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대한민국 제1적대국"…한반도 위기감 '고조'
북 최고인민회의 "전쟁시 대한민국 완전 점령, 헌법에 명시"
'민족' 대신 '주적·전쟁' 등 위협 최고조…대남 기구도 폐지
윤 대통령 "김정은정권, 반민족·반역사 집단 자인"
2024-01-16 17:39:27 2024-01-16 18:39:18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한민족 동족 관계를 끝내고,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이자 '불변의 주적'으로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북한은 연장선에서 정기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에서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도 폐지키로 했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선제타격 가능성을 열어둔 '핵무력정책법'을 헌법에 명시한 바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남북 관계를 적대적 국가 관계로 규정한 김정은 정권을 '반민족적·반역사적 집단'으로 규정하며 정면 비판했는데요. 최근 북한의 무력 도발에 이은 대남 강경 선언으로 한반도의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특히 남북 접경지역의 우발적 무력 충돌을 방지하는 마지막 안전핀과도 같았던 '9·19 군사합의'마저 폐기되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더욱 고조될 전망입니다. 
 
'민족'에서 '적대적 국가'로...남북협력 대남기구도 폐지
 
16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헌법에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교양 사업을 강화한다는 것을 명기하는 게 옳다"고 밝혔습니다. 또 "헌법에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공화국이 대한민국은 화해와 통일의 상대이며 동족이라는 현실 모순적인 기성 개념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철저한 타국이자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정짓기 위한 법률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헌법에 있는 '북반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들이 이제는 삭제돼야 한다"며 "이런 문제들을 반영해 공화국 헌법이 개정, 다음 최고인민회의에서 심의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와 함께 "우리 국가의 남쪽 국경선이 명백히 그어진 이상 불법무법의 '북방한계선'(NLL)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다"며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영공·영해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 도발로 간주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 '적대적 두 국가'를 천명한 북한은 이날 회의에서 남북회담과 남북교류 업무를 담당해온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도 폐지했는데요. 북한은 이와 관련해 "남북대화와 협상, 협력을 위해 존재하던 이들 기구를 폐지하기로 했다"며 "내각과 해당 기관들은 이 결정을 집행하기 위한 실무적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이 삭제를 지시한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은 1972년 '7·4 남북 공동성명'의 3대 통일 원칙입니다. 김 위원장이 헌법 개정을 통해 선대의 대남 기조를 뒤집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이날 YTN '뉴스라이더'에 출연해 "북한은 모든 정책을 법제화시켜야만 완료된다"며 "이를 통해 대남 공격 의도를 적나라하게 발표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 "북한 도발 시 몇 배로 응징" 강력 경고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북한 당국은 남북 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며 "이는 북한 정권 스스로가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인 집단이라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라고 반격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우리는 이를 몇 배로 응징할 것"이라며 "'전쟁이냐 평화냐'를 협박하는 재래의 위장평화 전술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해서도 "우리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대한민국을 균열시키기 위한 정치 도발 행위"라고 규정하며 강경한 대응 원칙을 거듭 천명했는데요. 그는 "도발 위협에 굴복해 얻는 가짜 평화는 우리 안보를 더 큰 위험에 빠뜨릴 뿐"이라며 "우리 국민과 정부는 하나가 돼 북한 정권의 기만전술과 선전, 선동을 물리쳐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통일부도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사회의 분열을 꾀하는 정치 도발 행위이며 궁극적으로 무력에 의한 적화통일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노선과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고 평가하면서 "북한의 도발시 확고한 대비태세와 압도적인 역량으로 대응·응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역시 김 위원장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요.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에 대해 어떠한 적대적 의도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반복적인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 대응 방안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맹들과 긴밀히 상의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남북 간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는 등 한반도 정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특히 남북 접경지역에서 마지막 안전핀 역할을 해왔던 '9·19 군사합의' 폐기 이후 북한의 무력 행사가 심상치 않다는 지적입니다. 전날엔 고체연료 기반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시험 발사에도 성공했습니다. 해당 미사일 속도는 '최대 마하 10'(음속 10배·시속 1만2240km) 이상으로, '발사 1분(평양 기준) 내'로 서울을 타격할 수 있습니다.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과시해 온 북한이 대남 압박 기조마저 최고조로 끌어올림에 따라 4월 대한민국 총선부터 11월 미국 대선까지 주요 화두로 자리할 전망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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