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특별법마저 '거부권' 수순
국힘,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민주당엔 '재협상' 제안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시 민심 역행…총선 악재 불가피
2024-01-18 16:26:31 2024-01-18 19:19:53
[뉴스토마토 박진아·최수빈 기자] 국민의힘이 '이태원참사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안)의 정부 이송을 하루 앞둔 18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키로 했습니다. 민주당에는 독소조항을 제거한 새로운 안으로 재협상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위한 명분 쌓기로 분석됩니다. 
 
특별법은 19일 정부로 이송될 예정입니다. 윤 대통령은 다음달 3일까지 거부권 행사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합니다.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9번째 법안 거부권으로 기록됩니다. 문제는 '여론'입니다. '김건희 특검' 법안에 이어 159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 참사에 관한 법안마저 거부할 경우 여론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이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국민의힘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힘 거부권 건의에 민주당 '반발'…유가족 '삭발'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이태원참사특별법 관련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당론을 모았습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의총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특별법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여야가 합의 처리해 온 관행을 (민주당이) 철저히 무시했고, 특별조사위원회 구성도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반대 논리를 댔습니다. 이어 "민주당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유도했다"며 "재의요구권 행사로 정치적 타격을 입히고 총선에서 계속 정쟁화하기 위한 의도로 판단했다"고 민주당에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아울러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특조위 구성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안, 그리고 독소조항을 제거하는 안을 가지고 재협상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앞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은 지난 9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 속에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본회의 직전까지 여야는 각각 추천할 수 있는 특조위원 숫자 등을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는데요. 국민의힘은 특조위 활동에 대한 부담이 큽니다. 이미 수사가 마무리된 사안에 대해 특조위를 꾸리는 것이 부적절한 데다, 특조위가 압수수색과 청문회 실시 등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게 여권 주류의 시각입니다. 특히 자칫 정부 책임이 드러날 경우 닥칠 민심 이반이 가장 큰 부담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악몽이 재연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읽힙니다. 
 
국민의힘은 정부 이송 직후인 19일부터 재의요구 기한인 다음달 3일까지 재협상을 고리로 민주당을 압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재협상 테이블에 앉거나, 국민의힘이 요구한 수정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국민의힘이 우려하듯 우호적 총선 환경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고 480여일 만에 간신히 통과된 특별법"이라며 "윤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 대로 즉시 공포해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이태원참사특별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쌍특검 재의결과 맞물려 오는 4월 총선판을 흔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국민의힘 의원총회 직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여당을 규탄했습니다. 기자회견에 앞서 항의의 뜻으로 삭발을 한 이들은 "국민의힘이 국민 뜻을 거스르고 무책임한 결정을 했다"며 "이제 주사위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대통령도 우리를 적으로 간주한다면 우리 역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재옥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 과반 반대에도 '거부권' 수순…민심 '역행'에 총선 '악재'
 
윤 대통령이 이태원참사특별법마저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안으로는 9번째 행사가 됩니다. 대통령의 무분별한 거부권 행사로 입법부가 무력화되면서 3권분립에도 맞지 않다는 비판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여권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국민의힘에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입니다. 앞서 지난 5일 이른바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이어 이태원참사특별법까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여론 지형이 매우 불리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목소리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옵니다. 
 
실제, 민심의 역린을 건드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가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16일 발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응답자의 54.4%가 국회를 통과한 '이태원참사특별법'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응답은 36.6%에 그쳤습니다.
 
때문에 윤 대통령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현재까지 대통령실 내부 분위기로는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최수빈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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