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상장사 톺아보니…차·정유·여행 ‘눈에 띄네’
현대차·기아, 매출·이익 발군…여행 이익 느려도 매출 회복 빨라
한 분기 성적보다 추세가 중요
2023-11-20 02:00:00 2023-11-20 0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경기 둔화로 상장기업들의 실적이 감소했지만 그중엔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낸 업종도 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자동차와 여행, 에너지 기업들입니다. 
 
지난 16일 한국거래소가 상장기업들의 3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올해 기업들의 3분기 누적 매출과 이익은 모두 크게 감소했습니다. 코스피 기업들의 경우 매출액은 작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38% 감소했고, 순이익 감소폭은 41%로 더 컸습니다(연결 실적 기준). 
 
그나마 다행인 것은 2분기에 비해 3분기 실적이 조금 나아졌다는 사실입니다. 덕분에 누적 이익 감소폭이 조금이나마 줄었습니다. 
 
코스닥 기업들도 큰 흐름은 코스피와 비슷한데 감소세가 조금 더 컸습니다. 전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41% 감소했고, 올 2분기에 비해서도 20% 줄었습니다. 경기불황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기아 독보적 이익 성장 
 
이렇게 전반적인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일부 업종과 섹터에서는 눈에 띄는 회복세를 나타내 주목을 받았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성적을 낸 곳은 자동차입니다. 성장률과 매출 및 이익 규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입니다. 
 
 
현대차는 3분기 누적 121조31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 작년보다 16% 증가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매출만 보면 증가율이 대단할 정도는 아닌데 이익이 놀랍습니다. 누적 영업이익이 11조6524억원으로 작년 이맘때보다 80%나 불어났습니다. 3분기만 떼어서 보면 증가율이 무려 146%에 달합니다. 영업이익 규모에선 상장기업을 통틀어 단연 1등입니다. 삼성전자도 37조원에 그쳤으니까요.
 
2등도 자동차 형제기업 기아가 차지했습니다. 3분기에만 2조8650억원의 영업이익을 보태며 누적으로 9조142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3위 SK 영업이익(4조6316억원)의 2배에 달합니다.
 
이들은 일찌감치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상태였지만 전체 상장기업 중 발군의 성적이었다는 사실이 재차 확인되면서 주가도 이틀간 강세를 나타냈습니다. 
 
현대모비스도 준수한 성적을 보고했지만 시가총액 순위와 비슷한 규모여서 ‘덩치값’을 한 정도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섹터는 에너지입니다. 그중에서도 정유사업 노출도가 큰 S-Oil의 실적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S-Oil은 3분기에만 858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누적 영업이익을 1조4109억원으로 키웠는데요. 연결실적이 아니라 개별실적으로 보면 조금 다른 시각을 갖게 됩니다. S-Oil의 3분기 개별 영업이익(8579억원)은 현대차에 이은 2위에 해당하는 금액이었고, 누적 영업이익(1조4080억원)도 4위 규모입니다. 상반기만 해도 작년에 비해 부진한 흐름이다가 3분기 들어 확실한 개선을 보여준 것입니다. 지난해 상반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위에서 고공행진한 덕분에 정유사들의 이익이 증가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성적은 더욱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SK와 GS의 이익 증가에도 에너지 부문이 기여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유사는 국제유가가 하락해도 일정 수준에서 횡보기간이 길어질 경우 정제마진이 안정세를 찾아 꾸준히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모델을 갖고 있습니다. 
 
매출 증가율에서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가 상위권에 오른 점도 눈에 띄는 특징입니다. 한국전력은 9월까지 쌓인 영업적자가 6조4533억원에 달할 정도로 경영이 악화된 상태이지만, 3분기엔 모처럼 흑자전환했습니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의 효과를 곧바로 증명한 셈입니다. 정부는 3분기 중에 ‘산업용 을’에 해당하는 전국 4만2000여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전기요금을 인상했습니다. 중소기업들이 내는 ‘산업용 갑’ 전기요금도 인상하게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 털어낸 여행 이제 시작
 
이와 함께 주목할 섹터는 여행입니다. ‘엔데믹’에 대한 기대감이 이제야 숫자로 드러났습니다. 매출액 증가율 상위에 하나투어, 티웨이항공, 제주항공, 제이준코스메틱, 롯데관광개발 등 여행 관련 기업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습니다. 
 
물론 이익 규모나 증가율 등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화장품은 전체 코스피 기업 중 영업이익 증가율 1위를 기록했으나, 전년 9월 누적 영업이익이 2900만원에 불과했습니다. 기저효과가 너무 커서 증가율은 무의미합니다. 돌아선 업황을 계속 누리며 실적이 증가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분기 실적이 발표되면, 그때까지의 누적 실적이나 해당 분기의 수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분기 실적의 추세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해당 분기의 실적이 부진했어도 전체 추세를 크게 훼손하지 않았다면 실망할 필요가 없고, 반대로 해당 분기에 서프라이즈 성적을 기록했어도 일시적인 수치라면 큰 의미를 둘 필요도 없기 때문입니다. 
 
추세만 보면 여행업의 회복세가 돋보이고 자동차는 주춤한 편입니다. SK하이닉스는 어마어마한 적자를 기록, 아직 부진한 반도체의 현실을 보여줬지만 4분기와 내년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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