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정부의 공매도 한시 금지 발표에 폭등했던 주가가 하루 만에 꺾였습니다. 공매도 금지는 기업실적과 상관없는 단기 수급 처방이다 보니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이보다는 주말 사이 변동성이 커진 환율과 금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6일 주식시장이 폭등했습니다. 코스닥 시장에선 사이드카가 발동됐습니다. 일요일 오후 갑작스럽게 발표된 주식 공매도 한시적 금지 조치로 인해 투자심리가 개선된 영향입니다. 낙폭이 컸던 2차전지 등 성장주들이 그동안의 울분을 토해내며 지수 상승을 이끌어 코스피는 4.96%, 코스닥은 7.34%의 폭등세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바로 2%대 하락으로 돌아선 데서 볼 수 있듯, 공매도 금지는 기업의 실적을 늘려주거나 줄이는 직접적 요인이 아닙니다. 공매도에 시달렸던 일부 종목들의 수급에 보탬이 되겠지만, 근본적으론 기업의 실적이 개선돼야 주가와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환율·금리 급락…기업 부담 완화될까
이날의 주가 급등보다는 시장의 변화를 불러올 금리와 환율 추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6일 미국 채권시장에서 미국채 10년만기 금리는 4.64%로 마감했습니다. 전일 4.59%까지 빠졌다가 소폭 상승했습니다. 지난달 19일만 해도 4.99%로 5% 턱밑까지 치고 올랐는데 단기간에 하락한 것입니다. 5%를 넘어섰던 미국채 30년만기 금리도 4.8%를 넘나드는 중입니다.
지난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 이어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밑돈 것으로 발표된 것이 금리와 환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10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15만개 증가해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18만개)와 최근 12개월 월평균(25만8000명)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금리 동결에 이어 실물지표까지 예상보다 안 좋게 나오자 금리 인상은 끝났다는 해석이 힘을 얻게 됐습니다. 우리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는 여기에 불을 붙인 셈이죠.
(그래픽=뉴스토마토)
달러인덱스가 3일 105.02로 하락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달러 강세가 조금 약해졌습니다. 덕분에 원달러환율도 빠르게 하락했습니다. 6일 원달러환율은 1300원이 깨지며 1297.3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원달러환율은 지난주 후반부터 하락을 시작해, 2일(목) -1.06%, 3일(금) -1.53%, 6일(월) -1.8%의 낙폭을 기록, 사흘만에 1357원에서 1297원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7일에 다시 1307원으로 낙폭을 되돌릴 정도는 아닙니다.
환율 하락은 수출기업들에게 반갑지 않은 소식 같지만, 수입물가 안정에도 도움이 되고 금리 하락이 동반돼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경제가 안정을 찾아갈수록 원달러환율도 하락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엔화 싼데 엔달러가 제자리 ‘꺼림칙’
따라서 지금 공매도 금지 조치에 큰 기대를 품기보다는 금리와 환율 변화를 주시하며 개별 기업들의 체질이 개선될 수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기적으론 미국의 금리 하락을 기다리며 미국채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한 국내 투자자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습니다. 올해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채를 기초자산으로 한 ETF 상품을 많이 매수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금리 등락에 따른 레버리지효과가 큰 30년물 ETF에 베팅한 투자자들의 매수가 줄을 이었습니다.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ETF는 올해 3월 상장한 이후 개인 투자자들이 매수하지 않은 날을 손에 꼽을 정도로 애정한 종목입니다.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 ETF와 더불어 환헤지 ETF라서 선택한 투자자들이 많았습니다. 원달러환율이 높다는 인식에 환율이 하락해도 환손실을 방어할 수 있는 종목을 선택한 것입니다.
금리는 투자자들의 예상을 빗나가며 4월부터 10월까지 내리 약세를 보이다 이제 소폭 반등하는 중입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끝났단 전망에 투자자들도 한숨 돌리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비슷한 투자 아이디어로 엔화 및 엔화 자산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원엔환율 하락폭이 커져 곤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엔달러환율은 여전히 149~150엔 사이에서 횡보 중이지만 원달러환율이 급락하는 바람에 원엔환율이 추가 하락한 것입니다. 10월30일 901.65원이었던 원엔환율은 6일 870원이 깨졌습니다.
100엔당 900원도 싸다고 매수했던 투자자들은 엔화가 너무 싸다고 말하지만, 달러 대비 엔화는 그대로인 상황이어서 추가 매수는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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