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 발발…'꼼수 정치'도 고개
여야, 보조금 확보 위한 현역 영입 사활
'의원 꿔주기·낙천자 이삭줍기' 구태 반복
2024-02-14 17:42:20 2024-02-15 11:42:03
 
 
[뉴스토마토 박진아·박주용 기자] 여야가 제22대 총선 체제로 돌입하면서 본격적인 '쩐의 전쟁'도 시작됐습니다. 거대 양당과 군소정당 간에 선거비용 '양극화'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총성 없는 전쟁 속 여야의 곳간 채우기도 분주한데요. 이면에는 선거보조금을 최대한 많이 타 내기 위해 의원 꿔주기는 물론, 낙천자 이삭줍기 등 '꼼수 정치'가 만연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밑바닥까지 뿌리째 썩은 '한국 정치의 민낯' 그 자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배지 하나 값어치 '20억원' 이상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당의 국고보조금(경상보조금+선거보조금)은 의석수와 총선 득표수 비율 등에 따라 분기별로 지급되고, 선거 전에는 별도로 선거보조금을 받습니다. 정치자금법에 따라 국고보조금 총액의 50%는 교섭단체(20석 이상) 정당이 가져가고 5석 이상 20석 미만 정당은 총액의 5%, 5석 미만일 경우 직전 총선에서 2% 이상 득표한 정당 등에 한해 2%를 받습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민주당 54억원, 국민의힘 50억원, 정의당 8억원 수준이었습니다. 
 
올 한 해 동안 원내외 정당들에 지급될 국고보조금은 1003억9400여만원에 이릅니다. 이중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당에 지급될 국고보조금은 627억여원가량인데요. 이는 분기마다 한 번씩 지급되는 경상보조금(약 125억여원)에 총선을 앞두고 단발성으로 지원되는 선거보조금(501억9700만원)을 합한 액수입니다.
 
우선 1분기 경상보조금의 지급 기준일은 이달 15일입니다. 직전 선거 이력이 없는 제3지대 신당의 경우 이때까지 5석 이상의 의석수가 확보돼야 경상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데요. 그간 영입설이 떠돌았던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경상보조금 지급을 하루 앞둔 이날 개혁신당에 합류했습니다. 이로써 개혁신당은 경상보조금 약 6억원을 지급받을 전망입니다. 
 
두 번째 기회도 있습니다. 바로 총선 후보 등록 마감일이기도 한 다음 달 22일인데요. 이날을 기준으로 25일 경상보조금과 별도로 지급되는 선거보조금이 지급됩니다. 선거보조금의 지급 기준 역시 경상보조금과 같기 때문에 현역 의원 5명 이상을 획득한 정당은 20여억원에 이르는 선거보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개혁신당 등이 현역 의원 영입에 사활을 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공천관리위원회 제6차 회의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래통합당 17명민주당 8명 '의원 꿔주기'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위성정당 창당을 공식화한 만큼 양당이 현역 의원들을 위성정당으로 이적시켜 비례대표 선거보조금을 받아내는 구태도 반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양당은 이번 총선에서도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이나 컷오프(공천 배제)된 의원을 대거 위성정당으로 내보내 '보조금 따먹기'를 할 가능성이 큰데요.
 
실제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꾸려 원유철 의원을 비롯해 정운천·김성찬 등 불출마 의원들과 비례대표 등 총 17명의 현역을 대거 이적시켰습니다. 민주당 역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당시 현역 의원들을 상대로 이직을 설득해 심기준·이규희·이훈 의원 등 8명이 당적을 옮겼습니다.
 
그 결과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은 각각 61억2344만원, 24억4937만원의 선거보조금을 지급받았습니다. 정의당은 27억8302만원, 미래통합당은 115억4932억원, 민주당 120억3814만원 등을 각각 받았습니다.
 
이번 총선 역시 위성정당에 '의원 꿔주기' 답습은 그대로 재연될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의 경우 현재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강민정·김민기·김진표·김홍걸·박병석·오영환·우상호·이탄희·임종성·최종윤·홍성국 등 11명입니다. 이에 더해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천 심사를 진행하고 있어 컷오프되거나 경선 탈락하는 현역 의원들이 발생할 경우 추가로 합류할 수도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불출마 의원이 현재까지 장제원·김웅 의원 2명뿐이기에 공천에서 탈락하는 이들을 설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지난 총선과 같이 위성정당에 의원 꿔주기 등 꼼수 정치는 물론, 부실 검증 논란 등의 혼란이 재연될 것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거대 양당이 반쪽 준연동형제를 하기로 결정한 날부터 꼼수를 더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꼼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2020년 3월30일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최배근, 이종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비롯한 비례대표 등 참석자들이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더불어시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박주용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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