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마주한 민주주의…"정치적 내전 상태"
이재명 피습 23일 만에 배현진도 습격
극단정치가 부른 정치테러…"증오정치 끝내야"
2024-01-26 17:09:13 2024-01-26 22:06:55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을 코앞에 두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이어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까지 습격 당하는 '정치테러'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혐오와 대립을 조장하는 극단 정치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치테러의 배경에는 대한민국 정치의 극단적인 대립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보수·진보 양 진영의 내전적 정쟁과 극단적 이념 대결이 단순한 불통을 넘어 실질적인 폭력으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총선 선거운동이 본격화하면서 극단적 증오정치 문화에 휩쓸린 정치인 겨냥 테러 사건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는데요. 정치권 안팎에서는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와 함께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민  63.5% "윤석열정부 들어 갈등"…해방정국 닮은 시국
 
여야는 한목소리로 배 의원의 피습 사건을 '정치테러'로 규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더불어 특단의 대책 마련을 주문하며 혐오·증오 정치를 끝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한오섭 대통령실 정무수섭은 26일 서울 용산구 서울순천향대병원에서 배 의원 병문안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는데요. 윤 대통령은 배 의원에게 "국민의 대표인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국민에 대한 테러와 다름이 없다"며 "추가로 해야 될 일들이 있다면 살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대 국회에서 증오의 정치를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배 의원 사건은 명백한 정치테러로 연초부터 이러한 불행한 일이 계속 발생하는 데 대해 당국에 특단의 대책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표에 이어 23일 만에 발생한 배 의원의 정치테러 배경에는 대한민국 정치의 극단적인 대립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다양성이 공존하면서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하는 정치가 아닌, 서로를 혐오하고 증오하게 만드는 정치 문화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인데요.
 
특히 현 정부 들어 보수·진영 간 사회 갈등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됩니다. 실제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와 '한국리서치'가 지난 17일 발표한 '2023 한국인의 공공갈등 의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 63.5%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갈등이 늘었다"고 답했습니다. 1년 전 같은 조사 응답 비율(57.8%)과 비교하면 5.7%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사회 갈등 정도가 이전보다 더 심해졌다고 느낀 것입니다.
 
현 정부에서 갈등이 늘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들은 "야당이나 반대 세력과의 소통과 협치 부족했다"(48.2%)는 점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는데요. 또 "국정운영 기조나 정책 특성 때문"(22.5%)이라는 응답이 뒤를 이어 소통 부족과 국정 기조 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윤석열정부 책임론'이 70%를 웃돈 셈입니다. 
 
정치인에 대한 테러가 불거지는 지금의 사태는 한국 현대사에서 좌우 대립이 극심했던 '해방 정국'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1945년 8월 해방 이후 수년 동안 송진우·장덕수·여운형·김구 등이 암살 당한 사건은 '극단 정치'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해석입니다. 
 
한오섭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26일 오전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입원 중인 서울순천향대병원에서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극단적 이념 대결의 결과…"정치 감성화가 문제"
 
극단적 이념 대결이 이어지면서 총선, 대선 등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대한민국에서 정치테러는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신촌에서 있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 피습 사건, 2022년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습격 사건이 대표적인 예인데요. 올해 들어서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지난 2일 이 대표가 부산에서 괴한으로부터 흉기 피습을, 25일 배 의원은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10대 미성년자에게 돌로 습격을 당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극단 정치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우리 사회에 증오와 폭력을 조장하고 대화와 타협이 없는 정치권의 극단적 대립을 끝내야 한다는 성찰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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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회의장은 입장문을 통해 "정치테러는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 도전"이라며 "서로 적대하는 극단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권 모두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대화와 타협 정치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은 정치테러가 상대적으로 빈번한 나라"라며 "우리나라는 정치를 시스템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서 정치를 '인격화'하는 경향성이 문제로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특정 정치인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형태의 유권자들이 나타나다 보니 내가 추종하는 정치인이 아니면 증오의 대상으로 본다"며 "결국 정치의 감성화가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서울 송파을)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에서 괴한에게 습격 당하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을 배 의원실이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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