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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2월 26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트럼프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이 과히 ‘폭탄’이라 부를 만하다. 미국에 제품 및 상품을 수출하는 국내 산업 모두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 영향권 아래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어느 한 곳도 마음 편히 앉아 있을 수 없는 상태다. 특히 약가 인하 정책을 기대했던 제약업계도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수입 의약품 관세 부과 언급에 살얼음판 위를 걷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뉴시스)
이는 다른 국가도 예외는 아니다. 트럼프 관세 폭탄을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외교력을 총동원해 미국 정부와의 협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탄핵 정국’에 빠져 있는 우리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대응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탄핵과 조기 대선을 앞에 두고 경제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분위기다. 더욱이 미국 정부가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인 최상목 경제부총리를 만날 리도 만무하다.
이에 결국 재계가 먼저 발 벗고 나서고 있지만, 해결책 찾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최근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로 구성된 민간 경제사절단이 미국의 관세 정책을 책임지는 러트닉 상무부 장관을 만났지만, 결국 10억달러(약 1조4300억원) 청구서만 받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러트닉 장관이 대미 투자를 권유하며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10억 달러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비단 대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 중 28.0%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으로 경영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정적으로 전망한 이유로 ‘보편적 기본 관세 등 무역 규제 강화 도입’이 가장 높은 응답률(61.4%)을 보였다. 아울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 대체시장 발굴 등 기업들의 문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로 성장한 한국 기업 입장에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은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정책일 수 있다. 그래서 앉아서만 피해를 입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다행히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일방적인 고관세 정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는 힘들다는 분석도 많다. 미국 경제가 이미 인플레이션 압박을 받고 있어 높은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을 지속적으로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 정부도 관세를 조절하거나, 새로운 협상에 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그때까지 우리 기업이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는지 여부다. 우리 정부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이끌어낸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LNG(액화천연가스) 등 우리에게 필요한 연료 등을 더 많이 수입하는 방식으로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르면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전달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물론 한국이 현실적으로 '을(乙)'의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기업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해법을 마련해 관세 폭탄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용민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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