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올라탄 공직자…'국정'보다 '총선'
공직자 사퇴 시한 종료…윤석열정부 내각·참모 50여명 '총선행'
정권마다 반복되는 '출마용 사퇴 러시'에 국정 공백·혼란 비판
2024-01-11 17:18:44 2024-01-11 18:08:59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이 11일 종료된 가운데, 대통령실을 비롯해 각 부처, 공공기관 인사들의 마지막 공직 탈출이 이어졌습니다. 50여명을 웃도는 장·차관급 인사와 대통령실 참모들이 공복을 벗고 총선에 나서는데요. 정치권 안팎에선 '대통령실이 총선 출마 대기소로 전락했다'는 지적과 함께 주요 공직자들의 사퇴 러시로 국정 공백과 혼란을 야기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방문규 3개월 만에 교체한동훈 빈자리 '공석'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4·10 총선에 출마할 공무원, 공사·공단 상근 임원 등 공직자의 사퇴 시한은 이날까지입니다. 총선을 석 달여 앞두고 무게감 있는 정부 장·차관급 관료와 대통령실 참모 출신 인사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현재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윤석열정부 공직자는 50여명에 달합니다. 공공기관까지 합칠 경우 규모는 더 크게 늘어날 전망입니다.
 
문제는 여권이 총선에 올인하면서 국정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점입니다. 임명 3개월 만에 총선에 나서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대표적입니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8월 방 전 장관을 '전략산업 육성·규제 혁신·수출 증진의 적임자'라고 치켜세웠지만, 불과 3개월 만인 12월17일 돌연 교체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그의 출마를 독려한 것으로도 전해졌습니다. 그는 최근 '수원병'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습니다. 
 
여당 구원투수로 등판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총선 참패론'이 여당을 덮치자, 한 비대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후임자 지명 전' 여의도로 직행했습니다. 한 비대위원장이 이임식을 한 지 20여일이 지났지만, 대통령실은 후임자 인선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지난해 12·13 개각에서 추경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총선 출마를 위해 교체됐는데요. 현재 총선에 출마하는 장·차관급 인사만 20여명에 달합니다. 대통령실 참모진도 지난해 6월 이동석 전 행정관을 시작으로 김은혜 전 홍보수석,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 김기흥 전 대통령실 부대변인 등 30여명이 총선에 나섭니다.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혔던 '강명구·주진우·이원모' 비서관 출신 3인방도 총선을 준비 중입니다. 
 
이 밖에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석동현 전 민주평통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도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 9일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법조계 인사들의 탈출 러시도 이어졌는데요. 김상민 전 대전고검 검사, 전상범 전 의정부지법 부장판사 등 현직 검사·판사들이 법복을 벗었습니다. '친문(친문재인)' 인사로 분류되는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도 지난 8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서 물러났습니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입당 및 영입 환영식에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가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당 점퍼를 입혀주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출마용 사퇴 러시'에 국정 공백…"사퇴 시한 앞당겨야"
 
정치권 안팎에선 여의도 금배지를 거머쥐기 위한 공직자들의 출마 러시에 "대통령실이 총선 출마 대기소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들을 놓고 "양지만 찾아다닌다", "꽃길만 걸으려고 한다" 등의 비판도 제기됩니다.
 
정권을 막론하고 매번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주요 공직자들의 출마용 사퇴와 이로 인해 국정 공백과 혼란이 되풀이되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부작용입니다. 여론의 시선도 곱지 않습니다. 앞서 문재인정부에서도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발 출마 러시가 줄을 이었는데요. 총선 때마다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운 공직자들의 출마용 사퇴에 따른 국정 공백과 혼란의 피해는 결국 국민의 몫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실·내각 출신의 무더기 총선 출마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면서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현상에 국정 공백과 혼란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의 요소가 있지만, 공직자 사퇴 시한을 앞당기는 방안 등을 강구해 국정 공백과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공직선거법에 따라 총선 90일 전인 이날부터 선거 출마자의 의정보고회와 출판기념회, 정당이나 후보자 명의를 나타내는 책·영화·사진 등을 광고하는 행위가 금지됩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딥페이크'(이미지 합성 기술) 영상을 선거운동에 활용하는 것도 제한됩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90일 앞둔 11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 마련된 공명선거지원상황실에서 현판제막식을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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