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시’ HD현대 vs ‘투자’ 한화오션…미 조선 투자 온도차
한화 “트럼프 때문 만은 아냐…중장기적 관점”
HD “조선업 사이클 최소 수년…불확실성 높아”
2025-05-21 14:49:10 2025-05-21 18:28:02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조선업 재건을 천명한 가운데, 국내 주요 조선사들의 미 조선업 시장 대응 전략에도 온도차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화오션은 미 필리조선소 인수에 이어, 현지 법인인 한화오션USA에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까지 단행하며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반면 HD현대는 전략적 협력과 기술 제휴 중심의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 조선소 전경. (사진=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은 올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 조선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내 애널리스트들을 필리조선소에 초청, 현재 연 1~1.5척 수준인 생산 능력을 2035년까지 8~10척으로 키우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매출도 현재보다 10배 이상인 40억달러(약 5조6000억원)로 늘리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습니다. 업계에선 이 계획을 실현하는 데 100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기반으로, 한화오션은 지난해 12월 필리조선소를 1억달러(약 1380억원)에 인수하고, 조선 및 방산 사업 확대를 위해 설립한 미국 법인 한화오션USA에 153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습니다.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번 미국 진출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라며 “미 조선업의 구조적 쇠퇴를 오래전부터 주시해 왔고,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훨씬 이전부터 중장기적 관점에서 선제적으로 준비해온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글로벌 종합 방산·조선·해양 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미국 진출을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HD현대는 비교적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화오션과 함께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회동하며 대미 협력 의지를 드러냈지만, 직접적인 자본 투자는 아직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달 초에는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해양항공우주 전시회(SAS 2025)’에서 미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기술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나, 현지 생산시설 투자나 법인 설립 등 실질적인 진출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 조선업 재건 논의가 본격화되고는 있지만, 정권 교체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며 “조선업 특성상 사업 사이클이 수년 단위로 전개되는 만큼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협력 범위를 확대해나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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