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세수펑크에도 또 '감세'…건전재정 기조에도 '배치'
윤 대통령 "과감한 세제개혁"…금투세 폐지·ISA 비과세 확대
정부발 선심성 대책에 커지는 '세수결손·재정건전성 우려'
2024-01-17 16:49:56 2024-01-17 20:11:2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2025년 도입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공식화하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를 대폭 늘리는 등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세금 부담을 확 낮추기로 했습니다. 글로벌 스탠더드(국제표준)에 맞지 않은 자본시장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 세제는 바로잡아 나가겠다는 게 윤 대통령의 구상인데요. 
 
이를 두고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감세를 통해 표심 잡기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특히 지난해 약 60조원 규모의 역대급 세수 펑크가 발생한 상황에서 또다시 감세를 앞세우자 세수 결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게다가, 감세로 인한 세수 손실은 윤석열정부가 내세우는 건전재정 기조에도 정면 배치된다는 지적입니다.
 
"공매도 금지, 총선용 일시적 조치 아니다"
 
윤 대통령은 17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주제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에서 "자본시장을 통한 자산형성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대한민국에는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들이 많이 있지만, 우리의 주식시장은 매우 저평가돼 있다"면서 "우리 시장 역시 다른 나라 시장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자본시장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유명 경제 유튜버 '슈카월드'(전석재씨)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 문제를 지적한 데 대해 "거버넌스(기업 지배구조)가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된다"며 과도한 상속세 등의 과세 문제도 언급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과도한 세제들을 개혁해 나가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서 "대통령령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정치적으로 어떤 불이익이 있더라도 과감하게 밀어붙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토론회에서 국내 증시 도약과 소액 투자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방향을 제시했는데요. 금융정책에 대한 두 가지 원칙으로 △국민과 기업의 상생 △경쟁을 통한 공정한 시장 형성 등을 강조했습니다.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해서도 "총선용 일시적인 금지 조치가 아니라 확실한 부작용 차단 조치가 구축되지 않으면 재개할 뜻이 우리 정부는 전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은 상향하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는 정부 정책으로 확정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소액주주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전자주총을 제도화하는 등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ISA의 가입대상과 비과세 한도도 대폭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저는 국민과 약속하면 무조건 한다.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거듭 약속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네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 합의도 손바닥 뒤집듯…"돈 퍼주는 정부로 돌변"
 
정부의 자본시장 세제개혁 방안에 대해 정치권을 중심으로 '총선용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감세'를 내세워 표심 잡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되는데요.
 
윤 대통령은 지난해 말 대주주 주식양도세 기준을 기존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완화하겠다고 해 논란을 산 바 있습니다. 지난 2일에는 금투세 폐지 추진 방침을 언급했으며, 15일에는 올해 만료되는 반도체 투자세액공제의 효력 연장 방침을 밝혔습니다. 16일에는 국무회의에서 "91개에 달하는 현행 부담금을 전수 조사해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기획재정부에 지시했습니다.
 
특히 금투세 폐지는 오는 2025년 시행키로 한 여야 합의안을 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뒤집은 것인데요. 이 안도 애초 여당이 요구한 대주주 주식양도세 기준 완화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합의한 것입니다. 금투세 폐지 등은 법 개정 사항인 만큼, 민주당이 1당으로 있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지도 미지수입니다. 
 
문제는 포퓰리즘 정책의 '악순환'입니다.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감세 정책들을 쏟아내면서 지난해 6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역대급 세수 결손 규모가 올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나랏빚(중앙정부 채무)이 1110조원에 육박한 데다, 정부가 지난해 한국은행으로부터 117조원이나 빌려 쓴 탓에 재정건전성 악화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야당은 즉각 재정건전성 우려와 함께 선심성 감세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대응했습니다. 민주당은 "건전재정을 내세우며 국민을 위한 예산을 꽁꽁 잠그더니, 총선이 다가오자 '돈 퍼주기' 정부로 돌변했다"고 꼬집었습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감세 위주로 포퓰리즘성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감세 정책은 낙수 효과를 노리는 정책 수단으로, 대체로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돈을 덜 걷고 덜 쓰면 세수가 부족해지고 채무가 늘어나 재정건전성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네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