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현역 프리미엄 없는 '정치 1번지'…안갯속 '3파전'
"최재형 지역구 관리 못 했다" 지적에 '도전자' 곽상언 지지 분위기
"최재형에 기회" 의견도…'국민의힘·민주당' 비토에 금태섭 반사효과
2024-03-21 16:48:21 2024-03-21 18:08:23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곽상언이가 열심히 이짝(이쪽)을 징하게(매우) 돌아댕기드라고(돌아다니더라고). 저런 사람한테 기회를 줘서 좀 속 시원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종로5가 상인 장모씨), "최재형 후보가 보궐선거로 들어와 제대로 일을 못 했잖아요. 국민의힘하고 최 후보한테 한 번 더 기회를 줘보려고 합니다."(혜화동 주민 김모씨) 
 
서울 종로는 '대한민국 정치 1번지'입니다. 청와대와 정부청사, 서울경찰청 등이 밀접한 덕분입니다. 서북쪽엔 서울에서 산 토박이들이 모여 있고, 타향에서 넘어온 사람들은 남동쪽에 주로 삽니다. 부촌은 대게 서북쪽이고, 남동쪽은 재개발 지역입니다. 정치적 성향과 시민들의 민원도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에선 이 지역 현역인 최재형 국민의힘 후보에 맞서 곽상언 민주당·금태섭 개혁신당 후보가 도전장을 냈습니다. 
 
서울시 종로구 사직동 일대. (사진=뉴스토마토)
 
현역 최재형보다 곽상언에 '맡길만하다'는 분위기  
 
하지만 종로에선 '현역 프리미엄'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제헌국회 이래 '종로 3선'은 윤보선 전 대통령과 박진(4선·서울 서대문을) 국민의힘 의원뿐입니다. 재선도 드뭅니다. 현역인 최 후보가 안심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실제 종로 어딜 가나 곽 후보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가 감지됐습니다. 사직동에서 만난 40대 정모씨는 "최 후보가 존재감이 없어서 곽 후보에게 눈길이 간다"면서 "대권주자 말고 진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뽑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종로5가 신진시장에서 만난 50대 강모씨 역시 "아직 누굴 뽑을지 정하지는 않았지만, 최 후보는 솔직히 믿음이 안 간다"면서 "최 후보는 종로에 와서 뭘 한 일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나 최 후보나 다 법조인이고 출세한 양반들이지만, 머리엔 서민들이 어떻게 사는지 생각 자체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느낌"이라고 전했습니다. 
 
서울시 종로구 종로5가 신진시장 일대. (사진=뉴스토마토)
 
"반쪽짜리 최재형에게 기회 좀 더 줘야지 않겠나"
 
그렇다고 최 후보가 일방적으로 밀리는 건 아닙니다. 보궐선거로 들어와서 지역을 위해 일을 할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한 걸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혜화동에서 만난 50대 여성 김모씨는 "반쪽짜리 임기인 최 후보에게 좀 더 기회를 줘야지 않겠나 싶다"며 "곽 후보는 솔직히 정체를 잘 모르겠다. 돌아가신 장인(노무현 전 대통령)이 여기서 국회의원을 했다고 하는데 그걸로 여기 들이미는 건 좀 아닌 거 같다"라고 했습니다. 
 
혜화동의 40대 조모씨는 "여론조사를 더 봐야겠지만, 여당인 최 후보가 더 힘 있을 거 같아 보인다"며 "기사나 얘기를 들어보면 곽 후보는 창신동·숭인동 가서 구민들 갈등만 조장해 표를 얻으려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 일대. (사진=뉴스토마토)

"국민의힘 싫다", "민주당 안 된다"…'정당 불신' 커져 반사효과 부각
 
종로는 정치 1번지라는 특성상 개별 후보보다 정당에 대한 선호가 투표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윤석열정부 실정에서 비롯된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 논란으로 촉발된 민주당 비토가 얽히면서 그 어느 때보다 이탈표가 판세의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창신동에서 만난 30대 배모씨는 "종로 왔으니 광장시장에 가서 물가 한번 보시라.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 다 망쳤다"며 "무슨 낯으로 여기서 국민의힘 후보라고 광고하고 다니느냐. 곽 후보가 돼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일대. (사진=뉴스토마토)
 
혜화동의 20대 강모씨는 "선거 때문에 뉴스를 유심히 보는데, 솔직히 민주당이 안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최 후보를 뽑으려고 한다"면서 "온갖 의혹으로 재판까지 받는 이 대표가 선거 이겼다고 웃는 꼴은 못 보겠다"고 했습니다.
 
"국민의힘도 싫다, 민주당도 안 된다"는 분위기 덕에 개혁신당도 반사효과를 누립니다. 개혁신당은 종로에 금태섭 후보를 공천했습니다. 가회동의 30대 김모씨는 "솔직히 공약은 개혁신당이 제일 좋더라"고 전했습니다. 
 
서울시 종로구 최재형 국민의힘 후보 선거사무소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숙원은 교통문제 해결, 재개발"…관광지 삼청동 '소음' 해결 요구도
 
노무현 전 대통령(1998년 종로 재·보궐선거 당선)은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종로에 대해 "사회적 공간도 다양하고 입체적이지만, 특별한 지역 민원이나 현안이 없었다"라고 기술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종로에선 그 어느 때보다 지역 현안에 대한 요구가 높다고 합니다. 특히 숙원은 교통문제 해결과 창신동·숭인동 재개발 등입니다. 또 최근엔 급격하게 관광지로 변모한 삼청동·가회동 일대의 소음문제 해결 민원도 커졌습니다. 
 
사직동에서 20년 넘게 거주했다는 이모씨는 "이제 대권 꿈들 그만 꾸고, 종로에서 진짜 국회의원다운 사람들이 나와야 한다"면서 "지하철은 너무 멀고, 버스는 배차 간격이 커서 어디 가려고 하면 하세월"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삼청동 삼청공원에서 만난 40대 정모씨는 "이 동네 유명해지면서 너무 소음공해가 심하고 쓰레기도 많아졌다"면서 "여기가 동네 시장도 아니고 오히려 거주민으로선 너무 불편하다. 대책을 좀 마련했으면 좋겠다"라고 했습니다. 
 
서울시 종로구 곽상언 민주당 후보 선거사무소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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