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금융감독원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위험이 높은 저축은행들을 집중 점검하고 있습니다. OK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연내 10곳 안팎의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검사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연체율이 높거나 회수 지연이 반복되는 곳이 주요 타깃으로 거론됩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올해 들어 다시 부각되는 부동산 PF 부실 리스크에 대응해 저축은행권에 대한 개별 현장검사를 단행합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예금보험공사와 공동으로 점검을 진행했는데요. 올 들어서는 대출 회수 실태와 내부 리스크 관리 체계를 직접 확인하는 방향으로 검사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금감원, 대출 회수 직접 점검
가장 먼저 검사를 받고 있는 OK저축은행은 자산 기준 업계 2위로 부실 징후가 있는 사업장 다수가 회수 지연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OK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연체율은 9.05%, PF 대출 연체율은 10.39%로 업계 평균(8.52%)보다 높고, 전년 대비 증가 폭도 큽니다. 이 중 PF로 분류되는 대출 연체율은 18.9%로 2023년 말(8.6%) 대비 2배 이상 급등했습니다.
저축은행업권의 PF 대출 관련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7%대로 내려가는 추세이지만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는 20%를 넘어서면서 자산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 중소 저축은행은 PF 대출이 자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데다 특정 지역에 편중된 사업장이 몰려 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한 저축은행은 수도권 외곽 공동주택 개발 자금으로 대출을 실행했지만, 분양률이 30%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회수 시점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금감원은 이처럼 회수 유예가 만연하다고 보고 저축은행들의 회수 전략 수립 여부와 사업장별 현황 분석 체계, 리스크 반영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계획입니다. 자산건전성 분류에서 정상·요주의로 남아 있는 PF 대출 가운데 회수 가능성이 낮은 자산에 대해 대손 인식 시기 조정이나 충당금 추가 적립 등 리스크 관리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금감원은 79개 전체 저축은행에 대해 연체율 관리 목표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자산 1조원 이상 저축은행은 최고경영자(CEO) 면담을 통해 PF 대출 비중과 건전성 지표를 집중 점검하고 있으며 내달 중에는 PF 리스크 관리 워크숍을 개최해 업계 전반에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유도할 방침입니다.
금융당국은 이번 검사에서 외형 중심 확장 전략이 낳은 구조적 리스크도 짚을 예정입니다. PF 사업장 다수가 중소 시공사나 시행사 중심으로 구성돼 있고, 담보 구조가 불안정하거나 담보권 설정이 지연된 사례도 일부 존재해 회수 위험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PF 연체가 늘면 그에 따라 대손충당금이 과도하게 늘어나고 이익 감소와 유동성 압박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본건전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국 압박에도 요지부동
회수 지연의 배경에는 최근의 금리 인하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저축은행들이 이를 근거로 PF 회수를 늦추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금리 인하기에는 통상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고, 높은 가격에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증가한다는 인식이 이어집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가 내려간다고 해서 당장 미분양이 해소되거나 사업장 가치 회복이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 회수 능력이 확인되지 않은 채로 리스크 노출 자산을 장기 보유하는 것은 더 큰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금감원은 매수자가 나타나고 원활하게 거래될 수 있는 수준으로 입찰가를 낮춰 경공매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했고, 진전이 없을 경우 현장 점검에 들어가겠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이미 저축은행들이 손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쌓아뒀기 때문에 입찰가를 원금 대비 30% 수준으로 낮춰도 무리가 없다고 계산했습니다. 저축은행업계도 대부분의 PF 자산에 대해 충분한 충당금을 쌓고 있으며, 미분양 상황이 구조적으로 장기화되지 않는 이상 손실 흡수 여력은 충분하다고 봤습니다.
금감원은 하반기에도 검사 기조를 유지하며 실질 리스크가 높은 곳에 대해서는 자산건전성 분류 조정, 일부 영업 제한 등 행정조치를 검토할 방침입니다. 점검 결과에 따라 재무 건전성이 낮은 곳은 인력·조직 운영을 개선하고 부실 자산을 처분하라고 권고하는 적기 시정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큽니다.
적기 시정 조치를 받은 저축은행은 체계적인 자산 건전화 방안을 담은 경영개선계획서를 금감원에 제출하고, 이행 여부를 당국으로부터 점검받아야 합니다. 회수 계획이 없는 대출에 대해선 일괄 손실 반영을 유도하고, 반복적으로 부실을 은폐하거나 축소 보고하는 사례에 대해선 경영진 책임도 물을 수 있습니다.
예금보호한도가 오는 9월 1억원으로 상향되는 것과도 연결돼 있습니다. 저축은행업권의 수신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PF 등 고위험 자산에 자금이 다시 몰릴 가능성이 제기되자, 감독당국이 선제적으로 건전성 점검에 나섰다는 해석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체율 관리 목표를 설정하도록 해 연체채권을 신속히 정리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금감원은 하반기에도 검사 기조를 유지하며 실질 리스크가 높은 곳에 대해서는 자산건전성 분류 조정, 일부 영업 제한 등 행정조치를 검토할 방침이다. 사진은 저축은행 이미지. (사진=저축은행중앙회)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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