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집중매수 '리얼티인컴' 급락…M&A가 화근
SRC 고가 인수 잡음…주가하락 덕에 배당수익률 상승
2023-11-02 02:00:00 2023-11-02 08:22:51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국내 투자자들이 최근 미국 증시에서 매수를 늘려 온 리츠(REITs) 주식종목 ‘리얼티인컴(종목기호 O)’이 급락했습니다. 최근에 발표한 인수합병(M&A) 소식이 화근이었습니다. 인수가가 너무 높다는 인식 때문인데요. 투자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배당은 다행히 합병 후에도 크게 변하지 않을 전망입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리츠 리얼티인컴 주가가 5% 넘는 급락세를 보이며 46.22달러로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장중엔 45달러 선을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리츠는 종목의 특성상 일일 주가 변동폭이 크지 않은데 이날의 낙폭은 매우 이례적인 수준이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소매점 자산에 골프장 등 더해 
 
리얼티인컴은 지난 7월26일 62.87달러로 고점을 찍은 후 계속 하락 중이었습니다. 미국에서도 금리 상승은 기업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리츠는 대출을 일으켜 자산을 매입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대출이자가 증가해 이익을 훼손하게 됩니다. 
 
하반기 주가 하락은 그 영향이었습니다. 기대하던 금리 정점과 인하 전망이 계속 뒤로 미뤄졌으니까요. 이런 가운데 30일 갑자기 낙폭이 커지며 투자자들을 놀라게 한 것입니다.
 
이날의 주가 급락은 하루 전에 발표한 다른 리츠와의 M&A 소식이 발단이었습니다. 리얼티인컴은 스피릿리얼티캐피털(SRC)을 93억달러에 인수 합병한다고 공시했습니다. 합병은 스피릿리얼티 주주들에게 1주당 리얼티인컴 주식 0.762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리얼티인컴은 미국 전역과 유럽 등에 걸쳐 약 1만3100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리츠입니다. 자산의 숫자는 많은데 성격은 국내 리츠와 사뭇 다릅니다. 국내 상장리츠들은 대형 오피스와 리테일 시설, 물류센터 등에 투자하지만, 리얼티인컴이 보유한 자산의 임차인들은 85개 산업에 걸쳐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월그린, 달러트리, 달러제너럴, 세븐일레븐 등 소매점이 많습니다. 개별 자산의 규모는 작죠. 그래도 수익성이 좋아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잘하고 있습니다. 
 
스피릿리얼티캐피털은 미국에 2000개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리츠는 소매점 외에도 헬스클럽, 컨트리클럽 등 다양한 유형의 자산을 갖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골프장이 소매점보다는 경기에 더 민감하겠죠. 따라서 합병 후엔 리얼티인컴의 변동성이 지금보다는 조금 커지겠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스피릿리얼티캐피털의 규모가 리얼티인컴의 13%(합병 전 기준)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도 높은 공실률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오피스 자산의 비중은 3% 미만에 그칩니다. 
 
(출처=리얼티인컴 홈페이지)
 
시총-자본총계 비슷한데 왜?
 
M&A를 통해 규모를 키우는 것은 미국 리츠 업계에서는 일반적인 경영 전략입니다. 리얼티인컴 또한 그렇게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장이 주가 하락으로 M&A에 대한 평가를 드러냈습니다.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입니다. 
 
합병 직전 양사의 시가총액은 리얼티인컴이 347억달러. 스피릿리얼티캐피털은 46억달러였습니다. 단순 합산하면 합병 후 393억달러 규모가 될 예정이었죠. 그런데 합병 발표 후 리얼티인컴 주가가 5.67% 하락했고, 스피릿리얼티캐피털은 7.85% 올라, 시총이 각각 327억달러, 49억달러로 바뀌었고 합병 리츠의 덩치도 조금 작아지게 됐습니다. 
 
리얼티인컴이 스피릿리얼티캐피털을 인수하는 가격은 93억달러입니다. 스피릿리얼티캐피털의 6월말 기준 자본총계는 45억달러, 부채는 41억달러입니다. 자본총계가 합병 발표 전의 시총과 비슷한 수준이라서 크게 밑지는 장사는 아닌 것으로 분석되는데 시장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리얼티인컴의 보유 현금이 아니라 주식을 새로 발행해 인수하는 방식도 주주들의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겁니다. 어떤 식으로든 주식 수가 늘어나는 것은 반갑지 않은 일이죠. 
 
그래도 조정 하루만에 주가가 다시 3% 오른 것을 보면 하루 전의 분풀이가 과했다는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스피릿리얼티캐피털의 주가는 이틀째 상승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합병 후 배당금도 그대로
 
국내 투자자들에겐 인수가격보다 배당이 더 중요하겠죠. 합병 전 리얼티인컴의 연간 배당총액은 21억6180만달러, 스피릿리얼티는 3억7311만달러였습니다. 단순 합산하면 25억3491만달러입니다. 이를 합병 후 전체 주식 수 8억1648만주로 나누면 3.10달러가 됩니다. 이들이 보유한 자산에서 번 이익이 전년과 똑같다면 주당 3.1달러를 배당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리얼티인컴은 매달 배당금을 지급하는 월배당 종목입니다. 올해 3월부터 1주당 매월 0.26달러씩 배당하고 있었죠. 1월과 2월엔 0.25달러씩 배당했으니 올해 연간 배당금은 3.12달러로 기록될 예정입니다. 합병 후 예상 배당금과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주가가 하락하는 바람에 리얼티인컴의 시가배당률만 조금 높아졌습니다. 30일엔 예상 배당수익률이 6.7%였는데 31일 소폭 반등해 6.5%가 됐습니다. 
 
리얼티인컴은 10월 한 달간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 2위에 올랐습니다. 순매수 1위는 코카콜라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엔비디아, 테슬라 등과 같은 성장주에 관심이 많았는데 약세장으로 돌아선 후 배당 많이 하고 안정적인 사업을 하는 배당주로 이동이 관측됩니다. 
 
리얼티인컴의 주가 하락은 안정적인 배당을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매수 기회가 될 전망입니다. 금리 하락까지 길게 내다보고 분할매수하기에 적합한 배당투자 후보입니다. 물론 원달러환율이 하락할 경우 환차손이 발생한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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