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박주용·차철우·이효진·김유정 기자, 이선재 인턴기자] 정치·경제 전문가들은 다음 달 4일 공식 출범할 새 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경제'를 꼽았습니다. 특히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에 따른 '관세' 문제와 내수 경기 침체 문제 해소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당면 과제로 언급했는데요. '12·3 비상계엄'이 야기한 사회 갈등을 풀어내는 것이 선제 조건이라는 조언도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정부 첫 과제는 '관세'와 '추경'"
26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응답한 정치·경제 전문가 8인은 "첫째도 둘째도 '경제'"라는 데 입을 모았습니다. 정치·사회 분야의 당면 과제도 언급했지만, 모두 장기 과제에 해당하는 만큼 새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는 경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겁니다.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명예교수는 "새 정부 출범의 가장 큰 과제는 경제인데, 그 중에서도 관세가 제일 큰 핫이슈"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 압박 전략을 쓰는 사람으로, 협상에 있어 주고받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미국에 투자하고 협력하되, 우리 일자리에 손해가 없으며 투자 리스크도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투자를 함에 있어서도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고위험 고수익) 방식의 협상으로 보상을 크게 받아내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관세 이후 우리 정부의 대응과 관련해서는 "소비와 투자, 수출이 모두 하락한 상황인 만큼 정부가 개입해 유효 수요를 창출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투자를 이끌고 다시 환원을 일으키는 정부 개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선을 앞두고) 사회 통합에 대한 이야기도 많지만, 실제로 빠르게 결정해서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경제일 수밖에 없다"며 "국제기구들도 우리나라 성장률을 낮추고 있기 때문에 제일 시급한 것은 장기 침체 국면을 막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000년 이후 출범한 역대 정부는 모두 집권 초 추경을 편성한 바 있는데요. 대부분 취임한 날부터 추경안 의결까지 100일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강 교수 역시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초점을 두고 추진해야 한다"며 "추경이 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적극적인 추경 검토를 통해 경기 활성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새 정부의 중요한 과제"라면서도 "정치적 불안정성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불안정성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도 "추경을 통해 서민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운 상황을 풀어야 한다"며 "경제 성장의 회복 발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들의 직접적인 경제 안정의 효능감을 위해서는 일자리 대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들의 후생 수준을 높여주고, 경제적 안정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먼저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안정된 일자리"라며 "중산층 서민들의 경제적 여러움을 직접적으로 풀어줄 수 있는 것이 일자리"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금융경제학 교수는 "대한민국의 저성장 기조가 6년째로, 성장이 없으니 국민들의 소득도 고용도 이뤄지지 않아 모두가 힘든 상황"이라며 "성장을 이끌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술 기업에 투자해, 고용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4회 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회 통합이 경제 성장 조건"
정치·경제 분야 전문가들이 '경제'를 새 정부의 첫 과제로 꼽긴 했지만, 정치 개혁과 함께 동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줄을 이었습니다. 현재호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경제 구조 개혁과 장기적 비전은 단계적으로 맞춰가야 하기 때문에 내란의 종식과 민생 안정을 함께 가져가야 한다"며 "내란을 통해 더 악화된 경제를 풀기 위해 소비 진작 정책이 필요한데, 경제는 중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현 교수는 또 "사회를 복원하기 위해 갈등을 봉합하고 치유해야 한다"며 "사회 통합 문제들을 정리해가면서 완화하고 봉합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은경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서적 양극화가 심화됐기 때문에 새 대통령은 국민 통합 메시지를 내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계속되는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신성장 동력 등의 큰 그림을 그리는 비전을 제시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팽배해진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수도권과 지방, 세대 간 격차 등 균열 구조를 완화하는 정책들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강 교수는 "사회 문제가 경제 문제와 연결된 문제가 많은데, 중산층의 위축이 큰 문제"라며 "새 정부는 선거 때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담보하는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어 "연금 문제와 정년 연장 문제처럼 지속가능한 사회 시스템을 조기에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장 교수는 "무조건적인 통합을 외치며 과오를 묻어두는 것은 장기적인 통합의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면서 "반발이 조금 있더라도 책임을 물을 건 물으며 한 번쯤은 정리하고 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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