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인턴기자] 윤석열정부가 지난해 단행한 대규모 신용사면이 카드론 잔액과 연체율 상승 등 부작용으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금융사들이 대규모 신용사면으로 연체 이력이 사라진 저신용자들을 걸러내지 못하면서 대대적인 부실로 이어지는 양상입니다.
신용 사면받고 카드론 직행
2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 카드론 잔액은 지난달 42조7309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던 지난해 11월말 42조5453억원을 넘어선 수치입니다. 신용사면이 시행된 지난해 3월말 39조4821억원과 비교하면 3조원가량 늘어난 규모입니다. 늘어난 3조원 중1조원은 신용사면 2달 만에 불어났습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3월12일 소액 연체를 상환한 차주에 대해 연체 이력 공유 및 활용을 제한하는 신용사면을 실시했습니다. 대상자는 2000만원 이하 연체가 발생한 소액연체자 중 전부 상환한 채무자로 약 300만명인데요.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신용사면 이후 개인 차주 약 266만5000명의 신용점수가 평균 31점, 개인사업자 약 20만3000명의 신용점수가 평균 101점 올랐습니다.
카드론 규모가 늘면서 카드사 연체율도 함께 증가했습니다. 각사 공시에 따르면 신한카드 1개월 이상 연체율은 지난해 1.51%로 전년대비(1.45%) 0.06%포인트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국민카드는 1.03%에서 1.31%로 0.28%포인트 늘었습니다. 우리카드는 1.22%에서 1.44%로 0.22%포인트, 하나카드는 1.67%에서 1.87%로 0.20%포인트 각각 증가했습니다.
삼성카드(029780) 연체율은 1.18%에서 1.00%로 하락했는데요. 삼성카드는 취약 차주보단 우량 차주에 대한 대출이 많아 연체율 방어에 성공했습니다. 삼성카드는 카드론 금리 10% 미만을 적용한 차주 비중이 19.31%로 카드사 중 가장 높았습니다.
이런 현상은 사실 신용사면 전부터 우려됐던 대목입니다. 특히 카드론을 찾는 차주들이 중·저신용자나 다중채무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연체율 관리가 어려운 모습입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과거 연체 경험이 있으면 다시 연체할 확률이 높다"면서 "연체 기록이 없어지면 카드사 부담이 더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연체율 관리를 위해 취약 차주 대출을 더 깐깐하게 보는 실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도 신용사면 문제점을 꼬집었습니다. 김현열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사면은 성실 상환의 유인을 약화해 시장 전반적인 대출금리가 상승하거나 채무불이행 빈도가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용사면이 자주 일어나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대출을 제때 안 갚는 관행이 나타날 수 있다"며 "위험 차주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이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카드론 잔액이 신용사면 시행 이후 3조원가량 증가했다.(그래픽=뉴스토마토)
은행·저축은행도 연체율 상승세
신용사면 여파로 시중은행 연체율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민은행 연체율은 지난해 0.29%로 전년대비(0.22%) 0.07%포인트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0.26%에서 0.27%로 0.01%포인트, 하나은행은 0.45%에서 0.51%로 0.06%포인트, 우리은행은 0.26%에서 0.30%로 0.04%포인트 각각 상승했습니다.
신용점수가 회복된 차주들이 1금융권으로 이동한 영향이 있는데요.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신용사면자 중 약 11만3000명이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1금융권에서 신규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신용사면된 개인사업자 중 약 8000명은 1금융권에서 사업자대출을 받았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 정보가 없어지면 부담은 은행이 떠안는다"면서 "신용사면의 취지는 좋지만 부작용이 따르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대출이 늘어나는 시기에 신용사면이 시행됐다"면서 "전 금융권이 건전성 관리에 더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금융권 저축은행도 연체율 상승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79개 저축은행 평균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8.73%로 2023년말(6.6%)부터 3분기 만에 2.13%포인트 높아졌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신용사면을 했다"며 "도덕적 해이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했는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신용사면 여파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설치된 ATM기기에서 시민들이 은행 업무를 보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유영진 인턴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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