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국민의힘이 던진 주식 양도세 완화 제안을 두고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가 한층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함께 논의해야 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증권거래세는 언급이 없습니다. 크게 보면 상속세율과 상법 개정까지 여러 증권 관련 법규정이 얽히고설켜 있어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14일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 여당이 제안한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 완화 방안은 합의에 이르기 어려워 보입니다. 이날 야당은 주식 양도세 완화 방안이 총선용으로 급조된 것이라며 비판에 나섰습니다.
양도세 부과 1년 만에 업어치기
주식 양도세는 상장주식을 종목당 10억원 또는 지분율 1%(코스닥 2%) 이상 보유한 대주주에게 부과하는 세금입니다. 12월29일 기준 주주명부에 등재된 주주에게 부과하기 때문에 연말이면 이 세금을 피하기 위한 주식 매도가 증가해 주가가 약세를 보인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주식 양도세는 2000년 처음 도입할 당시 100억원 이상이 기준이었으나 2013년 50억원으로 강화됐고, 2016년엔 25억원, 2018년 15억원 다시 10억원으로 계속해서 과세 대상을 넓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주식 양도세 폐지를 공약했으나 당선 후 잊혀졌다가 여당이 다시 거론한 것입니다. 여당은 대주주의 기준을 50억원이나 100억원으로 올릴 것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주식 양도세 부과에 대한 논의는 지난해 여야가 합의한 데 따른 것이어서 1년만에 이를 뒤엎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특히 주식 양도세를 부과하는 대주주의 기준을 유지하는 대신 금투세 시행을 2년 미뤘다는 사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주당은 여당이던 2020년 당시 여야 합의로 금투세 법안을 신설해 2023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습니다. 금투세는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에 투자해 얻은 합산수익금이 5000만원을 넘을 경우 22%, 3억원 초과분엔 27.5%로 과세하는 내용입니다.
이 법안이 통과된 후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2011년 주식도 비과세 및 저율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내놓았습니다. 그래도 금투세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자 여야 합의로 금투세 시행을 2025년으로 미룬 것입니다.
또한 주식 양도세의 대상인 대주주의 기준도 조금 더 완화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여야는 대주를 따질 때 보유주식 평가액 10억원이 아니라 종목당 10억원이며, 친족을 합산해 10억원을 따지는 기준도 없앴습니다. 즉 보유주식 평가액이 100억원이라도 해도 가족 구성원들 각자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 3~5종목씩 분산할 경우 웬만한 슈퍼개미가 아니고선 과세를 피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과세 기준을 느슨하게 하자는 방향이고, 야당인 민주당은 강화된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쪽이어서 주식 양도세와 금투세를 함께 놓고 적정선에서 합의한 내용입니다.
여기에 또 하나 들여다봐야 할 것이 증권거래세입니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매도할 때 내는 세금으로 매도대금의 0.3%를 원천징수했습니다.
증권거래세는 2020년 금투세를 신설하는 반대급부로 폐지할 계획이었으나 기획재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단계적 인하로 수정됐습니다. 0.3%이었던 세율은 지난해 0.23%로 인하됐고 올해는 0.20%를 적용했으며 내년엔 0.18%, 마지막으로 2025년엔 0.15%가 될 예정입니다. 그 후에는 금투세와 패키지로 다시 논의돼야 합니다.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 완화가 정치권의 이슈가 됐지만, 여기엔 다른 세제들도 실타래처럼 엉켜 있어 풀기가 쉽지 않다. 사진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창기 국세청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참에 상법개정-상속세 ‘빅딜’도?
정부와 여당이 김포시의 서울 편입에 이어 연말에 더욱 민감한 이슈인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로 릴레이 이슈몰이에 나섰지만,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주식 양도세는 양도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다른 세목까지 함께 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인지 세수 부족으로 고생하고 있는 기재부도 난감해 보입니다. 기재부는 증권거래세 폐지 때와 마찬가지로 세원이 감소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기에 공식 입장도 “아직 검토한 바 없다”입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지난 일요일(12일) KBS TV에 출연해 주식 양도세에 관한 질문에 “대주주 기준 완화에 대해 결정된 건 전혀 없다”며 “야당과 협의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주식과 관련한 세제 이슈는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현재 국회엔 기업들의 이사회를 견제하기 위한 상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습니다. 현행 상법 382조의 2조항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에 이사회가 최대주주에겐 유리하면서 일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의사결정을 하고도 “회사를 위해서”라며 법망을 피해 가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반복적으로 이뤄진 물적분할 결정 과정에서 이슈화됐고 이를 막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계류 중입니다. 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낸 법안은 해당 조항을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를 위하여’, 박주민 의원의 법안은 “회사와 총 주주를 위하여’로 수정했습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일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결정에 대해 배임의 책임을 물을 수 있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기업들이 방어 중입니다.
이에 상법 개정을 위해서라도 상속세를 함께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최대주주들이 편법을 동원하는 이유가 승계 과정에서의 과도한 상속세 때문이라는 지적 때문입니다.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두 법안을 ‘빅딜’하자는 의견이 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여러 법안이 실타래처럼 엮여 있는 난맥상에서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 완화만 콕 집어 개정하자는 제안이어서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정치권의 정치적 논의와 해결이 선행돼야 하므로 이와 관련한 섣부른 기대는 금물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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