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국회 질의에 '거짓 해명'…민주당·정무위, '진상파악' 착수
"광고비 집행 중단한 매체 없다" 정무위 회신답변
'언론 비판기능 통제'에 '거짓 해명' 논란 불가피
2024-02-05 06:00:00 2024-02-05 06: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김진양·표진수·최수빈 기자] 비판적 언론사들에 광고 중단을 통보한 우리금융그룹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거짓 해명'을 통해 사실을 숨기려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우리금융은 서면 회신을 통해 "올해 들어 광고비 집행을 중단한 매체는 없다"고 밝혔는데요. 비판 기사 유무로 광고 집행 여부를 결정한 것도 모자라 국회의 눈마저 피하려 했다는 지적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우리금융 광고 중단에야 "언론탄압 확산"
 
5일 국회 정무위 소속 김한규 민주당 의원이 우리금융지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2024년 1월31일 현재 우리금융그룹은 올해 광고비 세부 집행계획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따라서 기존 광고 거래 중인 언론매체 중 올해 들어 광고비 집행을 중단한 매체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 1월 <뉴스토마토>를 비롯해 비판적 논조의 언론사 5곳에 광고 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바 있어, 사실과 배치됩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정부가 언론을 길들이는 것도 문제이지만, 기업이 광고를 무기로 언론의 비판 기능을 통제하려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며 "언론 소비자인 국민에게 편향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만큼, 정치권에서 관심 있게 들여다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국민이 정확한 사실과 잘못된 사회 현상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는데 제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민간에만 이 문제를 맡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당과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살펴보겠다"고 했습니다.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하나된 목소리로 우리금융 광고 중단 사태를 비판했습니다. 박성준 의원은 "(정부의)언론 탄압이 기업으로 확산되는 것 같다"며 "검사들도 (기업의) 사외이사로 많이 가지 않았느냐"라고 꼬집었습니다. 최종윤 의원은 "정무위 차원에서 (공식) 질의를 할지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민주당에서 탈당, 3지대로 나선 김종민 의원은 "나쁜 행태"라며 혀를 찼습니다. 정무위 소속 야당 의원들과 달리, 여당 의원들은 대다수 "전후 사정을 잘 알지 못한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도 나섰습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언론을 제4부라고 한다"면서 "(역으로) 기업이 광고비를 많이 준다고 비판 기사를 안 쓰는 것도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서은숙 최고위원도 "(비판 언론의) 돈줄을 끊어버리려 것으로, 말이 안 된다"고 질타했습니다. 민주당은 우리금융의 비판 언론 광고 중단 사태를 놓고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내부 논의를 거친 뒤 진상 파악 검토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9월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백혜련 정무위 위원장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974년 정권 탄압에 '백지광고'…윤석열정부 편향적 언론관도 한몫
 
언론에 대한 광고 탄압 시초는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인 지난 1974년 12월 중순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무더기 광고 해약 사태를 맞은 <동아일보> 기자들은 그해 12월25일 긴급 기자총회를 열어 '광고 철회 경위를 신문과 방송에 자세히 보도할 것, 광고 공간은 백지 그대로 제작할 것'을 건의했고, 동아일보는 '유신정권의 언론 탄압'이라며 광고면을 백지 상태로 인쇄·배포했습니다. 이른바 '백지광고' 사태였습니다.  
 
지난 2007년 말 삼성그룹의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 광고 게재 중단도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됩니다. 당시 삼성그룹은 신문광고비 총액의 5%대인 두 곳의 신문 광고비를 2009년 각각 0.03%, 0.02% 수준에서 집행 처리했습니다. 같은 기간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3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4.04%에서 2009년 33.85%로 급증했습니다. 삼성은 이재용 회장 체제 들어 이 같은 잘못된 관행과의 단절을 선언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신문 광고시장이 갈수록 위축되는 상황에서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기업들이 광고를 무기 삼아 언론 통제에 나서는 것이 선을 넘었다고 지적합니다.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려 다른 언론사들에게 본보기로 삼고, 긍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볼 것을 강요하는 압박과도 같다는 논리입니다. 이는 곧 자본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 비판이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 상실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윤석열정부의 지극히 편향적인 언론관이 기업들의 강압적 횡포를 부추긴다는 비판까지 낳는 실정입니다. 
 
윤한홍 정무위 여당 간사와 김종민 야당 간사가 지난해 9월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김진양·표진수·최수빈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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