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으름장'에도…관세 부메랑 '물가'
중국 협상에도 소비심리 '뚝'…1년 후 물가전망 7.3% 달해
관세 가격전가 못한 기업들 "한계 다다랐다"…가격 인상 예고
2025-05-19 17:13:52 2025-05-19 17:36:11
[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트럼프발 관세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의 물가 흐름이 심상치 않습니다. 특히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소비심리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을 향해 "관세를 핑계로 소비자가격에 전가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관세 정책 발효를 앞둔 기업들은 그간 소비자들이 떠날 것을 우려해 가격 인상을 꺼려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기업들도 트럼프 으름장에 버티는 데 한계가 다다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한숨 돌린 미·중 협상에도 중국 관세는 30%로 여전히 높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협상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으면 다시 높은 관세를 내게 할 것이라는 협박도 했습니다. 바야흐로 '폭풍전야'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취임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는 "향후 2~3주 이내에 관세율을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미 재무장관 "성실히 협상 안 하는 국가엔 '고율 관세'"
 
18일(현지시간) 미국의 무역 협상을 이끄는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은 관세 협상에 임하지 않는 나라에 높은 관세율을 적용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베센트 장관은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교역국이 선의로 협상을 시작하지 않으면 4월2일 발표한 관세율을 적용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협상하고 싶은 국가와는 얼마든지 대화하고 협상하고 싶지 않은 국가에 대한 관세는 4월2일 수준으로 올라간다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또한 이틀 전 "150개 국가가 협상하고 싶지만 그렇게 많은 국가를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향후 2~3주 이내에 관세율을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과의 협상으로 한숨 돌린 듯한 트럼프 발 관세 전쟁의 불확실성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미·중 무역협상에서 일부 관세가 일시 유예되는 조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여전히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미시간대학교에 따르면 미국의 5월 소비자심리지수 잠정치는 50.8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난달의 52.2보다 2.7% 하락한 수치로 2022년 6월(50.0)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입니다.
 
조앤 수 미시간대 소비자조사연구센터장은 "소비자들 4분의3 가까이가 4월에 비해 60% 가까이 폭등한 관세를 끊임없이 언급했다"며 "무역정책에 드리운 불확실성이 계속해서 소비자들의 경제 전망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비자들은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1년 후 예상 인플레이션율은 7.3%로 한 달(6.5%) 전보다 상승했습니다. 이는 1981년 이후 최고치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그래픽=뉴스토마토)
 
물가와 소비심리 '괴리'…곳곳서 '경고'
 
이렇게 소비심리는 급격히 얼어붙고 있지만 물가 지표는 아직 반영되고 있지 않습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2.3% 상승했습니다. 전월 2.4% 상승한 데 견줘 상승 폭이 다소 낮아진 겁니다. 이는 트럼프가 나라별 상호 관세를 발표한 뒤 처음 공개된 물가 지표입니다. 트럼프는 수치가 나오자마자 트루스소셜에 "인플레이션은 없고, 휘발유·에너지·식료품 그리고 사실상 다른 모든 것의 가격이 내려갔다"며 자화자찬했습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과 업계에서는 '관세전쟁'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이 아직 반영되지 않았을 것으로 해석합니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 "관세 정책의 전반적 효과가 경제 지표에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물가 상승은 여름이 되어서야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으로 소비자 가격이 급등하기 전 마지막 진정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시점까지 소비자들이 그토록 자유롭게 지출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팬데믹 기간 동안의 정부 부양책과 주식 시장 호황의 결과로 축적된 저축의 비축량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KPMG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다이앤 스웡크는 "팬데믹 기간, 높은 물가의 폭풍을 견뎌낼 수 있었던 완충 장치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오션사이드의 월마트 매장에서 사람들이 걷고 있다. 월마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다양한 관세가 새로 제정됨에 따라 이르면 이달 말부터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월마트 이어 소매업체줄줄이 '가격인상' 예고
 
가격 인상의 조짐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최대 유통 업체 월마트는 관세 여파에 따른 가격 인상을 예고했습니다. 월마트는 지난 15일 실적발표와 함께 "관세가 여전히 너무 높다"며 "미국 소비자들은 이달 말 또는 내달 월마트의 가격 인상을 보게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트럼프는 '협박'으로 맞섰는데요. 그는 월마트에 대해 "가격 인상의 이유를 관세 탓으로 돌리려는 시도를 이제 멈춰야 한다"고 으름장을 내놨습니다. 
 
지난달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월마트의 더그 맥밀런, 타깃의 브라이언 코넬, 홈디포의 테드 데커 등 미국의 주요 대형 유통업체 최고경영자(CEO) 3명과 만난 바 있습니다. 월마트에 이어 이번 주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는 타깃과 홈디포 등 월마트의 가격 인상을 신호탄으로 미국 내 다른 소매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됩니다. 소매업체 관계자들은 월마트가 다른 많은 경쟁사들보다 관세 발 충격으로부터 더 보호받고 있다는 데 동의합니다.
 
피치 래이팅의 소매 분석가인 데이비드 실버만은 "그나마 월마트 같은 회사는 규모가 크고, 공급업체 및 소비자와 강력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작은 기업들과 소매업계의 가격 인상 도미노는 트럼프의 강도 높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유통 업체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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