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2024년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에서 공식 탈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마이너스 금리도 포기할 가능성이 커졌고 그에 따라 엔화 몸값도 오를 전망입니다. 원엔환율 상승을 예상한다면 일본을 투자의 통로로 활용해 환차익을 추가로 노려볼 수 있습니다.
일본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 중앙은행(BOJ)은 이르면 오는 4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철회할 전망입니다. 더불어 장기간 이어진 디플레이션을 의미하는 ‘잃어버린 30년’에서 공식 탈출을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본 금리정책 바뀌면 엔화 뜬다
일본 경제는 지난 2년간 일본은행의 물가 목표인 연 2.0% 상승률을 지켜냈습니다. 지난 연말에 발표한 2024년 물가 전망도 2%대 상승입니다. 이처럼 물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경제도 안정을 찾고 있습니다. IMF는 올해 일본의 경제성장률을 2.0%로 예측한 바 있습니다.
이에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접고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일본은행은 이미 지난해말 수익률곡선(YCC)의 상단을 높이는 등 실질적인 변화를 시작했습니다. 작은 변화에도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자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완화기조를 유지하겠다며 제동을 걸었지만, 연말에는 다시 “저인플레 환경을 벗어나 물가안정목표가 실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물론 “임금 상승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단서를 달았으나 금리·통화정책 변경을 내비친 것입니다.
엔화 환율도 정부의 금리정책 기조에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엔달러환율은 지난해 11월 150엔대에 머물러 있다가 YCC에 변화가 생기자 빠르게 하락, 140엔 초반까지 내려왔습니다. 이후 12월 우에다 총재의 제동에 하락을 멈춘 후 횡보하는 중입니다.
일본은행이 금리 정책의 방향을 바꿀 경우 환율도 그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를 시작한다면 그 속도도 빨라질 수 있습니다. ‘킹달러’도 이미 많이 약해져 작년 10월 106대에 있던 달러인덱스는 현재 102선까지 하락한 상태입니다.
그 사이 원달러환율도 소폭 하락하면서 원엔환율을 밀어올렸습니다. 1월2일 서울외국환중개시장 기준 원엔환율은 915.60원까지 상승하며 작년 7~8월 수준에 다가섰습니다. 미국의 금리 하락 속도에 따라 원화와 엔화 가치는 더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일본 상장 미국채ETF 순매수 2위 ‘인기’
원엔환율이 상승할 경우 엔화 자산의 매력도 커집니다. 다만 지난해 일본 증시가 많이 올라 지금 투자하기엔 부담이 크다는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일본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 대신 일본을 ‘투자 채널’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일본 외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에 투자할 때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종목을 활용하면 원엔환율 상승 시 환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 투자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투자하는 방법과 상품은 다양했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일본 증시에 상장된 특정 상장지수펀드(ETF)가 인기였습니다. 그 주인공은 ‘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 종목기호 2621입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3년 국내 투자자가 해외 증시에서 가장 많이 매수한 ETF 2위에 오른 종목입니다.
아이쉐어 미국채20년 엔화헤지 ETF를 매수할 경우 일본 엔화로 미국채 장기물에 투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미국채가 탐나도 달러가치 하락은 피할 수 없는데, 일본의 미국채ETF는 엔화가치 상승으로 이를 상쇄할 수 있습니다. 이 ETF의 주가는 미국의 시장금리 하락이 기대보다 늦어지면서 한참을 고전하다가 11월부터 본격 상승 중입니다. 원엔환율도 비슷한 시기에 반등해 환전 및 매수 시기에 따라 이미 평가차익과 환차익을 누리고 있는 투자자도 많습니다.
이 ETF가 큰 인기를 얻자 국내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한 KBSTAR 미국채30년엔화노출(합성H)이 출시됐습니다.
태국·금·원유도 일본 ETF로 투자 가능
미국채에 투자하되 환차익을 노려 일본에 상장된 ETF를 매수하는 것처럼, 다른 자산도 같은 방법을 활용해 투자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우리 증시보다 규모가 커서 다양한 나라와 섹터 등에 투자가 가능합니다.
올해에도 전망이 좋지 않은 중국 증시에 한발 먼저 투자하고 싶다면 중국 CSI300지수를 추종하는 Listed Index Fund China A Share (Panda) CSI300(종목기호 1322) ETF를 매수하면 되고, 지난해 낙폭이 컸던 홍콩H지수에 관심 많은 투자자에겐 HSCEI를 2배로 추종하는 China Bull 2× HSCEI(1572)가 제격입니다. 만약 그 반대의견을 가졌다면 홍콩H 인버스 ETF(1573)도 있습니다.
중국과 미국은 물론 아세안, 태국, 러시아, 브라질, 말레이시아 등의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ETF도 있습니다. 만약 엔화가 크게 움직일 거라 확신한다면 국내에서 코스피200 ETF를 매수하는 대신 일본에 상장된 ETN을 선택하는 것도 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금(1326, 1328, 1540), 은(1542), 원유(WTI)(1671, 1699) 등과 주요 업종·섹터 투자도 ETF로 가능합니다.
일본의 ETF, ETN을 활용한 투자는 원엔환율이 상승한다는 가정하에 시도할 수 있는 투자법입니다. 반대로 원엔환율이 하락하면 환차손을 입게 되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어도 투자비용을 감안하면 국내에서 투자하는 것보다 좋을 게 없습니다.
같은 상품을 어디에서 구매하는가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는 것처럼, 투자도 어느 곳을 통하느냐에 따라 성과에 차이가 발생합니다. 올해는 엔환율 전망에 따라 일본을 통해서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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