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미·중 주요 2개국(G2)의 통상 대립에 따라 바닷길의 무역 구조가 예사롭지 않을 전망입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 선박의 항만료 부과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공급망 경로 변화와 글로벌 해운 재편의 가속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기업들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다변화에 따른 리스크 관리 강화 등 중장기적인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산업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는 철강 수출도 고민이 큰 분야입니다. 5~6월부터 트럼프발 관세 여파가 본격적인 영향권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12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12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출처=세계해운협회)
'중국산' 미 항만료 부과
21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경제통상 리포트를 보면, 미국의 항만료 부과 및 해운 정책 변화는 단기적으로 화물 지연 물류비 상승, 중장기적인 글로벌 해운 구조 재편 등을 가속할 전망입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계획에 따라 올해 10월14일부터 오는 2028년까지 중국 소유·운영 선박 항만료와 중국 건조 선박, 자동차 운반선에 항만료를 부과할 예정입니다. 19일(현지시각) 미국이 선박 수수료 부과와 관련한 최종 공청회를 진행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USTR 계획에 따라 세계해운협회가 추정한 중국 소유 운영 선박 항만료를 보면, 중국 소유 운영 선박에 대해서는 톤당 50달러 입항수수료에서 매년 30달러씩 인상합니다. 2028년에는 톤당 140달러로 오릅니다.
중국 건조 선박 운영자일 경우에는 톤당 18달러·컨테이너 120달러로 매년 점진적 인상안을 뒀습니다. 외국에서 만든 자동차 운반선은 1CEU(선박의 차량 탑재 능력 단위)당 150달러(수수료 간 중첩 미적용)의 입항 수수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세계해운협회 측은 미국의 항만료 부과가 미국 무역을 저해하고 미 정부의 해양산업 강화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더욱이 이미 제조해 운항 중인 선박 대상의 항만료 소급 적용은 농업을 포함 수출업체 부담을 가중시키고 소비자 비용 증가 및 투자 불확실성을 초래한다고 지적합니다.
선박의 화물량 순톤수에 의한 항만료도 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비용 상승을 유발하며 미국 내 생산 필수 부품의 비용 인상, 소비자 물가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단기적 화물 지연에 따른 물류비 상승과 중장기적인 글로벌 해운 구조 재편 등이 가속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문현주 KOTRA 워싱턴 무역관은 우리 기업들 대응 방안과 관련해 "대체 운송 경로 확보 및 최적화, 현지 물류 거점 확대 공급망, 다변화 및 리스크 관리 강화 등 선제적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피해는 없다고 보고 있다. 중국산 선박을 미국에 보내면 돈을 내야하니 중국산이 아닌 선박으로 미국 수출을 보내면 된다. 중국산은 미국 쪽 말고 유럽 노선으로 빼면 된다는 게 선사들의 시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4월3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대미 철강 수출 10% 감소?…관세 영향 아직
트럼프발 관세 조치 영향이 아직 반영되지 않은 철강 분야도 좌불안석입니다. 올해 1~4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이 13억8400만달러로 전년보다 10.2% 감소했지만 지난해 수출 호조로 인한 기저효과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이날 산업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미 정부가 지난 3월 12일(현지시간)부터 시행한 25% 철강 관세의 영향은 5월 수출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4월 기간 대세계 철강 수출액은 미국을 제외할 경우 2.6% 감소 폭에 그치고 있습니다.
아울러 올 1~4월 대미국 수출량은 96만2000톤으로 쿼터 부과 시점 이후인 2018~2024년 동 기간 평균 수출량(96만1000톤) 수준입니다. 3~4월 수출량은 과거 평균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기 계약분 수출 중심으로 대미국 수출량이 11.7% 증가했으며 최근 미국 철강 가격 상승 영향으로 대미국 수출액은 대세계(미국 제외) 수출액 증가율을 상회한 상태입니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상 관세 부과 영향은 부과시점 후 2~3개월 정도 이후에 나타난다는 점에서 트럼프 관세 영향은 5~6월 수출부터 확인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습니다.
더욱이 고부가 제품 위주로 재편하는 미국의 철강 수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1~4월 범용재인 열연·중후판 품목의 수출은 각각 36.3%, 18% 줄었습니다.
이에 반해 강관과 석도강판은 각각 10.3%, 29.2%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 수입 의존도가 높은 고부가 제품군으로 경쟁력 있는 제품 위주의 수출 대응이 필요하다는 방증입니다.
이재윤 연구위원은 "향후 보편관세 부과 영향, 특히 범용재 부문에서의 경쟁력 약화를 경계해야 한다"며 "2월 이후 미국 철강가격이 급등했으나 4월 중순부터 3주 연속 하락추세로 관세 부담 시 수입품의 가격경쟁력 하락과 미국의 수입대체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수입 쿼터제 폐지에 따라 기 관세부과국과의 치열한 가격 및 점유율 경쟁이 예상된다"며 "냉연·컬러강판 경쟁력은 우리와 유사한 것으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관세 적용 이후 미 수입사의 수입 대상 변경 유인은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경쟁력 있는 제품 위주 수출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쿼터 보호 소멸로 철강 수출의 단기 부담은 확대될 수 있으나 최적의 수출 전략 수립과 제품 경쟁력 강화를 통한 대응은 긴요하다. 주요 시장 동향 파악과 보편관세 부과의 장단기적 영향 분석도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21일 산업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미국 정부가 지난 3월12일(현지시간)부터 시행한 25% 철강 관세의 영향은 5월 수출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출처=산업연구원)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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