 짧고 납입 한도가 낮지만, 생활형 조건이나 제휴 혜택을 붙여 신규 고객 확보에 집중하는 구조입니다. 비대면 앱 전용 상품을 통해 가입 절차를 간소화하고 실질 이자보다 가입 유도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OK저축은행은 CU편의점과 제휴한 'CUxOK 출첵적금'을 선보였습니다. 이 상품은 31일간 하루 5000원 또는 1만원을 납입하는 초단기 적금으로, OK저축은행 모바일 앱에서 매일 출석체크를 할 경우 최대 14%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기본금리 연 4%에 만기 해지 시 제공되는 4%포인트를 더하면 총 연 22%(세전)의 금리가 적용됩니다.
고려저축은행은 신한카드와 제휴한 '마이버킷플러스 정기적금'을 지난 26일부터 판매 중입니다. 이 상품은 6개월 만기 월 30만원 정액 적립식으로 기본금리 1%에 만기 유지 시 2% 우대금리를 더해 최대 연 3%의 이자를 제공합니다. 여기에 신한카드 '미스터라이프'를 매월 20만원 이상 사용하면 최대 10만5000원의 캐시백 혜택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금리로 환산하면 최대 연 20% 수준의 효과가 있습니다.
DB저축은행은 가족 친화 콘셉트의 'DB행복씨앗적금'을 출시했습니다. 12개월 동안 월 최대 50만원을 납입할 수 있고 기본금리 4%에 우대금리 2%를 더해 최고 연 6%의 금리를 제공합니다. 우대 조건으로는 마케팅 수신 동의, 목표다짐 선택, 만기 해지 외에도 다자녀 가정이나 가입 기간 중 결혼·임신·출산이 있을 경우 추가 금리가 붙습니다. 만기 해약 시 원리금을 DB저축은행 정기예금에 우대금리로 재예치할 수 있도록 설계해 장기 자산 형성도 유도하고 있습니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첫 거래 고객을 위한 '처음만난적금'을 출시했습니다. 기본금리 3%에 자동이체 6회 이상, 1년간 예·적금 미보유 등 간단한 조건을 충족하면 우대금리 5%를 더해 최고 연 8% 금리를 제공합니다. 한국투자저축은행 역시 지난달 '한투 원투 한달적금'을 출시해 매일 납입 방식으로 최대 연 12% 금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축은행들이 이처럼 납입 한도가 낮고 만기가 짧은 고금리 상품을 앞다퉈 내놓는 것은 단순히 수신 잔액을 늘리는 것만이 목적은 아닙니다. 신규 고객을 빠르게 유치하고 플랫폼 이용 경험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큽니다. 앱 설치, 계좌 개설, 첫 거래 유도를 통해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춘 뒤 예금·대출·투자 등으로 확장하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적금 상품은 표면상 금리는 높지만, 실제 수익률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예컨대 1만원씩 30일간 납입해 연 20% 금리를 적용받더라도 실제 이자는 세후 약 4000원 수준에 그칩니다.
따라서 가입자는 단순 금리보다 우대 조건 충족 가능성과 실수령액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대금리 적용을 위한 출석체크, 카드 이용 실적, 마케팅 동의 등이 까다롭거나 불편할 경우 기대한 수익률을 얻기 어렵습니다. 중도 해지 시에는 우대금리가 모두 사라지고 단순 기본금리만 적용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단기간 수신을 유치하면서도 마케팅비로 간주할 수 있는 낮은 비용으로 브랜드 노출과 고객 유입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특히 디지털 채널을 통한 비대면 상품의 확산은 젊은층 유입에 유리하고 이후 고객 관계를 유지·확대하는 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금리 적금 상품은 고객의 실제 이자 수익보다는 유입 경로로서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 성격이 강하다"며 "짧은 기간 동안 소액 자산을 운용하려는 소비자에게 적합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축은행들이 최대 연 20%가 넘는 이율이나 생활밀착형 혜택을 앞세운 이색 적금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수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은행 예·적금 창구에서 고객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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