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차기회장 내부 후보군, 호화출장 의혹 '덫'
호화 출장 의혹 피고발인 다수가 내부 유력 후보군
수장되더라도 사법리스크에 발목…주총서 안건 부결될 수도
"내부 출신끼리 짬짜미…내부 순혈주의 깨야"
2024-01-29 06:00:00 2024-01-29 09:09:58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포스코의 차기회장 선임 과정이 외부 출신에게 유리한 구도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앞서 포스코 이사회의 호화 출장 논란이 불거진 바 있는데요. 내부 출신의 차기 수장 유력 후보 다수가 호화 출장 의혹에 연루됐습니다. 내부 후보들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결격 사유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전망입니다. 재계 안팎에선 이번 호화 출장 의혹이 불거지면서 외부 출신들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득권 카르텔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외부 인사 도입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지적입니다.
 
앞서 포스코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지난 17일 최정우 포스코 회장 등 8명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 위반, 배임수증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습니다. 최 회장과 함께 고발된 이들은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김성진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 박희재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 장인회 전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전중선 전 포스코 사내이사 겸 대표이사, 정창화 전 포스코홀딩스 부사장 등입니다.
 
포스코 사옥.(사진=연합뉴스)
 
공교롭게도 피고발인인 정창화 전 포스코홀딩스 부사장,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등은 내부 출신 후보군입니다. 이 가운데 정 전 부사장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됩니다. 보수의 텃밭인 대구 출신으로, 최정우 회장 체제 들어 중국으로 좌천된 끝에 끝내 퇴임하게 된 이력 등이 현 정권이 선호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분석입니다.
 
재계 안팎에선 이번 호화 출장 의혹에 주목하면서 외부 출신이 유리해진 상황이라는 평가도 내놓습니다. 외부 출신으로 유력한 인물로는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등이 꼽힙니다. 무엇보다, 내부 출신이 계속해서 회장 직을 이어갈 경우 외부 변화에 둔감할 수 있다는 부정적 여론이 정부 내에 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기득권 카르텔'과도 연결됩니다. 포스코는 그간 4대 김만제 회장을 빼고 모두 내부 출신이 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순혈주의가 강한 조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호화 출장 의혹으로 내부 출신 후보군의 발목이 잡혀 버렸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그간 내부 출신끼리 암묵적으로 비리를 눈 감아주는 짬짜미가 이뤄졌던 측면이 있었다"며 "역대 회장 중 유일한 외부 출신인 김만제 전 회장이 부임해서 내부 혁파를 많이한 것만 봐도 포스코의 내부 순혈주의를 깨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또 "내부 출신들이 외부 출신을 비판할 때 '비철강 인사는 철강을 모른다'고 하지만, 요즘 같은 때는 이종 결합이 더 중요하다. 타 분야 있던 사람이 와서 시너지 내는 게 더 좋다"면서 "수장은 최종 결정 및 상황 판단이 중요하기에 굳이 철강 분야만 팠던 인물이 아니어도 된다"고 했습니다.
 
포스코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가 논란을 딛고 차기 회장 선임을 관철하더라도 추후 3월에 열릴 주주총회가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주총 안건에 오를 때 국민연금 등이 반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국민연금은 포스코홀딩스 지분 6.71%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앞서 후추위는 지난 16일 회의에서 내부 인사 6명, 외부 인사 12명이 포함된 18명의 '롱 리스트'를 발표했으며, 24일에 이를 또 다시 압축해 12명으로 추렸습니다. 차기 회장 후보군은 오는 31일 5명가량의 '파이널 리스트'로 또 다시 좁혀진 뒤 공개됩니다. 오는 3월 정기 주총에서 새 회장이 확정되는 일정 등을 감안하면 이르면 다음달 설 연휴를 전후해 최종 후보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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