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증권업, 모험자본 공급해야…상법개정안은 '우려'"
금융감독원, 증권회사 최고경영자 간담회
"배임죄 비롯해 과도한 형사화 우려…조문 손봐야"
2025-03-05 15:24:36 2025-03-05 15:24:36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증권업계를 향해 모험자본 공급 확대와 디지털 혁신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증권산업이 단순한 금융 중개 기능을 넘어 혁신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신산업 투자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강조했습니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선 과도한 형사화 우려와 절차적 규정 미비 등을 지적하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습니다.
 
증권업계 모험자본 공급 확대 주문
 
이 원장은 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24개 주요 증권회사 CEO들과 증권산업 발전 방향과 주요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24개 주요 증권회사 CEO들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이 원장은 증권산업이 단순한 금융 중개 기능을 넘어 혁신 성장의 핵심 동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은행산업이 안정적인 금융 공급을 담당하는 '댐'이라면, 증권산업은 혁신적인 금융 흐름을 만들어가는 '격류'가 돼야 한다"며 증권업계가 모험자본 공급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단기 수익 중심의 경영에서 벗어나 장기적 관점에서 신산업 투자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이 원장은 또한 디지털 전환과 기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습니다. 그는 "국내 증권사는 글로벌 투자은행(IB)에 비해 자본 규모와 수익성 면에서 열세에 있다"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신기술 투자를 확대하고 디지털 금융 인프라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도 관련 정책적 지원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자본시장 선진화와 관련해서는 기업과 주주 간 투명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기업들이 책임 경영을 실천하고, 증권업계가 기관투자자로서 기업 성장 지원과 견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아울러 투자자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내부통제 실패가 금융시장 전체의 신뢰를 저해하는 만큼 증권업계가 내부통제 시스템을 정교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최근 일부 증권사에서 발생한 불완전 판매, 임직원의 사익 추구 등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의 엄정한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원장은 "신뢰를 잃은 금융시장은 성장할 수 없다"며 투자자 보호 강화와 상시점검 체제를 마련해 내부통제 시스템을 정교하게 구축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주요증권회사 CEO는 "초대형IB의 역할 강화 및 발행어음 활성화가 시급한 과제"라며 " 증권사 자구노력과 당국의 제도개선이 조화롭게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울러 법인 지급결제 허용, AI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 도입 등 신사업 추진을 위한 규제 완화를 요청한 한편, 공매도 관리·감독 체계의 투명성을 높여 투자자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건의했습니다.
 
"상법 개정안, 악마는 디테일에"
 
이날 이 원장은 CEO 간담회 이후 진행한 백브리핑에서 "상법개정이 절대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듯 지금 나온 의무규정 하나만으로 (국회를)통과하는 건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원장은 세 가지 이유를 들어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먼저 과도한 형사화의 우려입니다. 이 원장은 "배임죄라는 독특한 제도 때문에 경영의 사법화 경향 등이 과하다 보니까 관련 조문을 다듬어야 한다"면서 "다만 배임죄를 손보기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에 단기간에 논의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상법 개정안엔 현실에서 적용할 수 있는 절차적 규정이 빠져있다며 '총주주'의 개념도 현재 법 체계와 맞지 않아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원장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규정에 있는 총주주와 같은 개념은 우리 법령에 있던 것과는 명확히 일치하지 않아 결국 해석의 영역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절차법인 자본시장법 개정도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하고 이사들의 자기방어 장치도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이 원장은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높여 이사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고, 성장성 확보를 위한 기업의 노력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증권사 대표들도 많은 의견을 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원장은 이날 증권사 CEO들이 법인 지급결제 허용과 국채를 담은 스테이블코인 허용,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확대를 강력하게 요구한 데 대해 "공감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입법동향 등을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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