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숨소리)자연 생태계의 깃대종 포식자 수달
2025-02-14 10:26:37 2025-02-14 10:36:02
수달 가족이 경남 산청군 지리산 엄천강 지류에서 물고기 사냥을 하다가 작은 바위에 올라 잠시 쉬고 있다. (사진= 김용재 생태칼럼리스트)
 
수달(멸종위기종 1급, 국가자연유산 330호)은 습지 먹이사슬의 최상층에 속하는 하천생태계의 깃대종입니다.
 
즉 수달이 살고 있는 하천은 자연생태계가 비교적 잘 보존된 건강한 하천인 셈인데요. 하루에 물고기 3~4kg을 먹어야 하는 수달은 쏘가리, 꺽지 등 비교적 큰 물고기를 사냥합니다. 이러한 물고기들은 더 작은 물고기나 민물 새우를 잡아먹고 작은 물고기나 새우는 물벼룩이나 플랑크톤을 먹는데요. 먹이 피라미드에서 밑으로 갈수록 더 다양하고 개체 수가 많습니다. 따라서 수달이 사는 하천은 종 다양성이 풍부하고 생태계의 균형이 잡힌 자연 생태계의 보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족제빗과의 수달은 유연성이 뛰어나고 하천가에서 활동하기에 적합하도록 진화했습니다. 표피에 촘촘하고 겹겹이 쌓인 털은 겨울철에도 체온을 유지하고 물이 피부에 스며들지 않게 발달했습니다. 그럼에도 수달은 물고기 사냥 중 수시로 물 밖으로 나와 몸통을 흔들어 습기를 제거합니다. 수달이 사냥을 위해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지, 수생 동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야행성이지만 한적한 곳에서는 강가의 바위에서 햇볕을 쐬며 털을 관리합니다. 수달의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 같은 가죽은 수영할 때 유리하지만, 물가의 바위를 뛰어다닐 때 미끄러지지 않게 하는 역할도 있습니다.
 
인간들의 활동영역이 넓혀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봉착한 수달이 한반도에는 생존을 이어가고 있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최근 들어 중랑천, 안성천 등 도심의 하천에서 수달이 목격돼 수달의 서식지와 개체 수가 늘었다고 뉴스를 타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달이 환경이 좋은 한적한 곳에 살고 있고 사람과의 접촉이 뜸한 밤에 활동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지, 개체 수가 늘어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의 서식지가 개발되고 인간들의 활동영역이 넓혀지면서 은밀한 그들의 생활이 노출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수달(Eurasian otter)은 유라시아 대륙에 골고루 분포하고 있지만 개체 수가 급감해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에서 준위협적인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국제적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이웃 일본은 수달이 공식적으로 절멸했다고 합니다. 유럽도 수달의 개체 수가 급감해 수달보호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 땅에 수달이 서식하고 있다는 안심은 절대 금물입니다. 자연생태계의 깃대종 수달이 사라져버린 곳은 결국 인간도 살 수 없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김용재 생태칼럼리스트 K-wild@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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