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수익만큼 떼인 돈 늘어
연체율 줄이려고 쌓은 대손상각비 부담 커
2025-01-23 14:39:31 2025-01-24 07:51:32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카드론 등 카드사 대출 상품 판매가 늘어날수록 대손상각비, 이른바 '떼인 돈' 규모가 늘고 있습니다. 카드업계는 당면한 신용판매 수익성 악화를 카드론 이자 수익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대출 규모가 커질수록 대손상각비가 증가하며 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집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론을 제공한 신한·삼성카드(029780)·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NH농협카드 등 국내 카드사 9곳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2조387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11월 말보다는 1580억원이 줄었지만, 계절적 요인일뿐 전년동기(38조7610억원)에 비하면 크게 증가했습니다.
 
카드론은 평균 금리가 15% 내외의 고금리 상품으로, 이대로라면 이자수익도 올해 역대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금리 하락으로 카드사들의 사업자금 조달 부담도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는데요.
 
그러나 올해 기준금리 동결로 인해 여전채 추가 하락 여지는 높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카드론 금리도 크게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카드사 입장에서 카드론은 고수익 상품이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도 카드론 금리가 내려가는 속도는 더딘 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상품 이용률은 높습니다. 여신금융협회의 카드사 적용금리대별 회원분포현황을 보면 지난해 기준 16~20% 이하 금리 이용자가 47%로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12~16% 미만 금리 이용자는 35%, 8~12% 미만은 26% 수준으로 고금리 대출상품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저신용자가 카드사의 대출을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카드론이 늘어날수록 카드사는 원금과 이자 미납에 대비해 쌓아둬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대출을 내줬으나, 돌려받지 못해 손실로 처리하는 대손상각비도 늘어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카드업계는 카드대출 후 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손실로 처리한 금액이 지난해 3분기 기준 3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지난해 전체 손실 금액은 전체 카드론 잔액의 1%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됩니다. 
 
서민의 급전 창구 역할을 하는 카드론 규모을 대폭 줄일 수도 없는데, 손실 처리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손상각비를 지출하게 되면 연체율은 줄어들지만 수익성이 줄어드는데요. 카드사 입장에서는 건전성과 수익성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당장 신판 수익이 내려가는데 다른 수익원을 축소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차주들 입장에서도 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 대환대출이 필요하기 때문에 악순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카드론을 대폭 줄이기는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카드사들 카드론 등 대출 상품 판매가 늘어날수록 대손상각비, 이른바 '떼인 돈'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거리에 붙은 신용카드 대출 광고물.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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