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황상무 '뇌관' 부상…윤-한 충돌 2R
총선 코 앞에 두고 당정 불협화음 기류
'이종섭 귀국' 입장차에 긴장감 지속
2024-03-18 17:47:17 2024-03-18 18:55:09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이른바 '이종섭(주호주 대사)·황상무(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논란이 총선 뇌관으로 부상하면서 여권 투톱 간 충돌이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귀국과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 논란을 빚은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거취를 놓고 여권 투톱이 인식차를 드러냈는데요. 특히 이 대사의 도피성 출국을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간 진실공방까지 덮치면서 여권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당 안팎에선 지난 1월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대응을 놓고 충돌했던 '윤-한 갈등'이 2라운드에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다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18일 대통령실의 반박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강대강 충돌은 피했습니다. 
 
'이종섭 귀국·황상무 사퇴' 놓고 '불협화음'
 
대통령실은 이날 '현안 관련 대통령실 입장'이란 입장문에서 이 대사 논란에 대해 "이 대사는 공수처의 소환 요청에 언제든 즉각 응할 것"이라며 "공수처가 조사 준비가 되지 않아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은 인도·태평양지역에서 한·미·일·호주와 안보 협력과 호주에 대한 대규모 방산 수출에 비추어 적임자를 발탁한 정당한 인사"라고 강조하며 "이 대사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고발 내용을 검토한 결과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고 공수처도 고발 이후 6개월간 소환 요청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황 수석의 논란과 관련해서도 "특정 현안과 관련해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어떤 강압 내지 압력도 행사해 본 적이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과거 정권들과 같이 정보기관을 동원해 언론인을 사찰하거나 국세청을 동원해 언론사 세무사찰을 벌인 적도 없고, 그럴 의사나 시스템도 없다"며 "언론의 자유와 언론기관의 책임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같은 대통령실 입장은 여당에서 제기된 요구를 일축한 것인데요. 앞서 한 위원장은 전날 "공수처는 즉각 소환을 통보해야 하고 이종섭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 황상무 수석의 발언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고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며 사실상 대통령실의 결단을 촉구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즉각 귀국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자진 사퇴'를 요구한 가운데,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수처 반박대통령실 재반박…또다른 '뇌관'
 
여권 갈등의 뇌관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번엔 대통령실과 공수처가 '정면충돌'했습니다. 대통령실 입장 발표 직후 공수처는 "이 대사의 출국을 허락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일부 언론과 통화에서 공수처를 향해 "매우 부적절하다. 이 대사를 출국금지한 상태에서 6개월 동안 소환 한번 하지 않은 것은 출국금지를 유지할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고 재반박에 나섰습니다. 대통령실과 공수처 간 갈등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여당 내부 기류도 심상치 않습니다. 윤 대통령의 '호위무사' 이용(경기 하남갑) 의원을 비롯해 김은혜(분당을)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 안철수(분당갑) 의원까지 '친윤(친윤석열)·비윤(비윤석열)계' 모두 한목소리로 대통령실의 결단을 촉구했습니다. 총선을 앞둔 만큼 이번에도 앞서 '충돌 1라운드' 때와 마찬가지로 한 위원장이 판정승을 거두지 않겠냐는 관측이 높습니다.
 
때문에 대통령실 이 대사를 유임시키는 대신 황 수석을 사퇴시키는 선에서 당과 타협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황 수석의 경우 대통령실 내부에서조차 자진 사퇴 기류로 기울어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다만 이 대사 유임을 놓고 여당 지도부가 수긍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한 위원장은 일단 확전을 피하는 모습인데요.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거대책위원회의 전 말씀을 드리는 것은 주객이 전도될 것 같다"며 출근길 질의응답을 건너뛰었습니다. 한 위원장이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것은 더 이상의 윤 대통령과의 충돌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이 대사 거취가 도화선이 돼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충돌이 재점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이 나옵니다. 앞서 당정은 지난 1월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놓고 한 차례 갈등을 겪은 바 있습니다. 당시 두 사람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으로 촉발된 갈등으로 충돌했지만, 3일 만에 '약속대련'처럼 극적으로 조우하며 봉합했습니다. 
 
당내에선 당정 갈등이 재현될까 말을 아끼는 분위기입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한 위원장의 전날 발언에 대해 "당정 갈등이라고 비치는 것보다 당은 민심을 맨 앞에서 느끼는 조직이기 때문에 민심을 반영해 한 말"이라며 당정 갈등에 선을 그었습니다. 
 
대통령실이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즉시 귀국은 부적절하며 언론사에 강압·압력 행사는 한 적 없다"고 일축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23일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한 뒤 소방대원 대기 천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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