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관세 유예 시한(7월8일·현지시간)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미국 정부는 유예 기간을 연장할 수도, 일방 통보할 수도 있다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드러내며 각국의 혼란을 키우고 있는데요.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진이 유예 기간 연장을 두고 엇갈리는 메시지를 내놓았습니다. 한국 또한 유예 대상에 포함될지 오리무중입니다. 새 정부의 첫 한·미 관세 고위급 협상에서 소고기 월령 제한 등 비관세 장벽을 고리로 압박을 이어간 만큼, 향후 불확실성은 한층 더 커질 전망입니다.
2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7월8일 종료되는 상호관세 유예 시한과 관련해 "우리가 할 일은 모든 국가에 서한을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AFP 연합뉴스)
트럼프 "각국에 10~50% 관세율 서한 보낼 것"
2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유예 시한과 관련해 "우리가 할 일은 모든 국가에 서한을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공개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가오는 상호관세 유예 시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간단하다. 우리는 편지를 보낼 것"이라며 "나는 지금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 27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다음 열흘 내에 서한을 보내 미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그들이 지불해야 할 것을 밝힐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는 "우리는 200개국과 협상해야 하지만 모두와 협상할 수는 없다"며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유예가 만료되는 시한까지 미국이 설정한 상호관세율을 무역 상대국에 일방 통보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는데요. 미국이 자체적으로 분석한 무역 불균형 이유에 따라 일부 국가에는 10%의 기본관세만을, 또는 최대 50%의 상호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한다는 겁니다.
반면 참모진들은 관세 유예를 시사하고 있습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 장관은 "주요 무역 파트너와의 관세 협상을 미국 노동절인 9월1일까지 완료하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또한 "마감 시한이 중요하지 않다. 유예 기한이 연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며 연장 가능성을 언급한 겁니다. 결국 트럼프가 말한 '열흘'은 구체적인 일정이 아니라 상대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꺼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이 선의로 협상을 진행했다고 인정하는 국가에는 좀 더 유예하면서 협상을 계속 진행하고, 협상에 어려움을 겪은 국가들에 대해서는 높은 관세율의 일방 통보 페널티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예 연장 불확실…"관세율 인상 저울질 신호"
미국 언론들은 미 행정부가 무역 협상에 또다시 새로운 불확실성을 안겨줬다고 평가합니다. <뉴욕타임스>는 "무역 전문가들은 12개국 이상과 실질적인 무역 협정을 몇 달 안에 협상할 것이라는 전망은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말한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들은 모호하고 제한적이라, 90일간의 상호관세 유예 기간 동안 90건의 협상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그 목표를 거의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도 "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 중 일부에 대한 관세 수준과 관련해 대통령이 무엇을 결정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욱 불확실하게 만들었다"며 "일부 협상이 7월 초까지 연장될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소규모 경제국에 대해 관세율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습니다.
실제 상호관세와 관련해 불확실성과 급변 가능성은 현재진행형입니다. 트럼프는 캐나다와의 협상을 갑작스레 중단했는데 정보기술(IT) 기업들에 대해 캐나다가 3% 디지털서비스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은 미국과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니다. EU와의 협상에서도 디지털세 문제가 관세 규모를 좌우할 변수로 떠올랐고, 일본의 경우 최근까지 7차 협상을 진행했지만 타결에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상호관세 유예가 연장될지가 불투명합니다. 새 정부 들어 처음 열린 한·미 관세 협상에서 미국 측은 농산물과 디지털 분야에서 한국이 비관세 장벽을 허물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 달라며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 완화, 농축산물 검역 완화, 구글 정밀 지도 반출 허용 등 구체적으로 압박한 겁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인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의 참여를 요청했습니다.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에 한국의 참여를 희망한다는 뜻을 피력한 겁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22∼27일(현지시간) 워싱턴을 방문해 미 정부 및 의회 주요 인사들과 통상 현안에 대해 논의한 후 상호관세 유예 기간 연장 가능성에 대해 “안심하고 있을 상황만은 아니다"라며 "엄중한 상황임을 인식하고 긴박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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