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두 개(우크라이나·가자지구 전쟁)의 전쟁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등장. 그리고 관세 전쟁의 현실화까지 국제 사회는 혼돈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12·3 비상계엄'부터 6·3 대선까지 6개월의 국정 공백으로 무방비 상태에 놓였습니다. 결국 새 정부가 풀어내야 할 외교·안보 과제가 첩첩산중으로 쌓인 셈인데요. 곧 종료되는 상호 관세의 90일 유예 종료부터 주한미군의 축소까지 험난한 외교 일정이 될 전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인수위 없이 국제 무대로…트럼프 조우 가능성도
23일 외교가에 따르면 다음 달 3일 선거 결과에 따라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제21대 대통령은 숨돌릴 틈 없는 '외교 일정'을 받아들게 될 예정입니다. 차기 정부는 선거 다음날 바로 취임식과 함께 5년 임기의 일정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조기 대선인 만큼 통상 2개월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치지 못합니다.
6개월의 국정 공백 상황에도 불구하고 차기 대통령은 곧바로 외교 일정에 돌입해야 합니다. 당장 다음 달 15~16일 캐나다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입니다.
이번 G7 정상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의 주요 협상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우리나라가 G7 회원국은 아니지만 2021년과 2023년 초청된 바 있습니다. 이 경우 차기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처음으로 조우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후에는 곧바로 24~26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가 열립니다. 우리 정부는 지난 3년 동안 연속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습니다.
같은 달 22일에는 일본과 국교정상화 60주년 행사가 예정돼 있습니다. 해당 행사는 차기 정부가 설정할 한·일 관계의 초석이 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여기에 오는 11월에는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입니다. 이때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참석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 가능성도 있어 외교의 장이 펼쳐질 전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차세대 미사일 방어시스템인 '골든 돔'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트럼프 청구서' 본격화…방위비 '압박'
다음 달부터 본격화되는 외교 일정만큼 난제들을 풀어야 할 시간도 마땅치 않습니다. 특히 해당 난제들은 이른바 '트럼프 청구서'에 해당하는데요. 관세 문제부터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 문제까지 풀어내야 합니다.
새 정부 출범에 있어 첫 출발은 관세 문제 해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상호 관세 유예기간을 7월 8일로 설정해 뒀습니다. 만약 상호 관세가 그대로 25%로 적용된다면 대미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때문에 우리 정부는 25% 상호 관세와 자동차·철강·반도체 등 품목 관세를 면제받거나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 측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선이 마무리되면 새 정부가 이어받게 될 예정입니다. 이때 관세·비관세 조치와 경제·안보, 투자 협력과 통화(환율)정책까지 전방위적으로 협상이 시작됩니다. 특히 미국이 비관세 장벽 철폐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차기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재협상 또는 새로운 양자 무역 협정 체결까지 도맡게 됩니다.
미국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투자 논의나 선박 유지·보수·정비(MRO) 협력에 있어 관세 문제 연계 가능성도 높습니다. 관세전쟁의 핵심인 미·중이 90일 관세 휴전 상태이기는 하지만, 차기 정부는 미·중 사이의 줄다리기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과제도 앉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트럼프 청구서'는 안보 분야 청구서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 약 4500명을 미국령 괌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내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국 견제에 집중하는 영향인데요. 주한미군의 약 16% 수준을 빼내 중국의 대만 공격 시나리오에 대비하겠다는 겁니다. 지난 3월에도 미국은 자국 본토의 방어와 중국의 대만 침공 억제를 최우선시하고, 다른 위협에 대해서는 해당 지역의 동맹에 최대한 맡긴다는 내용의 '임시 국가 방어 전략 지침'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주한미군의 감축을 막기 위해 우리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에 나서면,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인상을 조건으로 내걸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한국을 '머니머신'이라고 칭하며 연간 100억달러(약 14조원)를 지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특히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와 통화에서 "우리가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비용 지불을 논의했다"고 밝히면서 관세와 방위비가 연결된 '패키지딜'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결속한 북한과 러시아가 사실상 '군사동맹'의 관계를 과시하고 있어, 주한미군 감축은 안보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차기 정부가 관세와 안보 사이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어떻게 협상하느냐에 따라 외교·안보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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