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5억 이하면 용화평·노도강 노려라”
"아파트, 오늘이 가장 싸다?…무리한 투자는 금물"
고점 대비 20% 하락 매물…입주장·분양권도 추천
강북·은평·성남 구시가지, 11억 넘으면 가성비 떨어져
2023-09-04 06:00:00 2023-09-04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김성은 기자] #.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박모(38세)씨는 내년 결혼을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수중에 자금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 아파트 시세가 오르며 ‘매수 타이밍’을 놓치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눈여겨보던 단지 급매물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높은 금리를 감당하며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라도 받아야 할지 고민입니다.
 
실제 최근 부동산 시장에는 ‘집값 바닥론’이 확산하며 ‘지금이 가장 싸다’는 인식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정부가 서울 강남·서초·송파 및 용산을 제외한 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전면 해제하고 전매제한과 실거주 의무 완화 대책 등을 발표하면서 청약 경쟁률이 오르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고가도 나오는 등 집값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까닭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이 부동산 투자 적기일까요? 
 
서울시내 도심 모습.(사진=백아란기자)
 
1일 뉴스토마토가 부동산 전문가 6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무리한 투자는 금물이라는데 중지를 모으면서 성급한 매수보다 실수요나 자금 상황에 따라 접근법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당장 주택 가격만 보고 성급하게 매수하기보다는 최대한 손실을 막는다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면서 “특례보금자리론이나 50년 모기지 등 부양책이 시장 회복에 영향을 안 미쳤다고 보기 어려운데, 주담대 금리가 오를 경우나 정책의 지속 여부 등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아파트값이 저점이라는 심리로 인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에 나서기 보다는 추석 이후 내년 총선까지 시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부동산 매매 지역에 대해선 전문가 3명이 수도권과 3기 신도시를 꼽았고 개발호재 유망 지역은 2명이, 현재 주거지 주변을 봐야 한다는 의견은 1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매매를 고려한다면 당연히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과 용산, 여의도 지역이 가장 좋지만 10억원(전용 84㎡·중위값 기준)이 넘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수도권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며 “반도체클러스터를 품게 될 용화평(용인·화성·평택)을 추천하고 싶다”라고 지목했습니다.
 
고 원장은 “부동산 매수를 고려할 때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호재가 있는 유망 지역과 핵심 입지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용화평은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변모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면서 “해당 지역의 대단지나 청약을 검토할 만 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다만 “과도한 대출보다는 젊은층 실수요자의 경우 집값의 40% 이내, 대출상환부담금이 소득의 40% 이내가 돼야 하고, 무조건 신축을 노리기보다 고점 대비 20% 가량 빠진 구축도 살펴보는 게 좋다”라고 부연했습니다. 실제 전문가들은 고점 대비 10~30% 하락한 매물을 봐야 한다는데 동의했습니다.
 
집값 바닥론, 금리·거래량·전세가율 따져야
 
자금 여력에 따라 매수 포트폴리오도 달라졌습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투자자라면 매도시점과 매수시점에 대한 고민을 하겠지만, 실수요자의 경우 자금 계획에 따라 직주근접의 주거를 빠른 시일 내 마련하는 것이 좋다”며 “5억원 미만의 자금을 가진 사람들은 공공분양을 투자하고, 5억원이 있다면 나머지 4억원 정도 대출을 받아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을 볼 필요가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만약 신혼부부고, 부부합산 자본이 5억원 있다면 3기 신도시 등에 청약을 도전하면서 고점대비 20% 이상 조정된 매물을 구입할 만 하다”라며 “자본금 5억원이면 서울 내 노원구 상계주공이나 월계동, 관악구, 은평구, 1기 신도시 평촌, 일산 아파트로 접근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제시했습니다.
 
김 소장은 “현재 부동산 시장은 조정장인 만큼 자금이 마련된 실수요자 위주로 움직일 필요가 있는데 자금이 10억원 이상이라면 강남 3구와 한남 뉴타운을, 10억원에서 5억원 사이라면 분당, 목동, 마포, 노량진 뉴타운을 중심으로 보는 게 좋을 것”이라면서도 “빌라, 오피스텔은 추천하지 않고, 무주택자는 뉴홈 등 확실한 단지 위주로 청약을 도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표=뉴스토마토)
 
분양권이나 입주장을 노리는 것도 내집 마련을 위한 방안으로 꼽혔습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강남구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역시 입주장 당시 가격이 낮아지기도 했는데 대규모 입주장이 시작돼 전월세 매물이 속출한 시기에 나오는 분양권이나 입주권 등을 매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추천했습니다.
 
만약 광명에 아파트를 사려고 할 때 가격이 급격히 올라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판단된다면 주변의 분양권이나 입주권, 기축을 사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박 대표는 “자본이 5억원이라면 국민평형 기준 인천을 보는 등 부담 가능한 자금대를 파악하고 지역을 뽑되, 직주 근접 등 상승 여력이 있는 곳에서 적정 가격인지 봐야 한다”며 “자금이 부족하다면 무리하기 보다 가처분 소득 범위 안에서 대출을 받아 소형으로 시작하는게 좋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예컨대 평촌 어바인퍼스트의 경우 전용 면적 84㎡가 이달 9억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는데, 같은 아파트의 39㎡의 경우 4억1600만원으로 가격 자체는 반토막에 불과하지만 큰 평수의 움직임에 따라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아섭니다.
 
그는 다만 “서울지역의 경우 이문뉴타운, 동대문구나 강북, 성북, 은평, 관악 쪽은 11억원이 넘을 경우 비싼 감이 있고, 안양이나 성남이 구시가지 가격도 11억원이 넘으면 비싼 편”이라며 “적정 가격은 서울은 2020년 하반기를 기준으로 비교해 볼만하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집값 바닥을 확인할 수 있는 시그널로는 금리와 거래량, 전세가율이 거론됐습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집값 바닥을 확인하고 싶다면 월간주택매매거래량, 전세가율, 기준금리를 지표로 삼아 볼 필요가 있다”라며 “환금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투자원칙의 정립이 필요한데 자본 5억원 미만은 서울과 인접 수도권 아파트 분양권을 매입하는 방법이 좋고, 자본 10억원 이상은 상권유망지역 꼬마빌딩 매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설문 참여 부동산 전문가(가나다순)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백아란·김성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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