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징계했던 윤리위, 이번엔 의원 꿔주기 '제명'
국힘, 윤리위 열고 비례의원 출당 의결
당 공식기구, 의원 꿔주기 꼼수로 활용
2024-03-13 17:09:47 2024-03-13 18:41:34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국민의힘이 13일 비례대표 의원 파견을 위한 핵심 절차인 윤리위원회를 열고 '의원 꿔주기'에 착수했습니다. 윤리위에선 국민의힘의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로 당적을 옮길 8명의 의원들에 대한 제명 안건이 의결됐는데요. 앞서 이준석 전 대표를 징계하면서 축출에 나선 윤리위가 이번엔 '현역 의원 꿔주기' 꼼수로 활용되면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힘, 윤리위서 8명 제명 의결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윤리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출당 예정인 비례대표 의원 8명에 대한 제명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오늘 회의에서 8명 의원에 대한 제명 안건을 의결했다"며 "몇 분이 국민의미래에서 활동해야 하는 상황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제명 절차가 필요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만 의원총회에서 제명 안건에 대한 결의를 의결해야 해서 명단 공개는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민의힘 현역의원이 국민의미래에 비례대표 공천 신청을 하려면 당적을 옮겨야 하는데,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자진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합니다. 때문에 의원직 유지를 위해서는 윤리위 절차에 따른 제명 결정을 통한 출당 조치가 필요합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원에 대한 제명은 윤리위 의결 후 의원총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확정되는데요. 국민의힘은 오는 15일 화상으로 의원총회를 열고 해당 안건을 의결할 예정입니다.
 
제명된 8명 의원에는 현역 국민의힘 비례대표이자 비상대책위원인 김예지 의원, 지난 1월 허은아 전 의원의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받아 원내에 입성한 김은희 의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제명 절차를 마친 뒤 국민의미래에 입당할 전망입니다.
 
현재 국민의힘은 국민의미래가 정당 기호 4번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정당 기호는 현역 의원이 많은 순서대로 배치되는데, 원내 제1·2당인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기 때문에 비례대표 투표용지에는 3번부터 배치됩니다. 국민의미래가 4번 기호를 받으면 투표용지에서 국민의힘과 나란히 두 번째 칸에 배치됩니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미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례대표 면접심사에서 참석자들이 면접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예고된 '꼼수 정치'…"제명 위한 제명 아냐"
 
문제는 기호 2번인 국민의힘이 지역구와 비례대표 투표용지 모두 '두 번째 칸'을 노리기 위해 윤리위를 악용, '의원 꿔주기'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꼼수 위성정당'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인데요. 일각에선 비례 투표용지 기호 4번을 받기 위한 '의원 꿔주기'가 관전 포인트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앞서 윤리위는 지난 2021년 12월 이준석 전 대표의 성비위 의혹에 대한 증거 인멸 교사 등에 대해 징계를 개시해 2022년 7월 이 전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같은 해 10월 윤리위는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을 '양두구육'(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 등으로 비난했다는 이유로 당원권 1년6개월 추가 징계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 전 대표는 결국 당대표직까지 잃었습니다.  
 
집권여당 현직 대표에 대한 사상 초유의 중징계 결정을 내린 윤리위는 지난해 11월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1호 안건 '대사면'에 따라 스스로 윤리기준을 무너뜨리며 징계를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당내 공식기구인 윤리위가 이번엔 '의원 꿔주기' 꼼수로 활용되면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내에선 윤리위·의원총회를 거쳐 '의원 꿔주기'를 하는 것과 관련해 '공식화'하는 분위기입니다. 앞서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저희들은 다른 제3당의 의원 숫자, 가장 많은 현역의원을 보유한 제3당 의원 숫자를 고려해서 현역의원 숫자를 결정하면 된다고 보고 있다"며 "지역구 의원은 탈당하고 입당하면 되지만, 비례대표는 윤리위에서 제명을 하고 의원총회에서 의결돼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전 원내대변인도 이날 "제명을 위한 제명은 아니고, 국민의힘이 아닌 국민의미래에서 활동한다는 게 제명 사유에 해당한다"며 "국민의미래에서 활동한다는 것은 국민의힘의 발전을 위해 희생정신을 발휘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미래'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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