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재계가 이재명 대통령의 청년 일자리, 지역 경제 활성화 요청에 대대적인 투자로 화답했습니다.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한 역대급 실적을 지역균형발전과 청년 고용 확대 등 사회적 책임으로 나누겠다는 약속을 한 셈입니다. 재계는 향후 5년간 총 300조원 규모의 적극적인 지방 투자로 ‘지역 소멸’ 위험성을 끊어내고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음과 동시에 올해 5만명이 넘는 인원을 신규 채용해 상생 발전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와 지방 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은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와 지방 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 간담회’에서 “지금 주요 10개 그룹은 5년간 약 270조원 규모의 지방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10개 그룹 외에도 다 합치면 300조원 정도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재계가 그룹 차원에서 수도권이 아닌 지방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주요 10개 그룹의 투자액 270조원 중 66조원은 올해 집행될 계획입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약 16조원이 늘어난 규모입니다.
한경협에 따르면 재계는 반도체 설비 증설, 배터리 생산·연구개발(R&D) 역량 확장, AI 전환 및 탄소중립 인프라 투자 등 첨단·전략 산업 분야에 집중해 지역 투자를 단행할 방침입니다. 수도권 외 지역을 미래 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낙점하고 지역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선제적 투자 목적입니다. 한경협은 10개 그룹의 지방 투자 계획이 모두 예정대로 집행될 경우 향후 5년간 한국 경제에 최대 525조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함께 221조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재계의 이 같은 투자 계획은 지역 소멸이라는 거대한 위협을 정부와 함께 타개해 나가겠다는 데에 목적이 있습니다. 여기에 AI·반도체·조선·방산 등 역대급 실적 개선이 대기업과 일부 업종에 쏠려 지역 간 격차와 기업 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자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 상생 발전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류 회장은 “청년 실업 자체도 큰 문제지만 청년 실업과 지역 경제의 어려움이 서로 깊이 연결돼 있어 만만치 않다”면서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지방에서는 인구가 줄어서 지역 소멸을 걱정하는데, 이런 악순환을 끊어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와 지방 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면서 “경제계도 적극적인 투자로 호응하고자 한다”면서 “과감한 투자로 지역에 생기를 불어 넣고 소외된 지역 청년들에게도 취업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신규 채용을 늘리는 것과 함께 교육·훈련 프로그램도 확대하겠다”며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취업·직무 교육과 인턴십, 현장 맞춤형 훈련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고 약속했습니다.
5만명 신규 채용…66%는 신입
이날 주요 10개 그룹은 올해 총 5만1600명의 신규 채용 계획도 밝혔습니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간담회 직후 브리핑에서 “주요 10개 그룹이 올해 5만1600명을 채용할 계획으로 지난해 이들 기업 채용 계획에 비해 2500명 늘어난 규모”라면서 “특히 채용 인원의 66%인 3만4200명은 경력이 아닌 신입으로 채용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기업별 채용 인원은 삼성 1만2000명, SK 8500명, LG 3000명 이상, 포스코 3300명, 한화 5780명 등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이 수석은 “지난해 하반기 이들 10개 기업은 4000명을 추가로 채용했는데, 올해는 채용 규모를 2500명 더 늘렸다”며 “결과적으로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지난해 당초 계획과 비교해 모두 6500명을 추가로 고용하게 되는 셈”이라고 했습니다.
이 수석은 또 “삼성전자 영업 실적이 많이 올라가면서 채용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실적 개선이 고용 확대로 이어졌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서울 도심에 입주한 기업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재계는 그동안 청년 고용과 국내 투자에 대한 이 대통령의 주문에 투자를 확대해온 바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11월 한미 관세 협상 세부 합의 이후 민관 합동회의에서 “지난 9월 약속한 대로 향후 5년간 6만명을 국내에서 고용하고 R&D를 포함해 국내 시설 투자도 더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삼성전자를 비롯한 재계는 대미 투자 확대에 따른 국내 투자 위축 우려에 반도체·AI·로봇에 집중한 총 80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030년까지 삼성은 450조원, 현대차는 125조5000억원, LG는 100조원을 투자하고, SK는 2028년까지 128조원의 자금을 국내에 투입한다는 계획입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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