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의료진 사법부담 줄이겠다"…의대증원 반발에 '당근' 제시
'의료개혁' 민생토론회 개최…"지금이 골든타임"
'당근'과 함께 '채찍'도…"사람 없다면 무용지물"
2024-02-01 16:28:27 2024-02-01 18:08:26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지금이 의료개혁을 추진해 나갈 골든타임"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의료진의 사법리스크 부담 완화 등 의료사고 관련 제도의 전면 개선과 건강보험 적립금을 활용한 필수 의료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을 위한 조건으로 '충분한 의료 인력 확보'를 꼽았는데요.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대한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피력한 셈입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날 의대증원 규모의 구체적 수치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의료계의 거듭된 반발에 일단 보상책을 제시하며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됩니다.
 
"의료개혁 후퇴 안 한다"…10조원 이상 투입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여덟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을 일부의 반대나 저항으로 후퇴한다면 국가의 본질적인 역할을 저버리는 것"이라면서 "오직 국민과 미래를 바라보며 흔들림 없이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의료사고 관련 제도를 전면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의료사고 피해자 보상은 강화하되 의료인들의 사법리스크 부담은 확실하게 줄이겠다"며 "제도를 전면 개편해 의사는 소신껏 진료하고, 피해자는 두텁게 보상받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는데요.
 
더불어 "필수 의료진들에게는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도록 공정한 보상체계를 마련하고, 건강보험 적립금을 활용해 필수의료에 10조원 이상 투입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비급여와 실손보험 제도도 확실하게 개혁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역의료를 살리는 것은 교육과 함께 지역균형발전의 핵심"이라며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구현을 위해 지역인재전형 확대, 지역정책수가, 지역의료 네트워크 구축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여덟 번째,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 78% "의대증원 찬성"…최대 2000명 규모
 
이날 윤 대통령은 "아무리 좋은 인프라 구축해도 이를 실행할 사람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면서 "양질의 의학 교육과 수련환경을 마련해 의료인력 확충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는데요. 
 
당초 정부는 이날 민생토론회에서 최대 2000여명 안팎의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의료계의 거듭된 반발과 설 민심을 고려해 설 연휴 전후로 발표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의사단체가 집단휴진 등 강력 반발을 예고하자 일단 의료계가 그간 지속적으로 요구한 형사처벌특례 법제화를 수용하는 '당근'을 제시, 의료계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에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의견을 구하며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정부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뜻을 내비쳤는데요. 보건복지부가 민생토론회에서 발표한 세부 내용을 보면, 정부는 오는 2035년까지 1만5000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고 인력 수급에 따라 주기적으로 정원을 조정할 방침을 밝혔습니다.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도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 여론이 우호적인 데다, 야권도 찬성 입장인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참패를 만회하기 위해 꺼낸 카드도 의대 정원 확대였는데요. 오는 4·10 총선을 앞두고 국민 여론이 우호적인 의대 정원 확대 카드를 꺼내 여권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의대증원은 대학교 입시 제도와 직결한 만큼, '학부모 세대'에 소구력이 큰 카드로 평가받습니다. 
 
<세계일보>가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29~30일실시한 여론조사 결과(1일 발표·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정부가 검토하는 '1000명 이상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해 응답자의 78%가 찬성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반대는 17%에 불과했는데요. 눈에 띄는 것은 민주당 지지자의 82%가 정부 정책에 찬성했고, 정치 성향별로도 진보 성향 80%, 중도 성향 80%가 의대 정원에 찬성했습니다. 
 
지지 정당과 정치 성향에 따른 차이도 미미하다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 의대 정원 확대를 필수의료 인력 부족과 지역 간 의료 불균형 등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초당적 정책으로 보고 있다는 뜻인데요. 정부가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도 의대 정원 확대에 힘을 싣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대 증원 규모 등이 발표되면 의료계가 상당히 반발할 수 있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해야겠다는 의지가 있다"며 "실패하면 대한민국은 없을 것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기도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여덟 번째,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에 앞서 '스마트 시뮬레이션센터'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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