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연 14% 적금'…조건 '산더미'
비대면 전용에 기본금리 2% 불과
2025-04-01 14:45:53 2025-04-02 06:43:42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저축은행들이 '연 14%' 같은 고금리 특판 적금을 앞다퉈 내놓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해당 금리를 적용받기 위한 조건은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비대면 가입 제한에 카드 실적, 매일 납입 등 복잡한 우대 조건이 붙으면서 소비자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이 올해 들어 최고 연 10~14%대 금리를 내건 특판 적금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이들 상품은 대부분 앱 전용으로 운영되며, 제휴 카드 이용 실적이나 일정 기간 내 꾸준한 납입 등 조건을 충족해야만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웰컴저축은행 '웰뱅 라이킷 적금'은 최고 연 14% 금리를 내세웠지만, 기본금리는 연 2%에 불과합니다. 우대금리를 적용받기 위해선 모바일뱅킹에서 신규 가입하고, 적금 가입 직전 롯데카드 이용실적이 없는 회원이 제휴 카드를 신규 발급해 이용 실적 50만원 이상을 채우는 등 복합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OK저축은행 'OKx엘포인트모아적금'은 만기 원리금을 엘포인트로 수령해야 최대 연 10% 금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 6개월 단위로 적금 만기가 짧은 것은 장점이나, 포인트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에게는 실질 혜택이 제한적입니다. 특히 엘포인트는 보유분 40% 이상을 현금으로 전환할 경우 수수료를 떼고 있어 우대금리 혜택이 줄어듭니다.
 
애큐온저축은행의 '나날이적금'은 매일 납입 조건을 전제로 최고 연 12% 금리를 제공하지만, 약정한 100일 중 단 하루라도 빠지면 우대금리 적용이 어려워집니다. 당행 모바일 앱에서 직접 입금만 가능하므로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해야 합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한투 원투 한달적금'은 31일간 매일 1000원~5만원까지 31일간만 납입하면 연 12%까지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적금을 오래 묵혀둘 필요가 없어 진입 장벽이 낮지만, 한 달 동안 넣은 적금 이자를 연 단위로 환산했을 때 생각보다 적을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이처럼 저축은행들의 고금리 특판 상품은 표면적으로는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특정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적용 가능한 구조로 설계돼 있습니다. 대부분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소비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가입 방식과 조건이 지나치게 복잡해 실질적인 혜택을 체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광고에 등장하는 '최고 금리'는 현실에서 적용받기 어려운 수치가 되고 있는 셈입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우대금리는 고객과의 장기 거래와 거래 활성화 유도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며, 조건은 다소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안내 사항에 모두 명시하고 있다"면서 "MZ세대 등 모바일 중심 고객층 수요에 맞춘 상품이 많아진 것은 업계 전반의 흐름"이라고 밝혔습니다.
 
저축은행들이 내놓은 '연 14%' 같은 고금리 특판 적금은 스마트폰 가입이나 신용카드 실적 충족 등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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