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10인 "하반기 집값 보합…반등은 일러"
부동산 전문가 60%, 보합에 무게…양극화 여전
시장 가를 변수, 금리…턴어라운드 신호는 '거래량'
2023-06-29 06:00:00 2023-06-29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김성은 기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부동산 시장이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습니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반등하고 있지만, 고금리 환경 하에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히 내재된 까닭에 대세 상승으로 전환하기엔 이르다는 판단입니다.
 
28일 뉴스토마토가 부동산 전문가 10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가 6명은 하반기 아파트 매매시장이 보합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 등 일부 지역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반등했지만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데다 매도자는 상승 기대감에 호가를 올리는 반면 매수자는 관망세를 취하고 있는 점이 상승을 제한하고 있어섭니다.
 
서울 시내 도심 모습. (사진=백아란기자)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 전환의 움직임이 보이지만 아파트 매매시장이 전반적으로 상승기조로 움직인다고 판단하간 어렵다”면서 “거래량의 회복이라는 과제와 역전세난의 심화라는 변수가 있어 상승보다는 보합의 양상 내지는 바닥을 다지는 시장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해 들어 1.3대책,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등으로 부동산 규제가 크게 완화됐고 인플레이션 둔화와 경기위축 우려로 기준금리 인상속도가 크게 둔화하면서 전년 말보다 주택 거래가 다소 개선되고 가격의 낙폭도 둔화된 상황”이라면서도 “이자부담과 경기둔화 우려, 차익 기대 심리 저하, 일부지역 공급과잉 부담, 미분양 등의 영향으로 대기 수요 잔존한 지역 위주의 제한적인 시장 회복 등 지역별 양극화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가격 낙폭은 줄어들겠지만 평년보다 낮은 거래량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전세사기·역전세에 임대차 시장 변동률 확대" 
 
올해 상반기보다 부동산 가격이 추가로 하락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규제 완화책에 따라 심리가 일부 회복됐음에도 여전히 과거 대비 부담스러운 수준의 금리와 가격수준, 경기 둔화 등 영향으로 시장이 부진한 만큼 거래 활성화가 지속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특히 지방의 가격 하락이 수도권 대비 더 클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거시경제 흐름을 볼 때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지역 풀뿌리 산업의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고 지역 외부에서의 수요 유입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수도권 집값 회복 시기에 대해선 전문가 절반이 내년 상반기를 지목했으며 3명은 올해 하반기를 꼽았습니다. 내년 하반기와 차기 정권을 예상한 전문가는 각각 1명으로 나왔습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강남 3구 등 선도·고가 지역이 덜 하락한 가운데 중저가 지역 견인 또는 갭(gap)메우기 효과가 나올 수 있고, 실물자산의 물가 상승 요인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임대차 시장의 변동률은 더욱 확대될 전망입니다. ‘빌라왕’ 사태로 전세사기에 대한 우려가 커진데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웃도는 ‘깡통전세’와 ‘역전세’도 현실화하고 있어섭니다. 특히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전세 가격 하락폭으로 2~10%를 제시했습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택매매시장 약세에 따른 역전세와 깡통전세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한 가운데 전세자금대출금리가 여전히 높고 경기침체에 따른 가처분소득 감소도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당분간 전세시장 약세, 월세시장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올해 하반기 역전세는 더 심화할 전망”이라며 “매매가격이 하락하면서 새롭게 계약되는 전세가격이 자연스럽게 하락하는 것이므로 정부차원에서 역전세를 방지하기는 어렵고, 모든 주택가격을 떠받칠 수도 없기 때문에 상반기와 비교하면 5~10% 가량 변동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측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실수요자, 고점 대비 20~30% 빠진 매물 찾아야"
 
올해 하반기 시장을 결정할 변수로는 10명 중 8명이 금리를 지목했습니다. 또 재개발·재건축 등 법안의 통과와 DSR 등 규제완화, 인플레이션, 분양가 상승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턴어라운드를 가늠할 신호로는 ‘거래량 확대’가 60%로 가장 많았으며 △청약경쟁률 상승 △입주율 증가 △규제 추가완화가 기타 의견으로 나왔습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상승 거래량 증가가 2년 이상 지속되면 턴어라운드 시그널이 될 수 있다”라며 “강남, 서초구 등에 대한 규제지역해제와 DSR 완화 또는 해제, 5년간 양도세 면제(양도세 특례) 등의 정책도 시장을 가늠할 신호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매수자우위의 시장인 만큼 실수요자의 경우 고점 대비 20~30% 하락한 유망단지 급매물과 청약을 중심으로 매입을 고려할 만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시세 하락이 빨랐던 지역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며 “반등시기가 당겨질 수 있고 자재비 인상 등을 고려할 때 미분양물량도 시세대비 10%이하라면, 실거주의 경우 매수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라고 제언했습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상승 가능성에 기대하는 것보다 하락 가능성이 거의 없는, 즉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을 구매하는 것이 실수요자에겐 안정적”이라고 추천했습니다.
 
이밖에 시장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하반기에 집중할 정책으로는 규제완화와 전세사기에 대한 처벌 및 지원강화가 꼽혔습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공급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고, 원활한 매수·매도를 위해 대출 환경도 지금보다 나아져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설문 참여 부동산 전문가(가나다순)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백아란·김성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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