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적자를 빌미로 전 세계에 고율 관세정책을 펴고 있는 가운데, 최근 확대된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미 경제의 수입 시장 변화 등에서 비롯된 수요 증가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현지 조달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줄어들 전망입니다.
경기 평택항 자동차 전용 부두에 수출 차량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9일 발표한 ‘대미 무역수지 확대의 요인별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21년 대비 2024년 미국의 대한국 수입 증가분 366억달러 중 절반이 넘는 277억달러가 미국 자체의 수요 변화 및 수입선 전환으로 인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세부적으로는 미국 전체 수입 시장 규모 확대에 따른 수입 증가가 143억달러에 달했고, 자동차·부품(9.7%→11.7%), 화학공업(10.0%→11.3%), 반도체(2.9%→3.5%)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의 미국 내 수요 증가가 74억달러를 차지했습니다.
또한 미국이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한국산으로 수입을 대체한 것도 60억달러에 달합니다. 지난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본격화로 대중국 관세가 급격히 인상되면서 중국산 제품은 전체적으로 점유율이 하락한 반면, 한국은 자동차·부품, 철강, 비철금속 등 제품을 중심으로 점유율이 확대됐습니다. 이 밖에도 한국 제품이 일본 등 다른 국가와 비교해 경쟁력이 상승해 89억달러 수준의 수입 확대도 유발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보고서는 “미국의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 중 277억달러는 중국산 제품 대체 등 미국의 안정적인 공급망 유지에 기여했거나 미국의 수입 수요 확대 및 수입 구조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한 현상”이라며 “즉, 이는 우리 기업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따른 인위적인 불균형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또한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도 미국의 대한국 수입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진출 기업에 대한 한국산 중간재 수출이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지난해 미국의 대한국 수입 중 중간재 비중은 46.8%로 상위 10대 적자국 중 3번째로 높았습니다.
다만 보고서는 이러한 무역수지 불균형이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국으로의 투자·진출이 장기화할수록 현지 조달 비중이 높아지고, 한국 본사로부터의 조달 비중은 감소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국 내 한국 기업의 현지 조달 비중은 2020년 28.3%에서 2023년 32.1%로 증가했습니다. 투자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 현지 네트워크가 형성돼 자연스레 현지 조달 비중이 확대된다는 해석입니다.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의 배경으로 ‘미국 내 제조업 기반 상실’, ‘첨단 제조시설에 대한 투자 유인 약화’, ‘핵심 공급망 약화’, ‘국방·산업 기반의 해외 적성국 의존도’ 등을 지적했지만 한국은 오히려 이러한 미국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제조업 파트너이자 투자 협력국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도원빈 무협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통상 압박 완화를 위해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 확대가 미국의 수입 시장 변화에 기인한 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의 현지 조달 확대에 따른 미국 경제 기여와 무역수지 불균형 개선도 강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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