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미국과 중국 간 관세유예 합의에도 보호무역 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중 관세율이 여전히 높은 데다, 추가 협상 과정의 국가전략 대치가 상존하기 때문입니다. 미·중 분쟁의 일시적 쇼크가 아닌 구조적·지속적 긴장으로 고착될 수 있어 다층적인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5월 경제동향을 보면, 글로벌 통상 여건이 악화되면서 세계경제에 상당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관세전쟁 '휴전'…타결 가능성 '제한적'
16일 기관과 외신 등에 따르면 미·중 간 고율 관세 '휴전'에 따라 90일의 협상 시한을 벌었지만, 석 달 내 양국이 만족할 대규모 협상의 타결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보호주의 기조가 쉽게 전환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최근 블룸버그의 분석을 보면, 지난 트럼프 행정부 1기의 무역 분쟁 때도 미·중 협상 이후 1단계 합의까지 1년 반이 소요된 바 있습니다.
더욱이 중국의 제3국 우회수출 통제와 기술 규제 등에 주력하고 있는 미국의 액션행보를 보면, 양국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앞서 중국의 지난달 수출이 예상보다 높은 8.1%로 뛰면서 제3국 우회수출 경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해왔습니다.
90일의 협상 시한을 번 중국으로서는 당분간 밀어내기식 우회수출을 계속할 전망입니다. 특히 유예기간 동안 미국 기업들이 중국 물품 구매를 크게 늘릴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미 기업들의 선계약 등 중국 물품 구매가 급증할 경우 대중 무역적자 악화로 인해 추가 협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겁니다.
우회수출 차단뿐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 2기의 미 의회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점도 합의 난항이 예상되는 부분입니다. 미국은 중국 견제용 관세 정책 외에도 IRA를 적극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장악 등 공격적인 확장을 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경제리스크분석부장은 "보조금 이슈와 우회수출 차단 등에 대한 합의에서 난항이 예상돼 추후의 고관세 부활, 통상정책 변경 리스크 등에 대비하려는 중장기 전략 실행이 예상된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달 1~10일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8%(40억1000만 달러) 감소한 128억 달러에 그쳤다. (사진=뉴시스)
공급망 재편 비용·인플레 압력↑
아울러 공급망 재편 비용 발생과 인플레 압력 증가, 정부부채 증가, 교역량·성장률 둔화 등의 유발도 예측했습니다. 공급망 재편 비용과 관련해서는 양국이 각각 '프렌드쇼어링(동맹국 제조)'을 강화할 경우 설비(FDI)·물류 재배치 비용, 상대국 표준 충족 비용이 늘어나는 등 공급망 재편 총비용의 증가에 직면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공급망 비용 증가와 생산성 저하 등은 물가상승 압력으로 각국에 전이되는 등 글로벌 물가 형성에 구조적인 상방리스크가 형성될 것으로 봤습니다. 한정적인 관세수입보다 '성장둔화→일반세입 감소'+'상대국 보복관세→산업지원금 증가분'이 더 큰 관계로 국채발행 수요 상향 등 정부부채 증가로 가중될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 소비→중국 흑자→중국의 미국채 매입'에 따라 구축했던 자금흐름도 다양한 국가로 분산되면서 각국 금융지표들의 급등락도 우려할 부분으로 지목했습니다. 즉,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미·중 간 관세 장기화에 따른 시나리오별 국내총생산(GDP) 영향을 보면, 5·12일 합의가 유지될 경우 글로벌 GDP 규모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성장률 전망치인 2.8% 하향 조정치보다 소폭 상회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관세 합의점을 찾지 못한 시나리오로는 더 하회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세계성장률 전망치에 대해 IMF보다 더 하향된 2.7% 전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지난해 KIEP 전망치보다 0.3%포인트 감소한 수준으로 미·중 관세 합의에도 불확실을 높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김위대 부장은 "합의 난항이 예상돼 추후 고관세 부활, 통상정책 변경 리스크 등에 대비하려는 중장기 전략 실행이 예상된다"며 "미·중 분쟁이 분쟁이 일시적 쇼크가 아닌 구조적·지속적 긴장으로 고착될 경우 세계 경제는 단순한 교역 감소를 넘어 공급망 재편, 금융시장 분절, 잠재성장률 하향 등 다층적인 변화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단기적으로 공급망 재편 비용 증가는 수입비용 상승을 거쳐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게 되고 부채 증가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교역 감소 등은 성장둔화를 유발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리스크를 상향시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윤상하 KIEP 총괄책임 국제거시금융실장은 "관세 및 무역 전쟁 격화, 인플레이션 재발과 통화정책 불확실성, 역자산 효과와 금융 불안 및 부채 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성장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 수치는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 주요국 간의 협상 결과와 실제 관세 부과 이행 정도 등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시욱 KIEP 원장은 "6월 출범 신정부는 미국발 통상 질서의 불확실성에서 발생하는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세계 경제 질서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통상 정책 방향성·구조 확립을 최우선 정책 과제 중 하나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16일 기관과 외신 등에 따르면 미중 간 고율 관세 '휴전'에 따라 90일의 협상 시한을 벌었지만, 석 달 내 양국이 만족할 대규모 협상의 타결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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