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수도권 상륙작전 개시…시작은 '수원 5석' 탈환
첫 재방문 지역으로 수원 선택…'철도 지하화' 공약 발표
5개 지역구, 20·21대서 민주 석권…국힘, 탈환 총공세
2024-01-31 17:16:30 2024-02-01 13:48:27
[뉴스토마토 박진아, 수원=신태현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경기 수원을 방문해 총선 4호 공약으로 '철도 지하화' 사업 지원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취임 직후 전국 순회에 나섰던 한 위원장은 첫 재방문 지역으로 수원을 택했는데요. 수원은 인구가 125만명으로 경기도에서 가장 많고, 최다 선거구(5개)를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경기도 정치 1번지'로 불리면서 수도권 민심을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꼽히는데요. 국민의힘은 올해 제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5석 전석을 장악한 수원을 탈환하기 위해 총공세에 나섰습니다. 
 
'도심 단절' 철도 지하화 추진…광역급행열차도 도입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경기 수원 장안구 성균관대역 인근에서 '구도심 함께 성장'을 슬로건으로 한 철도 지하화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우선 수원 도심을 가로지르는 수원역~성균관대역 일대를 지하화해 도시를 동서로 단절하는 철도를 지하화하고 철도 상부 공간과 주변 부지를 통합 개발해 미래형 도시 공간으로 재창조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는데요.
 
철도 지하화는 윤석열정부의 교통 분야 핵심 국정과제입니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철도 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 통과되면서 철도 지하화와 관련한 법적 근거도 마련됐는데요. 국민의힘은 철도를 지하화함으로써 만들어지는 부지엔 각 도시 상황에 맞게 환승 거점, 중심업무지구, 유통 거점, 도심 녹지지역 등으로 특화 개발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아울러 한 위원장은 전국 주요 권역 광역 급행열차를 도입해 1시간 단위 생활권을 조성하고, 노후화된 구도심을 공원·직장·주거·편의시설 간 15분 생활권이 가능하도록 하는 한편 복합 문화·스포츠 공간 조성 방침도 밝혔습니다.
 
한 위원장은 철도 지하화 공약 발표에 앞서 수원 영통구의 한국나노기술원(KANC)에서 '반도체 산업 현장 간담회'를 열고 건의사항을 청취하기도 했습니다. 간담회에는 국민의힘 영입 인재인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을 비롯해 이정배·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김동섭 SK하이닉스 사장 등 반도체 업계 수장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정부가 622조원을 경기 남부에 투자해서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발표했다. 우리의 우선순위는 반도체에 있다"며 "우리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그리고 반도체 사업을 이끈 우리 산업 역군들의 일을 지원하고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31일 오후 경기 수원 한국나노기술원을 찾아 반도체 연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원 5석 민주당 깃발…국민의힘, 탈환 '총공세'
 
한 위원장이 올해 초 경기도당 신년인사회 이후 수원을 다시 찾아 교통 정책 발굴 등에 나선 것은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민심을 잡아 경기도 선거 승리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경기도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수원은 인구가 약 125만명으로 경기에서 가장 많고, 5개라는 최다 선거구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수원은 경기도의 핵심 도시로 출퇴근과 통학 등을 이유로 인근 도시로의 이동이 잦은데요. 때문에 화성, 용인, 성남 등 인근 다른 지역에 대한 영향력도 큽니다. 선거 때마다 수원 지역 민심에 유독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난 20대,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수원 5석 모두 깃발을 꽂았습니다. 21대 총선의 경우 인근 용인·화성·안양 등 총 10석 중 9석을 민주당이 차지했고, 경기도 59석 중 51석을 민주당이 싹쓸이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이 아니었음에도 어느새 수원은 '보수의 험지'가 됐는데요. 국민의힘은 이를 되찾아 오기 위해 총공세를 펼치며 어느 때보다 수원 선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여당은 인지도와 무게감을 맞춘 영입 인재를 수원에 전면 배치하면서 대진표를 거의 완성했습니다. 목표는 5석 중 최소 3석, 수원갑·수원병·수원정 탈환이 대상인데요. 수원갑에는 문재인정부에서 국세청장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지낸 김현준 전 청장이, 수원병에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각각 출격합니다. 수원 수성고를 졸업한 김 전 청장, 방 전 장관은 학연, 지연 등 연고를 따지는 지역 민심을 잡을 수 있는 인사인 데다 정책 전문성이 있는 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입니다. 수원정에는 경기대 수원캠퍼스에 25년간 재직하며 여성, 아동 범죄를 연구해 온 이수정 교수가 4선 도전에 나서는 박광온 민주당 의원과 맞붙습니다. 
 
다만 지역 여론은 녹록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인데요. 지난 대선에서 수원 장안·권선·팔달·영통 4개 구 모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고 경기지사 선거에서는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가 팔달구(수원병) 한 곳에서만 승리했습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수원 탈환 전략을 묻는 질문에 "어떤 지역을 탈환하겠다는 말은 국민에 대한 예의는 아닌 것 같고, 대한민국의 모든 지역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의 정치적인 에너지가 집약되는 총선 공간에서, 국민들께서 뭔가를 얻어가셨으면 좋겠다"며 "총선이 지나고 나서 '정치가 뭔가 해줬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수원에 출사표를 던진 영입인재와 관련해서는 "전국에서 각자 용기 있는 분들, 국민에 헌신하는 분들이 출사표를 던졌다"며 "용기 있고, 헌신할 자세를 가진 분들이 더 나와주셨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31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보도육교에서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수원=신태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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