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25년…SK 재계 2위 '우뚝', 과제도 '여전'
취임 25년 만에 자산총액 10배·매출 6배 성장
배터리·반도체 등 신성장 사업으로 포트폴리오 질적 성장
신사업 투자 재무부담 및 반도체 업황 악화는 과제
2023-08-29 16:07:19 2023-08-29 16:30:52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다음달 1일 취임 25주년을 맞습니다. 최종현 선대회장 재임 당시 재계순위 5위였던 SK는 지난해 국내 재계 서열 2위로 올라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는데요. 기존 주력 분야였던 정유·석유화학에서 반도체·배터리 등으로 사업을 다변화하며 그룹 체질을 바꾼게 주효했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재무부담과 반도체 등 주력 분야 실적 개선 등은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가 됐습니다.
 
29일 재계와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최 회장이 취임한 1998년 32조8000여억원이었던 SK그룹 자산총액은 지난 5월 기준 327조3000여억원을 기록했습니다. 25년 전 보다 10배로 커진 건데요. SK그룹의 재계 순위는 지난해 5월부터 삼성에 이어 2위로 올라섰습니다.
 
자산총액 25년새 10배 증가…반도체·바이오 등 사업 다각화
 
매출은 32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224조2000억원으로 6배가 커졌습니다. 영업이익은 2조원에서 18조8000억원으로 9배가 됐는데요. 수출액은 8조3000억원에서 83조4000억원으로 10배 가량 증가했습니다. 수출액은 83조4000억원으로 한국 총수출의 약 10%를 떠받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최 회장의 선구안이 있었다는 게 재계의 진단입니다. 취임 이후 해외시장 개척과 수출 드라이브 등을 통해 SK그룹의 미래 신성장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며 사업군을 질적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입니다.
 
SK는 2012년을 기점으로 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등으로 사업군의 무게추를 옮기기 시작했는데요. 당시 최 회장은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에 국한해선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그룹 내 부정적 의견을 감내하고 하이닉스 인수를 관철시킨 바 있습니다.
 
불황에도 반도체 연구개발비 등 투자를 늘리며 LG실트론 등을 인수해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형성하는 데도 주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세계적 탄소중립(넷제로) 흐름에 맞춰 관련 사업 분야 육성에도 그룹 역량을 대거 투입하고 있습니다. SK의 경우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대표적인 경영 모토로 내걸고 있는데요. 최 회장은 기업가치를 높이는 한편 이윤 추구를 넘어서는 지속가능한 기업을 재계 전반에 꾸준히 설파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이외에도 배터리 사업을 핵심 성장의 축으로 삼고 육성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개발·제조 솔루션 기업 SK온은 북미·유럽·중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해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2017년 1.7기가와트시(GWh)였던 SK온의 배터리 생산 능력은 지난해 말 88GWh로 5년 만에 50배 수준으로 커졌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재무 부담·반도체 불황은 과제…"적극적인 재무전략 필요"
 
다만 과제도 여전합니다. 신사업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이 커지는 점이 대표적인데요. 기존 사업들을 넷제로에 맞춰 전환하고 바이오와 배터리 등 신성장 사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와 관련 기업 인수 등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금리 부담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외부 자금 조달이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반도체 등 주력 분야의 실적이 악화하는 것도 과제 중 하나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기업평가는 SK그룹 분석 보고서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와 유가 하락, 정제마진 감소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며 "투자 부담 확대로 잉여현금흐름(FCF)은 적자를 기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주력 계열사들의 영업실적 부진과 운영자금, 설비투자 관련 외부 자금 조달이 지속하면서 차입 부담이 확대됐다"며 "차입 부담이 커지는 것을 억제할 적극적인 재무전략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는데요.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바이오 등 신사업은 불황과 활황이 꾸준히 존재하는 만큼 업턴(상승 국면)에서 재무 구조 불확실성을 상쇄할 만한 실적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최 회장은 최근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혁신)를 도모하는 시작점으로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강조했습니다. 최 회장은 최근 열린 '이천포럼 2023'에서 "딥 체인지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며 "구성원들이 계속 목소리를 내고 소통하며 전에 없던 변화 과제를 도출하고 방향을 찾아야 한다"면서 경영 철학을 피력한 바 있습니다. 또 "딥 체인지 여정의 마지막 단계는 ESG를 바탕으로 관계사 스토리를 엮어 SK가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간명한 그룹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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